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족은 누가 감시?…‘특감’ 논란 뜯어보기

입력 2022.06.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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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여의도'와 '용산'은 모두 뜨거웠습니다. 국회는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지방선거 준비로,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국민들에게는 낯설 수 있고 실제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특별감찰관' 제도. 이번 논란의 앞뒤를 다시 살펴보려는 건, 윤석열 정부 초기 사법제도 구상과 대통령실 안팎의 사정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힌트'가 이 논란 속에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 "대통령 친인척·실세 부정부패 근절"

제5조(감찰대상자) 이 법에 따른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
1.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2.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습니다. 친인척 관련 논란에 내놓은 카드였습니다. 동시에 경쟁자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공약에 맞대응하는 카드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 이석수 변호사가 첫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됐지만,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과정에서 갈등 끝에 1년여 만에 사퇴했습니다. 후임자는 임명되지 않았고, 이후 사실상 이름뿐인 조직으로 남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은 공석이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등 친인척 비위 감찰 ▲민정수석과의 갈등. 이 두 가지가 이번 논란을 '우선'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 논란의 시작…"도입 안 해도 될 여건이 됐다"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 폐지. 그런 것이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과 달라졌습니다.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서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입니다."

'특별감찰관제를 도입 안 해도 될 여건이 마련됐다는 뜻이냐'고 거듭 묻자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비위는 누가 감시하나'는 질문에는 "검경(검찰과 경찰)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별감찰관을 폐지하고, 앞으로는 검찰과 경찰에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시·수사를 맡기겠다는 뜻으로 이해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 씨는 선거운동 때부터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는데, 감시와 수사를 검경이 전담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

■ "여건이 달라졌다"는 의미는?

그런데도 특별감찰관 도입 '여건'이 달라졌다는 의미,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없앴습니다. 민정수석실은 그간 사정(司正) 기관의 각종 정보를 대통령에게 전달해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역할도 했지만, 거꾸로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에 하명(下命)을 내리는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폐지했다는 게 이런 뜻입니다.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검경이, 대통령실 눈치 안 보고 대통령 측근들을 수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민정수석실도 대통령 주변 인사들 비위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대통령의 '비서'(민정수석비서관)이다 보니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독립기구' 특별감찰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호 견제하며 갈등 관계였던 민정수석이 없어졌으니 굳이 특별감찰관도 필요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특별감찰관은 비위를 발견해도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고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졌으니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윤 대통령도 2019년 검찰총장 시절 이미, "과거 (특별감찰관이) 운용된 것을 보니 권한·인력 면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 사법제도 구상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가족과 고위 공직자 비위 정보도 '사정 정보'이니, 대통령실은 개입 안 하겠다. 검찰 등 사정 당국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비위 정보이든 수사 정보이든, 대통령실은 '정보 수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입니다.

선의로 보자면 '권력 내려놓기'이지만,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달리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 대통령실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검경에 책임이 돌아갑니다.

게다가, 검경을 책임지는 장관들, 윤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0일 관련한 질문에 "수사기관이 충분히 독립적으로 수사할 만한 시스템은 갖췄고, 결과적으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아닌 '의지'에 기대는 구조가 계속 문제없이 작동하리라 '보장'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대통령실은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할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 중이고, 검경에 맡기는 건 구상 중 하나일 뿐 결정된 건 아직 없습니다.

■ "혼선을 일으켜 죄송"…'윤핵관'의 영향?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또다른 논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온 30일 밤,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관련 보도를 '허위 보도'로 지목하면서, 윤 대통령의 뜻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얘기라면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말 바꾸기'·'친인척 봐주기'로 비칠 논란에 정무적인 엄호에 나선 것으로도 보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가깝기는 하지만 현재 대통령실 소속도 아닌 인사가,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식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을 질책한 셈이 됐다는 것입니다.

다음 날인 31일. 대통령실은 곧바로 "혼선이 있었다"면서 사과했습니다. 특별감찰관제를 폐지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닌데, 전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실책이다. 분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이 여당 '실세'의, 공식 통로도 아닌 SNS 지적에, 굽히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권력의 무게가, 크게 보면 대통령실 보다 여당에, 작게 보면 공식 조직보다는 사적 친분에 더 실려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아직 정권 초, 후보·당선인 시절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더 잘 파악하고 있어 벌어진 일회성 일일 수도 있지만, 반복된다면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 최고 의사결정이 공식 조직 밖에서 논의될 때 벌어지는 문제를, 국민들은 몇 차례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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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가족은 누가 감시?…‘특감’ 논란 뜯어보기
    • 입력 2022-06-01 15:51:54
    취재K

