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칸 영화제, 한국이 열고 닫았다…제2의 박찬욱‧송강호 나오려면?

입력 2022.05.30 (17:52) 수정 2022.05.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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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ET WHY?
■ 방송시간 : 5월30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강유정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05.30

[앵커]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월드스타 송강호가 귀국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칸의 남자임을 입증했습니다. 아카데미를 석권하고 또 칸에서 감독, 배우상을 동시에 배출하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강유정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코로나로 참 힘들었던 곳이 바로 영화계였는데 언제 힘들었더라, 하는 순간적인 기억상실증이 들 정도로 큰 이벤트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

[답변]
기대는 했죠. 2개 부문 이상 수상하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라고 조금은 어렵게 예상했는데 이번에 현실이 돼서 저도 놀랐습니다.

[앵커]
2개의 큰 상이 한 작품이 아닌 2개의 작품, 각각에서 나왔다는 것도 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답변]
칸은 원래 중복적으로 한 작품에 대해서 여러 상을 몰아주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있기 때문에 작품 2개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는 건 지역적 안배라거나 혹은 한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분배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 두 작품 모두 중요하다는 어떤 가치 평가에 대한 인증 작용이다, 라고 보셔도 될 듯합니다.

[앵커]
작품에 대한 경쟁력만을 보고 내린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군요?

[답변]
그렇죠. 맞습니다.

[앵커]
그런데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큰 시상 소식이 들리면 일회성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었잖아요. 마치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네, 하는 그런 식? 그런데 어떻게 보세요? 이제는 좀 추세다, 이렇게 봐도 되는 겁니까?

[답변]
조금 나열만 해봐도 알 수 있는데요. 2019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그다음에 바로 아카데미상에서 주요 4개 부문을 받고, 한편으로는 미나리가 또 받고 그리고 이정재 배우가 OTT지만 배우상을 받고, 계속 이어져온다는 건 이제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 나오는 어떤 문화 상품들을 세계가 주목해서 보고 있고 여기에서 되게 중요성을 판가름해야 되겠구나, 라고 해서 흐름을 보는 어떤 판단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굉장히 전망을 긍정적으로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특히 박찬욱 감독은 세 번이나 칸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유럽인들 왜 이렇게 박찬욱 감독 좋아하는 거예요?

[답변]
영화가 예술일 수 있고 혹은 오락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예술로서의 영화의 한 끝에 박찬욱 감독이 있다고 해서 시네스트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시네 아티스트라고 봅니다, 영화를 아주 예술적으로 만드는. 그래서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예술로 사랑한다면 박찬욱 감독 영화를 봐야만 하고 그를 모르면 안 된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별명도 깐느 박이라고 하는데.

[답변]
맞습니다.

[앵커]
박찬욱 감독의 작품, 헤어질 결심 평점을 보면 4점 만점에 3.2점이었거든요? 꽤 높은 점수인데도 왜 황금종려상은 받지 못했을까요?

[답변]
좀 아쉽게도 여러 가지 칸의 정치적인 안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2018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감독,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한국 감독, 이러다 보니 너무 연속적으로 동아시아 감독에게 수상하는 것이 아니냐,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또 한편으로 굉장히 예술적인 감각이 높지만 이번에 황금종려상 받은 작품을 보자면 유럽 내부의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유럽이다, 라는 좀 안배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앵커]
사회적 메시지와 하여튼 예술적인 전위성을 좀 퐁당퐁당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칸은.

[답변]
맞습니다.

[앵커]
송강호 같은 배우는 우리가 흔히 배우 자체가 장르다, 라는 말을 하잖아요?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 한국 영화가 요즘은 이런 추세다, 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답변]
왜냐하면 한국적 연기를 보여준다는 건 한국 영화의 뉘앙스라든가 한국 영화에 대한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송강호 배우 연기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4관왕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송강호 씨가 주연상을 못 받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1인치 자막의 장벽이라는 게 무너졌다는 걸 바로 송강호 배우의 수상으로도 알 수 있는 그런 현상입니다.

[앵커]
특히 우리만 느낄 수 있는 말의 뉘앙스를 잘 드러내는 배우잖아요.

[답변]
맞아요.

[앵커]
외국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그 뉘앙스의 차이를 알 수 있었을까요?

