푸틴·시진핑의 인질 된 세계경제, 이것이 ‘뉴노멀’

입력 2022.05.30 (07:00) 수정 2022.05.3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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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2005>는 우크라이나를 다룬 흔치 않은 2000년대 미국 영화다.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후손이 과거의 흔적을 찾는다. (원작은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 Everything is illuminated, 2002>)

영화는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시작해 서북부 루츠크와 인근으로 이동하는 인물들을 비춘다. '트라킴브로드'라는 루츠크 근처 가상의 '희생자 마을'을 찾는건데, 그래서 온 들판을 헤맨다. ( 우크라이나 서부는 유대인 밀집 거주지역이었고, 2차대전 당시 독일 점령기에 학살이 자행된 지역이다. )



주인공들이 뿌리를 찾아 헤매는 들판은 대개는 끝없이 펼쳐진 밀밭이다. 때때로 지평선 끝까지 들어찬 노란 해바라기밭도 등장한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 풍경, 2022년의 시각에서 무척 공교롭다.

세계(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 들판 지천에 널린 밀과 해바라기가 지금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이 작물들이 평소라면 우크라이나 최대의 교역항구인 오데사를 통해서 세계로 수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오데사를 바라본다, 푸틴의 입만 쳐다본다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세계는 지금 오데사를 바라본다. 오데사 항구 앞 사일로(곡물 저장고)에 담긴 밀과 해바라기 씨가 배에 실려 세계로 수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9%(5위), 세계 3대 식용유 원료인 해바라기 씨는 42%(1위)를 담당하는 농업 대국이다. 오데사 항구만 정상 가동된다면, 전쟁 이후 사실상 중단된 이 곡물 수출이 재개될 수 있고, 인플레 압력도 덜 수 있다.

그래서 세계는 푸틴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데사 항에서 곡물이 수출될 수 있게 러시아가 협조하기를 바란다. 러시아 협조 없이는 한 톨의 밀도 항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에 있는 막대한 병력 덕분이다. 전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러시아판 '토마호크',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과 육상에서 발사하는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은 흑해로 통하는 우크라이나 항구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항구 기반시설과 곡물 저장고를 파괴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폭격 당시 오데사지난 4월 폭격 당시 오데사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 운영 사업체 TIS 대표인 안드레이 스타브니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일로(곡물 저장고)가 이미 거의 다 차 있어서, 이대로라면 올해 수확할 곡물은 보관할 곳이 없다. 그러면 다 썩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데사 봉쇄 해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곡물 수송을 위해 'NATO가 곡물 운반선을 호위하게 하자', '흑해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자'는 등의 논의가 있지만, 해답은 안 된다. '핵보유국' 러시아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은 선택지에 놓을 수가 없다. 당장은 푸틴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푸틴이 '세계 식량 위기 극복에 기여 하겠다'는 발언을 하긴 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외무차관도 “(오데사) 항구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를 열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보도한다.

다만, 러시아는 조건을 달았다.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수출ㆍ금융 제재를 해제하라.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 앞에서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세계는 중국도 보고 있다, 시진핑의 의도를 알고 싶다

에너지와 곡물, 금속 등 상품 인플레이션 압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러시아의 푸틴이라면, 공산품과 중간재 공급망의 병목은 중국의 시진핑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중국도 바라본다. 오미크론 때문이다. 비교적 경미한 증상 뿐인 변이 앞에서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한다. 최대 상업 중심지 상하이를 한 달 넘게 봉쇄하더니 이제는 베이징이다. 멈출 기미가 없다. 중국이 '불필요한' 봉쇄와 강압적 생산 중단을 반복할 때마다 세계 산업계는 병목현상에 신음한다.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고수가 정치 일정 때문이라고 본다. 올 가을 시진핑 집권 3기를 안전하게 열기 위해서는 시진핑의 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필요한데 그 중심에 '제로 코로나'가 있단 얘기다.

중국은 서방보다 우수한 방역 정책을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희생자가 현저히 적다는 점을 선전했다. '혼란스런 서방과 질서있는 중국' 대비의 상징처럼 활용했다.

당장 바꿀 수는 없는 건데, 현실적으로는 백신 걱정도 크다. 우선은 중국산 백신의 불투명한 효과가 문제이고, 1억여 명에 달하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낮은 접종률도 문제다. 오미크론의 경우 95% 이상의 사망자가 고령자에서 나오는데, 중국의 보건의료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면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중국 정책에 대한 걱정은 방역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와 사교육 업체 단속, 민간 부문에 대한 압력을 하나의 큰 기획으로 바라본다. 시진핑이 "최근 백 년 동안 보지 못한 대변혁, 새 발전 전략"이라고 부르는 변화 때문이란 것이다.

목적은 '공산당 중심 질서' 유지다.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과 부채 문제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민간 경제를 억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나 팽창하려는 기술기업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민간 IT 기술의 발전도 억압할 수 있다. 이 같은 판단은 미국 중심 서방 경제와의 분리에 대비한 준비일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다.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니, 중국 경제 둔화는 세계 공급망 병목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와 민간을 향한 억압을 반복할 때,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 차례 더 강해진다.