지난 며칠, '여의도'와 '용산'은 모두 뜨거웠습니다. 국회는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지방선거 준비로,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국민들에게는 낯설 수 있고 실제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특별감찰관' 제도. 이번 논란의 앞뒤를 다시 살펴보려는 건, 윤석열 정부 초기 사법제도 구상과 대통령실 안팎의 사정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힌트'가 이 논란 속에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 "대통령 친인척·실세 부정부패 근절"

제5조(감찰대상자) 이 법에 따른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
1.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2.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습니다. 친인척 관련 논란에 내놓은 카드였습니다. 동시에 경쟁자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공약에 맞대응하는 카드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 이석수 변호사가 첫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됐지만,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과정에서 갈등 끝에 1년여 만에 사퇴했습니다. 후임자는 임명되지 않았고, 이후 사실상 이름뿐인 조직으로 남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은 공석이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등 친인척 비위 감찰 ▲민정수석과의 갈등. 이 두 가지가 이번 논란을 '우선'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 논란의 시작…"도입 안 해도 될 여건이 됐다"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 폐지. 그런 것이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과 달라졌습니다.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서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입니다."

'특별감찰관제를 도입 안 해도 될 여건이 마련됐다는 뜻이냐'고 거듭 묻자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비위는 누가 감시하나'는 질문에는 "검경(검찰과 경찰)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별감찰관을 폐지하고, 앞으로는 검찰과 경찰에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시·수사를 맡기겠다는 뜻으로 이해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 씨는 선거운동 때부터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는데, 감시와 수사를 검경이 전담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

■ "여건이 달라졌다"는 의미는?

그런데도 특별감찰관 도입 '여건'이 달라졌다는 의미,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없앴습니다. 민정수석실은 그간 사정(司正) 기관의 각종 정보를 대통령에게 전달해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역할도 했지만, 거꾸로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에 하명(下命)을 내리는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폐지했다는 게 이런 뜻입니다.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검경이, 대통령실 눈치 안 보고 대통령 측근들을 수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민정수석실도 대통령 주변 인사들 비위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대통령의 '비서'(민정수석비서관)이다 보니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독립기구' 특별감찰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호 견제하며 갈등 관계였던 민정수석이 없어졌으니 굳이 특별감찰관도 필요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특별감찰관은 비위를 발견해도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고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졌으니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윤 대통령도 2019년 검찰총장 시절 이미, "과거 (특별감찰관이) 운용된 것을 보니 권한·인력 면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 사법제도 구상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가족과 고위 공직자 비위 정보도 '사정 정보'이니, 대통령실은 개입 안 하겠다. 검찰 등 사정 당국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비위 정보이든 수사 정보이든, 대통령실은 '정보 수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입니다.

선의로 보자면 '권력 내려놓기'이지만,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달리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 대통령실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검경에 책임이 돌아갑니다.

게다가, 검경을 책임지는 장관들, 윤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0일 관련한 질문에 "수사기관이 충분히 독립적으로 수사할 만한 시스템은 갖췄고, 결과적으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아닌 '의지'에 기대는 구조가 계속 문제없이 작동하리라 '보장'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대통령실은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할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 중이고, 검경에 맡기는 건 구상 중 하나일 뿐 결정된 건 아직 없습니다.

■ "혼선을 일으켜 죄송"…'윤핵관'의 영향?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또다른 논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온 30일 밤,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관련 보도를 '허위 보도'로 지목하면서, 윤 대통령의 뜻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얘기라면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말 바꾸기'·'친인척 봐주기'로 비칠 논란에 정무적인 엄호에 나선 것으로도 보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가깝기는 하지만 현재 대통령실 소속도 아닌 인사가,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식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을 질책한 셈이 됐다는 것입니다.

다음 날인 31일. 대통령실은 곧바로 "혼선이 있었다"면서 사과했습니다. 특별감찰관제를 폐지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닌데, 전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실책이다. 분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이 여당 '실세'의, 공식 통로도 아닌 SNS 지적에, 굽히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권력의 무게가, 크게 보면 대통령실 보다 여당에, 작게 보면 공식 조직보다는 사적 친분에 더 실려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아직 정권 초, 후보·당선인 시절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더 잘 파악하고 있어 벌어진 일회성 일일 수도 있지만, 반복된다면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 최고 의사결정이 공식 조직 밖에서 논의될 때 벌어지는 문제를, 국민들은 몇 차례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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