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분실’ 101경비단…내부 사정은 ‘폭발’ 직전?

입력 2022.05.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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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을 지키는 특수조직 101경비단

경찰 내부에서도 베일에 싸인 집단. 최근 연일 비난의 화살을 맞는 조직. 바로 101경비단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데, 과거 청와대는 물론 최근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서 흰색 제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들이 101경비단입니다.


VIP 시설 경비를 맡는 업무 특성상 소속 직원과 임무 내용 등은 비밀에 부쳐집니다. 경찰 안의 특수 조직으로, 채용 절차도 따로 존재합니다.

'4개 대대 6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무 강도도 높고, 엄격한 규율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내부 직원 대부분은 VIP를 최근접에서 경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탄 6발을 분실한 특수팀…"기강 해이" 비난

하지만 최근 이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달 18일, 101경비단 소속 A 순경이 근무 도중 실탄을 잃어버린 겁니다. A 순경은 임용을 2~3개월 앞둔 '시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월 26일 KBS 9뉴스5월 26일 KBS 9뉴스

A 순경이 분실한 건 38구경 권총 실탄 6발이 들어있는 '총알 집'. 근무교대 과정에서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경찰은 즉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금속 탐지기는 물론 경찰견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러다 CCTV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당시 A 순경이 근무했던 곳 근처에서 한 현역 군인이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는 행동을 하는 장면을 확인한 겁니다.

경찰은 이 군인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조사 결과, 화면 속의 물건은 '총알 집'이 아니라 '이어폰'으로 밝혀졌습니다.

다시 미궁에 빠진 수사. 경찰은 매일 같이 대통령실 주변을 이 잡듯 뒤지고 있지만, 실탄 6발이 담긴 '총알 집'의 행방은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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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 인원만 추린 101경비단에서 발생한 실탄 분실 사건.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근무 기강 해이' 를 지적하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 내부자 증언 "우리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개인의 일탈, 기강 문제일 수도 있죠. 하지만 내부 직원들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익명의 제보였습니다. 신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던 제보자를 설득해 수차례 통화했고, 설득 끝에 직접 만났습니다.

확인 결과 어렵게 마주한 직원은 현직 101경비대 소속 경찰 B 씨였습니다.

B 씨는 현재 101경비단 근무자들이 '총알 집'을 잃어버려도 알지 못할 만큼, 직원 상당수가 극심한 신체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대통령 집무 이전을 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대규모 이사 과정에서 101경비단의 근무 환경이 이전 청와대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폐건물에서 생활하고 박스를 사물함으로 쓰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낡아서 버려지다시피 한 국방부 내 3층짜리 '폐건물'에서 생활합니다. 또, 밤샘 근무가 일상화된 직원들이 잠을 자야 하는 생활관은 악취가 가득하고, 이불과 베개 하나를 수백 명이 돌려쓰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 상당수가 생활관 대신 외부 창고 바닥을 침대 삼아 누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철야근무가 잦은 타격대 직원들은 쉴 곳이 없어 승합차 안에서 24시간을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 씨는 청와대에서 이사할 때 가져왔던 택배박스를 개인 사물함으로 삼아 사용하는 근무 환경을 마주할 때마다 '자부심' 대신 '자괴감'이 들고,

대통령의 안위를 지키고 있는 자신들이 정작 개개인의 안위는 뒤로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달에 340시간 근무"…살인적인 강도에 불만 '부글부글'

근무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B 씨는 "5월 근무 시간을 계산해보니 '340시간'이 나왔다"며,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습니다.

청와대를 이전하면서 대통령 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대대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든 탓입니다.

B 씨는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경호하는 실질적인 인력은 줄었지만, 해야 하는 일은 체감상 곱절로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방부에 드나드는 외부인 감시 업무를 꼽았습니다.

현재 국방부에 외부인이 들어올 때는 보안 등의 이유로 경비대원들이 1대1로 붙어 감시합니다. 그런데 집무실 이전으로 이 감시 업무가 늘어난 겁니다.

B 씨는 "최근 이전으로 인한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외부인 출입이 부쩍 늘었는데, 전적으로 101경비대가 모든 걸 도맡아 일하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평시 인력으로는 감당이 안 돼, 밤을 꼬박 새우며 25시간 이상 근무를 한 직원이 퇴근길에 다시 일하러 들어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01경비단 내부에서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B 씨는 "진급 인사권을 빌미로 자행되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모든 게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외부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는 내부 분위기상 이 같은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증언은 또 있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만난 또 다른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 C 씨 역시, 폐쇄적인 101경비단 문화와 열악한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C 씨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근무와 조건 등이 열악해졌지만, 그중 101경비단은 그 강도가 훨씬 더 하다"며 "근무 중에 101경비단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KBS는 101경비단이 소속된 대통령 경호처에 문의했지만, 경호처 측은 업무 소관과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사실 여부 확인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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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탄 분실’ 101경비단…내부 사정은 ‘폭발’ 직전?
    • 입력 2022-05-30 18:50:22
    취재K

■대통령 집무실을 지키는 특수조직 101경비단

경찰 내부에서도 베일에 싸인 집단. 최근 연일 비난의 화살을 맞는 조직. 바로 101경비단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데, 과거 청와대는 물론 최근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에서 흰색 제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들이 101경비단입니다.