■ 푸틴과 시진핑의 인질이 된 2022년 세계 경제

경제가 두 권위주의 지도자에게 하찮은 문제여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자원, 곡물 수출은 포기할 수 없고, 중국 역시 경제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단지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체제의 생존'이다.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적으로 장악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자신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고, 정치 경제 군사적 자원을 모두 소진해서라도 이 전략적 이익을 달성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미·중 경쟁이라는 큰 도전 앞에서 공산당이 사회 전반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인민이 중국공산당을 확고히 신뢰할 때 가능하고, 따라서 시진핑은 체제 우월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라면 극도로 반시장적인 정책도 강행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세뇌와 감시, 억압'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는 바로 이 두 지도자의 '반 자본주의적인' 정책(믿음)의 인질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시대 이후의 시대가 도래하나?

사실 소련 붕괴 이후 30년 이상, 세계 경제는 '반 자본주의적' 압력 없이 작동했다. 중국도 러시아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와 자유무역, 세계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생존'했다.

이제 그 미국의 시대 약 30년이 지났고, 그 동안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떠올라버렸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수출로 국력을 회복한 뒤 '시대를 거스르는 지정학적 모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미국은 세계화의 부작용과 불평등, 대외 군사작전으로 국력을 소모하면서 예전의 위세를 잃어간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게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했고, 이들은 '전혀 다른 가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충분한 자유와 인권의 보장은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이 상태를 모든 나라가 지향하여야 할 규범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경제의 전면에 등장한 상황이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 권위주의 국가와의 공존이 지금부터의 '뉴노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해마다 ‘민주화 지수’를 발표한다. 대상은 167개국. 그 가운데 단 21개 나라만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나라는 16위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해도 민주진영은 74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조사 대상의 반이 안 된다. 반면 혼합체제(hybrid regime) 34개국, 권위주의 59개국을 합하면 93개다. 비민주주의 국가 수가 훨씬 많다.

비민주적 국가들이 민주화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민주화 지수의 글로벌 평균점수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2022년 기사 제목은 ‘글로벌 민주주의의 새로운 저점(A New Low for Global Democracy)’였다.

세계 전체로 보면 정치는 점점 더 민주화와는 먼 곳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 흐름의 한가운데, 권위주의 블록의 첨단에 이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이제 당분간, (좋든 싫든) '그들 없는 경제'는 불가능하다. 그들과 함께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제를 꾸려나가야 하는 게 지금부터 세계가 받아들여야 할 '뉴노멀'이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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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시진핑의 인질 된 세계경제, 이것이 ‘뉴노멀’
    • 입력 2022-05-30 07:00:37
    • 수정2022-05-30 07:14:27
    취재K
■ 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2005>는 우크라이나를 다룬 흔치 않은 2000년대 미국 영화다.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후손이 과거의 흔적을 찾는다. (원작은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 Everything is illuminated, 2002>)

영화는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시작해 서북부 루츠크와 인근으로 이동하는 인물들을 비춘다. '트라킴브로드'라는 루츠크 근처 가상의 '희생자 마을'을 찾는건데, 그래서 온 들판을 헤맨다. ( 우크라이나 서부는 유대인 밀집 거주지역이었고, 2차대전 당시 독일 점령기에 학살이 자행된 지역이다. )



주인공들이 뿌리를 찾아 헤매는 들판은 대개는 끝없이 펼쳐진 밀밭이다. 때때로 지평선 끝까지 들어찬 노란 해바라기밭도 등장한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 풍경, 2022년의 시각에서 무척 공교롭다.

세계(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 들판 지천에 널린 밀과 해바라기가 지금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이 작물들이 평소라면 우크라이나 최대의 교역항구인 오데사를 통해서 세계로 수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오데사를 바라본다, 푸틴의 입만 쳐다본다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세계는 지금 오데사를 바라본다. 오데사 항구 앞 사일로(곡물 저장고)에 담긴 밀과 해바라기 씨가 배에 실려 세계로 수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9%(5위), 세계 3대 식용유 원료인 해바라기 씨는 42%(1위)를 담당하는 농업 대국이다. 오데사 항구만 정상 가동된다면, 전쟁 이후 사실상 중단된 이 곡물 수출이 재개될 수 있고, 인플레 압력도 덜 수 있다.

그래서 세계는 푸틴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데사 항에서 곡물이 수출될 수 있게 러시아가 협조하기를 바란다. 러시아 협조 없이는 한 톨의 밀도 항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에 있는 막대한 병력 덕분이다. 전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러시아판 '토마호크',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과 육상에서 발사하는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은 흑해로 통하는 우크라이나 항구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항구 기반시설과 곡물 저장고를 파괴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폭격 당시 오데사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 운영 사업체 TIS 대표인 안드레이 스타브니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일로(곡물 저장고)가 이미 거의 다 차 있어서, 이대로라면 올해 수확할 곡물은 보관할 곳이 없다. 그러면 다 썩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데사 봉쇄 해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곡물 수송을 위해 'NATO가 곡물 운반선을 호위하게 하자', '흑해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자'는 등의 논의가 있지만, 해답은 안 된다. '핵보유국' 러시아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은 선택지에 놓을 수가 없다. 당장은 푸틴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푸틴이 '세계 식량 위기 극복에 기여 하겠다'는 발언을 하긴 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외무차관도 “(오데사) 항구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를 열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보도한다.