[답변]
그만큼 한국의 문화 콘텐츠, 한국 영화, 드라마에 익숙해진 거죠. 그래서 송강호 배우가 보여주는 소위 말하는 뜨뜻미지근한 그런 냉소적 연기가, 이게 바로 한국 영화의 문법이구나, 이해하다 보니까 잘 모르겠을 연기가 아니라 저게 바로 한국인들이 말하는 최고의 송강호 연기구나, 라는 것에 동의를 했다. 그래서 수상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또 하나의 의미를 좀 찾아보자면, 예전에는 좀 소위 말해서 뜨는 배우, 뜨는 감독들이 있으면 한류 들어갔잖아요.

[답변]
맞아요.

[앵커]
이제는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래서 영화 브로커 같은 경우는 감독이 일본 사람이고,

[답변]
맞습니다.

[앵커]
또 헤어질 결심의 여배우는 중국 출신의 탕웨이,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답변]
말 그대로 할리우드로 간 이유가 뭘까요? 할리우드가 가장 영화를 만들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고 영화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해서 감독이 오기만 하면 한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이 거의 최고 수준이고 배우들의 연기 수준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까 한국에 가면 동아시아의 할리우드로서 영화를 만들기 좋다는 어떤 공통의 인식이 있다는 걸 반영하는 그런 결과입니다.

[앵커]
어쨌든 이 영화가 좀 국내에서 흥행을 해야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달 안에 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예상하세요? 흥행 돌풍 이어갈 수 있을까요?

[답변]
한국의 영화가 성공하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한국 관객의 힘도 큽니다. 원래 세계적인 영화제의 영화상을 받으면 어려운 영화라서 대중들이 멀리하기 마련인데요. 한국의 관객들은 특이합니다. 어려운 영화지만 꼭 봐야겠다고 오히려 의지를 불태우기 때문에 이 영화들은 한국에서 굉장히 흥행하게 될 것이고, 기생충이 1,000만 넘었잖아요. 이번에도 꽤 좋은 흥행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앵커]
예전에는 그런 분들 있었잖아요. 나는 밥을 못 먹어도 영화만 만들면 좋아요, 하는 어떤 열정만으로 채워지던 게 이 영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이 시장, 그러니까 콘텐츠 시장 안에 비즈니스맨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조직화를 할 것이냐, 기업 공개, IPO를 할 것이냐, 파이낸싱을 할 것이냐, 이제는 좀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 미디어를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매출 규모를 봐도 벌써 콘텐츠 산업이 한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서 한 3위 정도로 올라갔거든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계속 갈까요? 아니면 오히려 또 더 올라갈 수도 있을까요?

[답변]
저는 아직 시작 단계다, 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콘텐츠의 한 단계, 그러니까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되지 않은 웹툰이나 웹소설 형태의 이야기들이 훨씬 많고요, IP들이. 이것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바뀔 때 만들어지는 부대 효과, 그리고 한편으로 관광이라든가 유사 2차 상품으로 만들어질 것도 굉장히 넓은, 소위 말해서 아직은 원형적인 원시적 형태의 IP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 산업적인 확장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은 이제 시작이다,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80년대 홍콩 영화 한때 굉장히 붐이 있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극장가는 물론이고 음료수, 초콜릿, 거의 홍콩 배우들이 도배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 전혀 그런 거 찾을 수가 없다는 거죠. 우리 한국 영화가 그런 전철을 답습할 그런 우려, 이런 거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답변]
앵커님도 첩혈쌍웅과 지존무상이 구분이 잘 안 가지 않으십니까? 네 글자짜리.

[앵커]
그렇죠. 우리 흔히 말하는 자기 복제.

[답변]
맞습니다. 이렇게 홍콩 영화가 가장 큰 위협에 처했던 것은 영화들이 계속해서 비슷했고 배우들도 비슷하다 보니까 어디에서 본 듯하다는 기시감 때문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겁니다. 그러나 한국은 드라마면 드라마, 웹툰이면 웹툰 그리고 좀비물, 여러 가지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자기 복제에 쉽게 빠지지 않는 게 지금까지 입증이 됐고, 그런 점에서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는 기분 좋은 전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결국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사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뻔하다는 거.

[답변]
맞습니다.

[앵커]
앞으로 우리 시장이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뻔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창의적인 그런 원천 소스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할 텐데, 그런 어떤 밸류 체인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시나요?

[답변]
30년 전 아주 엉뚱하게 다소 기괴한 영화를 만들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발굴했던 것처럼 지금도 당장에 수익이 되지 않고 명예는 주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젊은 어떤 예술가들을 계속 지원하고 바라봐주고 관객들도 소비해준다면 저는 제2의 박찬욱, 제2의 송강호는 끊임없이 나올 거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어쨌든 이번 수상의 쾌거는 웬만하면 만족을 못 하는 우리 깐깐한 관객들.

[답변]
맞아요. 맞습니다.