VIP 시설 경비를 맡는 업무 특성상 소속 직원과 임무 내용 등은 비밀에 부쳐집니다. 경찰 안의 특수 조직으로, 채용 절차도 따로 존재합니다.

'4개 대대 6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무 강도도 높고, 엄격한 규율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내부 직원 대부분은 VIP를 최근접에서 경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탄 6발을 분실한 특수팀…"기강 해이" 비난

하지만 최근 이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달 18일, 101경비단 소속 A 순경이 근무 도중 실탄을 잃어버린 겁니다. A 순경은 임용을 2~3개월 앞둔 '시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월 26일 KBS 9뉴스
A 순경이 분실한 건 38구경 권총 실탄 6발이 들어있는 '총알 집'. 근무교대 과정에서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경찰은 즉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금속 탐지기는 물론 경찰견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러다 CCTV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당시 A 순경이 근무했던 곳 근처에서 한 현역 군인이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는 행동을 하는 장면을 확인한 겁니다.

경찰은 이 군인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조사 결과, 화면 속의 물건은 '총알 집'이 아니라 '이어폰'으로 밝혀졌습니다.

다시 미궁에 빠진 수사. 경찰은 매일 같이 대통령실 주변을 이 잡듯 뒤지고 있지만, 실탄 6발이 담긴 '총알 집'의 행방은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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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자 증언 "우리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개인의 일탈, 기강 문제일 수도 있죠. 하지만 내부 직원들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익명의 제보였습니다. 신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던 제보자를 설득해 수차례 통화했고, 설득 끝에 직접 만났습니다.

확인 결과 어렵게 마주한 직원은 현직 101경비대 소속 경찰 B 씨였습니다.

B 씨는 현재 101경비단 근무자들이 '총알 집'을 잃어버려도 알지 못할 만큼, 직원 상당수가 극심한 신체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대통령 집무 이전을 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대규모 이사 과정에서 101경비단의 근무 환경이 이전 청와대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폐건물에서 생활하고 박스를 사물함으로 쓰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낡아서 버려지다시피 한 국방부 내 3층짜리 '폐건물'에서 생활합니다. 또, 밤샘 근무가 일상화된 직원들이 잠을 자야 하는 생활관은 악취가 가득하고, 이불과 베개 하나를 수백 명이 돌려쓰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 상당수가 생활관 대신 외부 창고 바닥을 침대 삼아 누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철야근무가 잦은 타격대 직원들은 쉴 곳이 없어 승합차 안에서 24시간을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 씨는 청와대에서 이사할 때 가져왔던 택배박스를 개인 사물함으로 삼아 사용하는 근무 환경을 마주할 때마다 '자부심' 대신 '자괴감'이 들고,

대통령의 안위를 지키고 있는 자신들이 정작 개개인의 안위는 뒤로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달에 340시간 근무"…살인적인 강도에 불만 '부글부글'

근무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B 씨는 "5월 근무 시간을 계산해보니 '340시간'이 나왔다"며,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습니다.

청와대를 이전하면서 대통령 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대대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든 탓입니다.

B 씨는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경호하는 실질적인 인력은 줄었지만, 해야 하는 일은 체감상 곱절로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방부에 드나드는 외부인 감시 업무를 꼽았습니다.

현재 국방부에 외부인이 들어올 때는 보안 등의 이유로 경비대원들이 1대1로 붙어 감시합니다. 그런데 집무실 이전으로 이 감시 업무가 늘어난 겁니다.

B 씨는 "최근 이전으로 인한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외부인 출입이 부쩍 늘었는데, 전적으로 101경비대가 모든 걸 도맡아 일하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평시 인력으로는 감당이 안 돼, 밤을 꼬박 새우며 25시간 이상 근무를 한 직원이 퇴근길에 다시 일하러 들어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01경비단 내부에서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B 씨는 "진급 인사권을 빌미로 자행되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모든 게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외부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는 내부 분위기상 이 같은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증언은 또 있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만난 또 다른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 C 씨 역시, 폐쇄적인 101경비단 문화와 열악한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C 씨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근무와 조건 등이 열악해졌지만, 그중 101경비단은 그 강도가 훨씬 더 하다"며 "근무 중에 101경비단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KBS는 101경비단이 소속된 대통령 경호처에 문의했지만, 경호처 측은 업무 소관과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사실 여부 확인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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