다만, 러시아는 조건을 달았다.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수출ㆍ금융 제재를 해제하라.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 앞에서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세계는 중국도 보고 있다, 시진핑의 의도를 알고 싶다

에너지와 곡물, 금속 등 상품 인플레이션 압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러시아의 푸틴이라면, 공산품과 중간재 공급망의 병목은 중국의 시진핑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중국도 바라본다. 오미크론 때문이다. 비교적 경미한 증상 뿐인 변이 앞에서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한다. 최대 상업 중심지 상하이를 한 달 넘게 봉쇄하더니 이제는 베이징이다. 멈출 기미가 없다. 중국이 '불필요한' 봉쇄와 강압적 생산 중단을 반복할 때마다 세계 산업계는 병목현상에 신음한다.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고수가 정치 일정 때문이라고 본다. 올 가을 시진핑 집권 3기를 안전하게 열기 위해서는 시진핑의 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필요한데 그 중심에 '제로 코로나'가 있단 얘기다.

중국은 서방보다 우수한 방역 정책을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희생자가 현저히 적다는 점을 선전했다. '혼란스런 서방과 질서있는 중국' 대비의 상징처럼 활용했다.

당장 바꿀 수는 없는 건데, 현실적으로는 백신 걱정도 크다. 우선은 중국산 백신의 불투명한 효과가 문제이고, 1억여 명에 달하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낮은 접종률도 문제다. 오미크론의 경우 95% 이상의 사망자가 고령자에서 나오는데, 중국의 보건의료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면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중국 정책에 대한 걱정은 방역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와 사교육 업체 단속, 민간 부문에 대한 압력을 하나의 큰 기획으로 바라본다. 시진핑이 "최근 백 년 동안 보지 못한 대변혁, 새 발전 전략"이라고 부르는 변화 때문이란 것이다.

목적은 '공산당 중심 질서' 유지다.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과 부채 문제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민간 경제를 억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나 팽창하려는 기술기업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민간 IT 기술의 발전도 억압할 수 있다. 이 같은 판단은 미국 중심 서방 경제와의 분리에 대비한 준비일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다.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니, 중국 경제 둔화는 세계 공급망 병목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와 민간을 향한 억압을 반복할 때,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 차례 더 강해진다.


■ 푸틴과 시진핑의 인질이 된 2022년 세계 경제

경제가 두 권위주의 지도자에게 하찮은 문제여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자원, 곡물 수출은 포기할 수 없고, 중국 역시 경제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단지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체제의 생존'이다.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적으로 장악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자신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고, 정치 경제 군사적 자원을 모두 소진해서라도 이 전략적 이익을 달성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미·중 경쟁이라는 큰 도전 앞에서 공산당이 사회 전반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인민이 중국공산당을 확고히 신뢰할 때 가능하고, 따라서 시진핑은 체제 우월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라면 극도로 반시장적인 정책도 강행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세뇌와 감시, 억압'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는 바로 이 두 지도자의 '반 자본주의적인' 정책(믿음)의 인질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시대 이후의 시대가 도래하나?

사실 소련 붕괴 이후 30년 이상, 세계 경제는 '반 자본주의적' 압력 없이 작동했다. 중국도 러시아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와 자유무역, 세계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생존'했다.

이제 그 미국의 시대 약 30년이 지났고, 그 동안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떠올라버렸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수출로 국력을 회복한 뒤 '시대를 거스르는 지정학적 모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미국은 세계화의 부작용과 불평등, 대외 군사작전으로 국력을 소모하면서 예전의 위세를 잃어간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게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했고, 이들은 '전혀 다른 가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충분한 자유와 인권의 보장은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이 상태를 모든 나라가 지향하여야 할 규범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경제의 전면에 등장한 상황이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 권위주의 국가와의 공존이 지금부터의 '뉴노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해마다 ‘민주화 지수’를 발표한다. 대상은 167개국. 그 가운데 단 21개 나라만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나라는 16위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다)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해도 민주진영은 74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조사 대상의 반이 안 된다. 반면 혼합체제(hybrid regime) 34개국, 권위주의 59개국을 합하면 93개다. 비민주주의 국가 수가 훨씬 많다.

비민주적 국가들이 민주화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민주화 지수의 글로벌 평균점수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2022년 기사 제목은 ‘글로벌 민주주의의 새로운 저점(A New Low for Global Democracy)’였다.

세계 전체로 보면 정치는 점점 더 민주화와는 먼 곳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 흐름의 한가운데, 권위주의 블록의 첨단에 이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이제 당분간, (좋든 싫든) '그들 없는 경제'는 불가능하다. 그들과 함께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제를 꾸려나가야 하는 게 지금부터 세계가 받아들여야 할 '뉴노멀'이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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