[앵커]
그리고 배우, 감독들이 같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ET WHY, 강유정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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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30 17:52:17
    • 수정2022-05-30 1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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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월드스타 송강호가 귀국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칸의 남자임을 입증했습니다. 아카데미를 석권하고 또 칸에서 감독, 배우상을 동시에 배출하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강유정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코로나로 참 힘들었던 곳이 바로 영화계였는데 언제 힘들었더라, 하는 순간적인 기억상실증이 들 정도로 큰 이벤트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

[답변]
기대는 했죠. 2개 부문 이상 수상하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라고 조금은 어렵게 예상했는데 이번에 현실이 돼서 저도 놀랐습니다.

[앵커]
2개의 큰 상이 한 작품이 아닌 2개의 작품, 각각에서 나왔다는 것도 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답변]
칸은 원래 중복적으로 한 작품에 대해서 여러 상을 몰아주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있기 때문에 작품 2개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는 건 지역적 안배라거나 혹은 한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분배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 두 작품 모두 중요하다는 어떤 가치 평가에 대한 인증 작용이다, 라고 보셔도 될 듯합니다.

[앵커]
작품에 대한 경쟁력만을 보고 내린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군요?

[답변]
그렇죠. 맞습니다.

[앵커]
그런데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큰 시상 소식이 들리면 일회성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었잖아요. 마치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네, 하는 그런 식? 그런데 어떻게 보세요? 이제는 좀 추세다, 이렇게 봐도 되는 겁니까?

[답변]
조금 나열만 해봐도 알 수 있는데요. 2019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그다음에 바로 아카데미상에서 주요 4개 부문을 받고, 한편으로는 미나리가 또 받고 그리고 이정재 배우가 OTT지만 배우상을 받고, 계속 이어져온다는 건 이제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 나오는 어떤 문화 상품들을 세계가 주목해서 보고 있고 여기에서 되게 중요성을 판가름해야 되겠구나, 라고 해서 흐름을 보는 어떤 판단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굉장히 전망을 긍정적으로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특히 박찬욱 감독은 세 번이나 칸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유럽인들 왜 이렇게 박찬욱 감독 좋아하는 거예요?

[답변]
영화가 예술일 수 있고 혹은 오락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예술로서의 영화의 한 끝에 박찬욱 감독이 있다고 해서 시네스트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시네 아티스트라고 봅니다, 영화를 아주 예술적으로 만드는. 그래서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예술로 사랑한다면 박찬욱 감독 영화를 봐야만 하고 그를 모르면 안 된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별명도 깐느 박이라고 하는데.

[답변]
맞습니다.

[앵커]
박찬욱 감독의 작품, 헤어질 결심 평점을 보면 4점 만점에 3.2점이었거든요? 꽤 높은 점수인데도 왜 황금종려상은 받지 못했을까요?

[답변]
좀 아쉽게도 여러 가지 칸의 정치적인 안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2018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감독,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한국 감독, 이러다 보니 너무 연속적으로 동아시아 감독에게 수상하는 것이 아니냐,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또 한편으로 굉장히 예술적인 감각이 높지만 이번에 황금종려상 받은 작품을 보자면 유럽 내부의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유럽이다, 라는 좀 안배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앵커]
사회적 메시지와 하여튼 예술적인 전위성을 좀 퐁당퐁당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칸은.

[답변]
맞습니다.

[앵커]
송강호 같은 배우는 우리가 흔히 배우 자체가 장르다, 라는 말을 하잖아요?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 한국 영화가 요즘은 이런 추세다, 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답변]
왜냐하면 한국적 연기를 보여준다는 건 한국 영화의 뉘앙스라든가 한국 영화에 대한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송강호 배우 연기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4관왕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송강호 씨가 주연상을 못 받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1인치 자막의 장벽이라는 게 무너졌다는 걸 바로 송강호 배우의 수상으로도 알 수 있는 그런 현상입니다.

[앵커]
특히 우리만 느낄 수 있는 말의 뉘앙스를 잘 드러내는 배우잖아요.

[답변]
맞아요.

[앵커]
외국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그 뉘앙스의 차이를 알 수 있었을까요?

[답변]
그만큼 한국의 문화 콘텐츠, 한국 영화, 드라마에 익숙해진 거죠. 그래서 송강호 배우가 보여주는 소위 말하는 뜨뜻미지근한 그런 냉소적 연기가, 이게 바로 한국 영화의 문법이구나, 이해하다 보니까 잘 모르겠을 연기가 아니라 저게 바로 한국인들이 말하는 최고의 송강호 연기구나, 라는 것에 동의를 했다. 그래서 수상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또 하나의 의미를 좀 찾아보자면, 예전에는 좀 소위 말해서 뜨는 배우, 뜨는 감독들이 있으면 한류 들어갔잖아요.

