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배달노동자도 산재 적용…‘전속성’ 14년 만에 폐지

입력 2022.05.31 (12:49) 수정 2022.05.3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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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 노동자들도 많아졌는데요.

속도 경쟁 속에 사고도 잦지만, 산재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내년에는 6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추가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 '배달 앱'들, 지난 2년 동안 특히 많이 이용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요.

외식을 못하니까 대신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습니다.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 노동자인 '라이더'도 훌쩍 늘었습니다.

42만 명이 넘는데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속도 경쟁이 불붙었죠.

서울 영등포의 한 교차로입니다.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량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요.

요리조리 차선을 수시로 바꿔가며 앞차를 추월합니다.

불법 유턴, 정지선 침범도 자주 목격됩니다.

덩달아 사고도 증가했습니다.

2017년 두 명이던 배달노동자 사망 사고는 지난해 9배로 늘었습니다.

산재보험을 인정받은 경우만 집계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450명이 넘습니다.

산재보험을 들지 않은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실제 배달 노동자 사망 사고는 훨씬 더 많을 거로 추정됩니다.

서울에서 이륜차를 몰다 사고로 숨진 10명 가운데 6명이 배달업 종사자였는데요.

산업재해를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한 배달 노동자는 신호를 받고 출발했지만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택시와 부딪쳤고요.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죽을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대화하자!"]

동료를 떠나 보낸 배달노동자들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 : "배달플랫폼 사에 의해서 속도 경쟁을 강요당한 것이 배달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몹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보통 두 곳 이상의 배달업체에서 일감을 받습니다.

한 곳만으로는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배달 노동자 :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쿠팡도 하고 배민도 하고. 배민이 일이 없는 시간에 쿠팡으로 넘어가면 쿠팡은 일이 많을 때가 있어요."]

많은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합니다.

그런데 일하다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을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두 곳 이상에서 일할 경우 '전속성'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전속성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을 상시적으로 하는 개념입니다.

한 사업장에서 한 달 115만 원 이상 벌거나, 93시간 이상 일해야만 보험이 적용되는 겁니다.

배달 노동자나 화물차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 이른바 '특고' 종사자들은 주된 사업장 없이 여러 곳에 노무를 제공하는데요.

한 곳에서 상시 근무를 해야 하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겠죠.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던 이 전속성 요건이 14년 만에 폐지됩니다.

국회가 전속성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내년 7월부터 시행됩니다.

현재 약 80만 명의 특고가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는데요.

전속성이 문제가 됐던 63만여 명이 새롭게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이번 전속성 (폐지를) 계기로 '다 산재가 된다, 상식이 된다'고 하면 산재보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직종도 기존 14개에서 더 늘어날 거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돌봄 노동자 등을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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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배달노동자도 산재 적용…‘전속성’ 14년 만에 폐지
    • 입력 2022-05-31 12:49:58
    • 수정2022-05-31 13:16:08
    뉴스 12
[앵커]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 노동자들도 많아졌는데요.

속도 경쟁 속에 사고도 잦지만, 산재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내년에는 6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추가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 '배달 앱'들, 지난 2년 동안 특히 많이 이용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요.

외식을 못하니까 대신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습니다.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 노동자인 '라이더'도 훌쩍 늘었습니다.

42만 명이 넘는데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속도 경쟁이 불붙었죠.

서울 영등포의 한 교차로입니다.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량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요.

요리조리 차선을 수시로 바꿔가며 앞차를 추월합니다.

불법 유턴, 정지선 침범도 자주 목격됩니다.

덩달아 사고도 증가했습니다.

2017년 두 명이던 배달노동자 사망 사고는 지난해 9배로 늘었습니다.

산재보험을 인정받은 경우만 집계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450명이 넘습니다.

산재보험을 들지 않은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실제 배달 노동자 사망 사고는 훨씬 더 많을 거로 추정됩니다.

서울에서 이륜차를 몰다 사고로 숨진 10명 가운데 6명이 배달업 종사자였는데요.

산업재해를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한 배달 노동자는 신호를 받고 출발했지만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택시와 부딪쳤고요.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죽을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대화하자!"]

동료를 떠나 보낸 배달노동자들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 : "배달플랫폼 사에 의해서 속도 경쟁을 강요당한 것이 배달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몹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보통 두 곳 이상의 배달업체에서 일감을 받습니다.

한 곳만으로는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배달 노동자 :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쿠팡도 하고 배민도 하고. 배민이 일이 없는 시간에 쿠팡으로 넘어가면 쿠팡은 일이 많을 때가 있어요."]

많은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합니다.

그런데 일하다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을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두 곳 이상에서 일할 경우 '전속성'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전속성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을 상시적으로 하는 개념입니다.

한 사업장에서 한 달 115만 원 이상 벌거나, 93시간 이상 일해야만 보험이 적용되는 겁니다.

배달 노동자나 화물차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 이른바 '특고' 종사자들은 주된 사업장 없이 여러 곳에 노무를 제공하는데요.

한 곳에서 상시 근무를 해야 하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겠죠.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던 이 전속성 요건이 14년 만에 폐지됩니다.

국회가 전속성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내년 7월부터 시행됩니다.

현재 약 80만 명의 특고가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는데요.

전속성이 문제가 됐던 63만여 명이 새롭게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이번 전속성 (폐지를) 계기로 '다 산재가 된다, 상식이 된다'고 하면 산재보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직종도 기존 14개에서 더 늘어날 거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돌봄 노동자 등을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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