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타이완 ‘밀착’에 ‘불편’한 중국

입력 2022.05.31 (13:46) 수정 2022.05.31 (14: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 기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타이완과 무역, 경제협력 강화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고요. 어제(30일)는 미국 상원의원이 타이완을 방문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특히 미중간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타이완 문제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님과 자세한 내용 짚어봤습니다.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

■ 중국에게 타이완은 정치적·군사안보적으로 어떤 의미?

타이완 문제는 중국에게 주권, 영토는 물론 통일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만약 중국이 이 문제를 두고 미국에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귄위는 물론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도 흔들 수 있는 사안입니다.

특히 올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를 통해 3연임을 바라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타이완은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군사안보적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집니다.

동아시아 지도를 보시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더하여 둘 사이에 위치한 타이완 해협은 해공군력을 강화해 해양으로 힘을 투사하려는 중국의 길목을 막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타이완을 통일한다면 태평양으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며, 반대로 미국이 타이완과의 군사안보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중국의 코앞에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타이완이 중국에게 갖는 정치적 및 군사안보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반도체 고리 '미-타이완 밀착'이 미중간 기술경쟁에 미칠 영향?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점차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패권의 경쟁에 나날이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첨단산업 관련 자국 주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탈중국(decoupling China) 또는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배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지해 첨단기술의 자립을 이루려는 중국 사이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5월 25일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자국 반도체 생산에 1500억 달러를 투자 중인데 미국은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표했습니다.

타이완은 반도체 기업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이 선두이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첨단기술의 자립을 이루려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타이완과 미국의 기술동맹 움직임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5월 31일 KBS2TV 지구촌뉴스)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5월 31일 KBS2TV 지구촌뉴스)

■ 미국이, 타이완 현안을 중국의 다른 인권 문제와 같은 선상에 놓으려 하는 이유?

인권과 민주주의는 미국 사회가 옹호하는 가치임에 분명합니다.하지만 이에 더하여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앞세워 자유진영국가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을 자유진영국가 대 중국의 구도로 이끌어 가며 미국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가려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유린 문제, 2019년 홍콩의 대규모 시위, 그리고 타이완 관련 현안들을 미중 사이의 대표적인 가치의 문제들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세계 각국이 가지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대내외 환경에 따라 문명과 체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치의‘다양성’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유진영국가들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쿼드'(QUAD),한미동맹, 미일동맹 등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베트남까지 포함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발족시키며 이들 국가들 간의 통상 규범과 질서의 수립 및 공급망을 구체화해 나가는 모습에 중국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개입" 자꾸 언급하는 미국… '하나의 중국' 원칙 변함없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타이완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예).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하면서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중국은 같은 날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언급하고, 역시 같은 날
주펑롄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대변인은 "불장난을 하면 타 죽는다"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타이완에 자위 수단을 제공하는 타이완관계법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이에 비추어 본다면 미국은 타이완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도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 발표한 '미국과 타이완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미국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 역시 지웠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정성 있게 견지하고 있는가에 계속해서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국·타이완 ‘밀착’에 ‘불편’한 중국
    • 입력 2022-05-31 13:46:46
    • 수정2022-05-31 14:07:43
    세계는 지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 기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타이완과 무역, 경제협력 강화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고요. 어제(30일)는 미국 상원의원이 타이완을 방문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특히 미중간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타이완 문제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님과 자세한 내용 짚어봤습니다.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
■ 중국에게 타이완은 정치적·군사안보적으로 어떤 의미?

타이완 문제는 중국에게 주권, 영토는 물론 통일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만약 중국이 이 문제를 두고 미국에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귄위는 물론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도 흔들 수 있는 사안입니다.

특히 올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를 통해 3연임을 바라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타이완은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군사안보적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집니다.

동아시아 지도를 보시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더하여 둘 사이에 위치한 타이완 해협은 해공군력을 강화해 해양으로 힘을 투사하려는 중국의 길목을 막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타이완을 통일한다면 태평양으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며, 반대로 미국이 타이완과의 군사안보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중국의 코앞에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타이완이 중국에게 갖는 정치적 및 군사안보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반도체 고리 '미-타이완 밀착'이 미중간 기술경쟁에 미칠 영향?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점차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패권의 경쟁에 나날이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첨단산업 관련 자국 주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탈중국(decoupling China) 또는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배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지해 첨단기술의 자립을 이루려는 중국 사이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5월 25일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자국 반도체 생산에 1500억 달러를 투자 중인데 미국은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표했습니다.

타이완은 반도체 기업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이 선두이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첨단기술의 자립을 이루려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타이완과 미국의 기술동맹 움직임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5월 31일 KBS2TV 지구촌뉴스)
■ 미국이, 타이완 현안을 중국의 다른 인권 문제와 같은 선상에 놓으려 하는 이유?

인권과 민주주의는 미국 사회가 옹호하는 가치임에 분명합니다.하지만 이에 더하여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앞세워 자유진영국가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을 자유진영국가 대 중국의 구도로 이끌어 가며 미국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가려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유린 문제, 2019년 홍콩의 대규모 시위, 그리고 타이완 관련 현안들을 미중 사이의 대표적인 가치의 문제들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세계 각국이 가지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대내외 환경에 따라 문명과 체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치의‘다양성’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유진영국가들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쿼드'(QUAD),한미동맹, 미일동맹 등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베트남까지 포함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발족시키며 이들 국가들 간의 통상 규범과 질서의 수립 및 공급망을 구체화해 나가는 모습에 중국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개입" 자꾸 언급하는 미국… '하나의 중국' 원칙 변함없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타이완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예).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하면서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중국은 같은 날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언급하고, 역시 같은 날
주펑롄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대변인은 "불장난을 하면 타 죽는다"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타이완에 자위 수단을 제공하는 타이완관계법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이에 비추어 본다면 미국은 타이완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도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 발표한 '미국과 타이완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미국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 역시 지웠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정성 있게 견지하고 있는가에 계속해서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