[답변]
맞아요.

[앵커]
이제는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래서 영화 브로커 같은 경우는 감독이 일본 사람이고,

[답변]
맞습니다.

[앵커]
또 헤어질 결심의 여배우는 중국 출신의 탕웨이,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답변]
말 그대로 할리우드로 간 이유가 뭘까요? 할리우드가 가장 영화를 만들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고 영화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해서 감독이 오기만 하면 한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이 거의 최고 수준이고 배우들의 연기 수준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까 한국에 가면 동아시아의 할리우드로서 영화를 만들기 좋다는 어떤 공통의 인식이 있다는 걸 반영하는 그런 결과입니다.

[앵커]
어쨌든 이 영화가 좀 국내에서 흥행을 해야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달 안에 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예상하세요? 흥행 돌풍 이어갈 수 있을까요?

[답변]
한국의 영화가 성공하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한국 관객의 힘도 큽니다. 원래 세계적인 영화제의 영화상을 받으면 어려운 영화라서 대중들이 멀리하기 마련인데요. 한국의 관객들은 특이합니다. 어려운 영화지만 꼭 봐야겠다고 오히려 의지를 불태우기 때문에 이 영화들은 한국에서 굉장히 흥행하게 될 것이고, 기생충이 1,000만 넘었잖아요. 이번에도 꽤 좋은 흥행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앵커]
예전에는 그런 분들 있었잖아요. 나는 밥을 못 먹어도 영화만 만들면 좋아요, 하는 어떤 열정만으로 채워지던 게 이 영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이 시장, 그러니까 콘텐츠 시장 안에 비즈니스맨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조직화를 할 것이냐, 기업 공개, IPO를 할 것이냐, 파이낸싱을 할 것이냐, 이제는 좀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 미디어를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매출 규모를 봐도 벌써 콘텐츠 산업이 한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서 한 3위 정도로 올라갔거든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계속 갈까요? 아니면 오히려 또 더 올라갈 수도 있을까요?

[답변]
저는 아직 시작 단계다, 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콘텐츠의 한 단계, 그러니까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되지 않은 웹툰이나 웹소설 형태의 이야기들이 훨씬 많고요, IP들이. 이것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바뀔 때 만들어지는 부대 효과, 그리고 한편으로 관광이라든가 유사 2차 상품으로 만들어질 것도 굉장히 넓은, 소위 말해서 아직은 원형적인 원시적 형태의 IP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 산업적인 확장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은 이제 시작이다,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80년대 홍콩 영화 한때 굉장히 붐이 있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극장가는 물론이고 음료수, 초콜릿, 거의 홍콩 배우들이 도배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 전혀 그런 거 찾을 수가 없다는 거죠. 우리 한국 영화가 그런 전철을 답습할 그런 우려, 이런 거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답변]
앵커님도 첩혈쌍웅과 지존무상이 구분이 잘 안 가지 않으십니까? 네 글자짜리.

[앵커]
그렇죠. 우리 흔히 말하는 자기 복제.

[답변]
맞습니다. 이렇게 홍콩 영화가 가장 큰 위협에 처했던 것은 영화들이 계속해서 비슷했고 배우들도 비슷하다 보니까 어디에서 본 듯하다는 기시감 때문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겁니다. 그러나 한국은 드라마면 드라마, 웹툰이면 웹툰 그리고 좀비물, 여러 가지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자기 복제에 쉽게 빠지지 않는 게 지금까지 입증이 됐고, 그런 점에서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는 기분 좋은 전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결국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사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뻔하다는 거.

[답변]
맞습니다.

[앵커]
앞으로 우리 시장이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뻔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창의적인 그런 원천 소스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할 텐데, 그런 어떤 밸류 체인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시나요?

[답변]
30년 전 아주 엉뚱하게 다소 기괴한 영화를 만들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발굴했던 것처럼 지금도 당장에 수익이 되지 않고 명예는 주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젊은 어떤 예술가들을 계속 지원하고 바라봐주고 관객들도 소비해준다면 저는 제2의 박찬욱, 제2의 송강호는 끊임없이 나올 거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어쨌든 이번 수상의 쾌거는 웬만하면 만족을 못 하는 우리 깐깐한 관객들.

[답변]
맞아요. 맞습니다.

[앵커]
그리고 배우, 감독들이 같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ET WHY, 강유정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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