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압수수색당한 ‘강남 안과’…소개받은 환자만 1만 명?

입력 2022.05.30 (14:48) 수정 2022.07.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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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서울 강남의 A 안과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였습니다. A안과는 브로커 업체를 통해 백내장 수술 환자를 소개받고 그 대가를 광고비 형태로 지급하면서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같은 날 브로커 업체 6곳도 함께 압수수색했습니다.

[관련기사] 브로커가 백내장 환자 알선…안과 압수수색에 세무조사까지

일부 안과와 환자 알선 브로커의 유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브로커가 아예 업체를 차려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그런데 안과가 브로커 업체와의 유착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 강남 B안과 원장, 이미 의료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지난 23일 B 안과를 방문했던 KBS 취재진지난 23일 B 안과를 방문했던 KBS 취재진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달 17일 강남 B안과의 원장 1명과 브로커 10여 명의 사건을 서울 북부지검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A안과와 마찬가지로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광고비 형태로 그 대가를 주고받으며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습니다.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27조3항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 88조
27조 3항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안과 원장은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브로커 업체로부터 백내장 환자 147명을 소개받고, 수술비의 약 20%인 3억 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브로커 업체 대표 등도 역시 송치됐고, 이 안과와 브로커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 안과가 불법 알선 대가를 경비(광고비)로 처리해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A안과 브로커 지급 알선비만 200억 원대"..소개받은 환자는 1만 명?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A안과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브로커 업체들에 광고비 명목으로 지급한 수수료만 2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브로커 업체들을 통해 A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한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중랑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은 B안과가 브로커 업체에 3억 원을 주고 147명을 소개받았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략적인 숫자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A안과가 지급한 수수료를 200억 원이라고만 해도 B안과의 66.7배나 됩니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147명의 66.7배가량 되는 9,800명 넘는 환자를 소개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경찰이 200억 원대로 파악하고 있는 금액을 최소치인 200억 원으로 봤을 때 9,800명으로 나왔으니, 브로커를 통해 A안과에서 수술한 환자가 약 1만 명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 "올 1분기 실손보험금 중 12%가 백내장...수술은 대형 안과에 집중"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수수료까지 떼어준 상황에서 하는 진료는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브로커를 통해 비급여 보장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를 소개받아 천만 원대 백내장 수술을 하고, 그 수익을 브로커와 나누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는 게 보험사 설명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요 10개 손해보험사 전체 지급 보험금 2조2,244억 원 중 12.1%가 백내장 수술비였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수술은 A 안과와 같은 대형 안과에 집중돼 있습니다.

4개 주요 보험사에서 안과들에 지급한 백내장 관련 보험금을 살펴보니 올해 1분기 상위 10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이 평균 49억 원으로 그 외 나머지 900여 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의 28.8배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비용은 모두 실손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치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리게 합니다. 결국, 돈은 안과와 브로커가 벌고, 애꿎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모양새가 됩니다.

■ 수술하고도 보험금 못 받는 환자가 가장 큰 피해자

보험사들은 최근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브로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금 지급 심사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의사에게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고 수술을 받았음에도, 이미 가입했던 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카카오톡 등 SNS 단체 대화방에 모여 있는 피해자만 수백 명입니다.

[관련기사] “의사 말 믿은 게 잘못?”…보험금 미지급에 환자 분통

특히 개인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뒤, 보험사나 병원을 상대로 다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로 인한 백내장 수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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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압수수색당한 ‘강남 안과’…소개받은 환자만 1만 명?
    • 입력 2022-05-30 14:48:43
    • 수정2022-07-25 08:16:45
    취재후·사건후

27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서울 강남의 A 안과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였습니다. A안과는 브로커 업체를 통해 백내장 수술 환자를 소개받고 그 대가를 광고비 형태로 지급하면서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같은 날 브로커 업체 6곳도 함께 압수수색했습니다.

[관련기사] 브로커가 백내장 환자 알선…안과 압수수색에 세무조사까지

일부 안과와 환자 알선 브로커의 유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브로커가 아예 업체를 차려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그런데 안과가 브로커 업체와의 유착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 강남 B안과 원장, 이미 의료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지난 23일 B 안과를 방문했던 KBS 취재진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달 17일 강남 B안과의 원장 1명과 브로커 10여 명의 사건을 서울 북부지검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A안과와 마찬가지로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광고비 형태로 그 대가를 주고받으며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습니다.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27조3항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 88조
27조 3항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안과 원장은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브로커 업체로부터 백내장 환자 147명을 소개받고, 수술비의 약 20%인 3억 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브로커 업체 대표 등도 역시 송치됐고, 이 안과와 브로커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 안과가 불법 알선 대가를 경비(광고비)로 처리해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A안과 브로커 지급 알선비만 200억 원대"..소개받은 환자는 1만 명?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A안과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브로커 업체들에 광고비 명목으로 지급한 수수료만 2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브로커 업체들을 통해 A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한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중랑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은 B안과가 브로커 업체에 3억 원을 주고 147명을 소개받았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략적인 숫자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A안과가 지급한 수수료를 200억 원이라고만 해도 B안과의 66.7배나 됩니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147명의 66.7배가량 되는 9,800명 넘는 환자를 소개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경찰이 200억 원대로 파악하고 있는 금액을 최소치인 200억 원으로 봤을 때 9,800명으로 나왔으니, 브로커를 통해 A안과에서 수술한 환자가 약 1만 명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 "올 1분기 실손보험금 중 12%가 백내장...수술은 대형 안과에 집중"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수수료까지 떼어준 상황에서 하는 진료는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브로커를 통해 비급여 보장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를 소개받아 천만 원대 백내장 수술을 하고, 그 수익을 브로커와 나누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는 게 보험사 설명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요 10개 손해보험사 전체 지급 보험금 2조2,244억 원 중 12.1%가 백내장 수술비였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수술은 A 안과와 같은 대형 안과에 집중돼 있습니다.

4개 주요 보험사에서 안과들에 지급한 백내장 관련 보험금을 살펴보니 올해 1분기 상위 10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이 평균 49억 원으로 그 외 나머지 900여 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의 28.8배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비용은 모두 실손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치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리게 합니다. 결국, 돈은 안과와 브로커가 벌고, 애꿎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모양새가 됩니다.

■ 수술하고도 보험금 못 받는 환자가 가장 큰 피해자

보험사들은 최근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브로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금 지급 심사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의사에게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고 수술을 받았음에도, 이미 가입했던 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카카오톡 등 SNS 단체 대화방에 모여 있는 피해자만 수백 명입니다.

[관련기사] “의사 말 믿은 게 잘못?”…보험금 미지급에 환자 분통

특히 개인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뒤, 보험사나 병원을 상대로 다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로 인한 백내장 수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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