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식량위기 “제2의 아랍의 봄 우려”

입력 2022.06.03 (13:50) 수정 2022.06.03 (13: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째입니다. 밀생산이 많은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들의 식량 위기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도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됐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문수 아프리카중동 팀장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와 튀니지의 경우 제2의 아랍의 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강문수 팀장에게 아프리카와 중동의 식량위기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100일째이다. 아프리카 주민들은 전보다 45%에 오른 가격에 밀가루를 구입하고 있다. 5월 26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한 상점에서 주민이 밀가루를 사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100일째이다. 아프리카 주민들은 전보다 45%에 오른 가격에 밀가루를 구입하고 있다. 5월 26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한 상점에서 주민이 밀가루를 사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식량 비축 줄고, 가격 급등…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상황은?

최근 UN 안보리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의하면 세계 식량 비축 규모가 연간 소비량의 20%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낮아서 상당히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식품 가격 상승률이 2008년 식량위기 혹은 2020년 코로나19 초기 때보다 더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인데, 자국 농업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대외 밀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들입니다. 이집트는 밀 뿐만 아니라 옥수수 수입 의존도도 50%를 넘고 있어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단 북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도 대외 밀 공급 의존도가 70%를 넘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가 세계 시장의 43%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식용유 가격도 급등한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집트와 터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이집트는 2021년 자국 밀 수입의 80%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했고 터키도 25%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시에 곡물 수출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집트 곡물 가격 상승률이 4월 한 달에만 13%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튀니지는 최근 농민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집트와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이 2008년 식량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 2의 아랍의 봄' 사태가 발생할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국이 전쟁발발 이후 수출규제 또는 허가제를 실시한 여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출 규제를 시행한 국가가 20개국을 넘었는데, 특히 북아프리카, 동유럽 국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밀, 옥수수, 식용유 수출을 금지하거나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도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팜유 수출을 한때 금지했고, 인도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작황 감소를 우려해 밀과 설탕 수출을 규제한 바 있습니다.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도 곡물, 과채류 수출을 금지한 상황입니다.

각국이 수출규제를 시행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가 북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비료 수출까지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곡물과 유지류 가격 상승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안은?

앞서 언급했듯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2011년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집트가 식품 보조금 관련 예산을 증액했고,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도 약 230억 달러(약 28조 5천억 원)의 재정을 이집트에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집트가 EU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EU가 1억 유로 가량의 재정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나 레바논 같은 경우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고, 인도에서 밀을 수입하려고 했던 동아프리카 국가도 인도가 밀 수출 규제를 하면서 수입선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각국의 대응보다는 세계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300억 달러(약 37조 2천억원) 정도를 농업 및 식량 분야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고,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은 근래 들어 최악의 식량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서 세계식량기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아프리카 팀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위기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6월 3일 KBS2TV 지구촌 뉴스)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아프리카 팀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위기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6월 3일 KBS2TV 지구촌 뉴스)

■러시아 '식량' 인질로 '제재 해제' 요구… 터키 중재 역할 할까?

최근 개최된 UN 안보리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흑해를 통한 해상 무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러시아에 압박을 가했는데, 러시아가 여기에 응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다만 터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무역을 위한 중재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 길이 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 곡물 비축 물량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는데,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이나 역내 식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우려되고 있어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아프리카 및 중동에서 식량 부족 문제를 겪는 국가에 대해 식량 긴급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농자재 지원이나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농식품 공급망 확보와 곡물 비축 물량 확보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전쟁 100일…식량위기 “제2의 아랍의 봄 우려”
    • 입력 2022-06-03 13:50:14
    • 수정2022-06-03 13:51:58
    세계는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째입니다. 밀생산이 많은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들의 식량 위기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도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됐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문수 아프리카중동 팀장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와 튀니지의 경우 제2의 아랍의 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강문수 팀장에게 아프리카와 중동의 식량위기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100일째이다. 아프리카 주민들은 전보다 45%에 오른 가격에 밀가루를 구입하고 있다. 5월 26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한 상점에서 주민이 밀가루를 사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식량 비축 줄고, 가격 급등…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상황은?

최근 UN 안보리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의하면 세계 식량 비축 규모가 연간 소비량의 20%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낮아서 상당히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식품 가격 상승률이 2008년 식량위기 혹은 2020년 코로나19 초기 때보다 더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인데, 자국 농업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대외 밀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들입니다. 이집트는 밀 뿐만 아니라 옥수수 수입 의존도도 50%를 넘고 있어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단 북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도 대외 밀 공급 의존도가 70%를 넘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가 세계 시장의 43%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식용유 가격도 급등한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집트와 터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이집트는 2021년 자국 밀 수입의 80%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했고 터키도 25%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시에 곡물 수출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집트 곡물 가격 상승률이 4월 한 달에만 13%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튀니지는 최근 농민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집트와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이 2008년 식량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 2의 아랍의 봄' 사태가 발생할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국이 전쟁발발 이후 수출규제 또는 허가제를 실시한 여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출 규제를 시행한 국가가 20개국을 넘었는데, 특히 북아프리카, 동유럽 국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밀, 옥수수, 식용유 수출을 금지하거나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도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팜유 수출을 한때 금지했고, 인도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작황 감소를 우려해 밀과 설탕 수출을 규제한 바 있습니다.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도 곡물, 과채류 수출을 금지한 상황입니다.

각국이 수출규제를 시행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가 북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비료 수출까지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곡물과 유지류 가격 상승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안은?

앞서 언급했듯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2011년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집트가 식품 보조금 관련 예산을 증액했고,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도 약 230억 달러(약 28조 5천억 원)의 재정을 이집트에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집트가 EU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EU가 1억 유로 가량의 재정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나 레바논 같은 경우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고, 인도에서 밀을 수입하려고 했던 동아프리카 국가도 인도가 밀 수출 규제를 하면서 수입선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각국의 대응보다는 세계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300억 달러(약 37조 2천억원) 정도를 농업 및 식량 분야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고,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은 근래 들어 최악의 식량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서 세계식량기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아프리카 팀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위기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6월 3일 KBS2TV 지구촌 뉴스)
■러시아 '식량' 인질로 '제재 해제' 요구… 터키 중재 역할 할까?

최근 개최된 UN 안보리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흑해를 통한 해상 무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러시아에 압박을 가했는데, 러시아가 여기에 응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다만 터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무역을 위한 중재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 길이 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 곡물 비축 물량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는데,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이나 역내 식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우려되고 있어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아프리카 및 중동에서 식량 부족 문제를 겪는 국가에 대해 식량 긴급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농자재 지원이나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농식품 공급망 확보와 곡물 비축 물량 확보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