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30년 간 20억 기부한 ‘키다리아저씨’ 박무근 “나눔은 기부와 달라…나눔 문화 정착되길”

입력 2022.06.03 (16:41) 수정 2022.06.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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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박무근 (미광전업 대표)

직원 10여 명 사업체 운영하며 30년간 20억 기부한 '대구 키다리아저씨'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아쉬움에 학업 지원 5만 원 기부 시작...2000년부터 통장으로 목돈 나눔"
"사업에 이용한다 는 소리 듣기 싫어 처음부터 익명으로 기부"
"기부 문화 알리고자 실명 공개 후 '돈이 제대로 쓰이느냐' 의심 비판에 상처 받기도"
"남는 돈 기부하는 것이 아닌 덜 쓰고 아껴서 적은 돈이라도 '나눔' 문화 정착되길"

■ 방송시간 : 6월 3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qEfxukcDR6I

◎범기영 타이틀도 예쁘게 만들었네요.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오늘은 30년 차 키다리 아저씨를 이경호 KBS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다고 합니다.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대구 키다리 아저씨, 어떤 분이죠?

▼이경호 키가 커서 키다리 아저씨, 이렇게 불리셨던 건 아니고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이웃을 여러 번 도와 오셨는데 그게 이제 미국 소설 키다리 아저씨라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 주인공과 닮았기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로 이렇게 붙여진 별명입니다. 대구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인데요. 박무근 대표이십니다.

◎범기영 이번 대통령 취임식 때도 참석하셨던 분이고요.

▼이경호 네, 맞습니다. 그동안 직접 만나서 익명으로 기부한 이유 그리고 그렇게 거액을 기부한 이유, 다양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박무근 씨는 대구에 위치한 직원 10여 명 정도 되는 작은 전기자재 유통업체 대표인데요. 1979년에 창업한 회사니까 올해도 43년째 사업체를 운영해오고 계십니다. 먼저 그동안 남모르게 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저 자신이 도움을 못 받아서 학업을 못 해봤으니까... 감정이 올라와서 안 되네. 그래서 제가 한 분, 단 한 사람이라도 나 같은 사람을 적게 하자,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 이런 뜻으로 해가지고. 그 당시에는 처음에는 5만 원부터 시작해서 5만 원에서 10만 원,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이 있으면 현금으로 계좌를 알아서 보내는 식으로 했는데. 그 생활을 한 10년 가까이 해왔어요.

첫 30년 전에 기부를 시작할 때는 아주 작은 돈부터 시작했는데요. 지난 2000년부터는 이왕 시작한 기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 이런 계획을 세워서 기부금 액수를 좀 더 크게 늘리셨다고 합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90년대 초에는 조금 조금 (기부)하다가 2000년도부터는 통장을 만들어서 그 통장이 지금, 개인 것은 21번째. 또 개인(명의 통장)에서 정리하다가 나눠서 법인통장은 별도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부용으로 만든 통장만 저렇게 많은 거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범기영 전체 기부 총액도 상당하겠습니다.

▼이경호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을 여쭤봤더니 한 20억 원 가까이.

◎범기영 20억 원.

▼이경호 혹은 그 이상 넘는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10년 전부터는 매년 연말에 사회복지공동모금에다가 1억 원 이상씩을 기부를 해오셨는데 거액을 익명으로 기부를 하시다 보니까 지역 사회에서 도대체 기부자가 누군지 궁금해하면서 별칭으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게 된 거죠.

◎범기영 좋은 일하는 거 알리고 싶었을 수도 있겠는데 익명으로 하신 이유는 뭐랍니까?

▼이경호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해서 한번 여쭤봤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최근에 이제 사장님이 누군지 알려지게 됐는데 그전에도 굳이 익명으로 (기부) 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안 밝힌 원인이 첫째는 내가 그런 돈을 ‘헛돈을 쓰네', 같은 동종 업종에서 ‘너 혼자 잘난 체하네’ 같이 업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첫째로 제일가는 부분은 이 업을 하는데 그걸(기부) 조금 하면서 이용하는 걸로. '영업에 이용하네' 이 소리를 듣기 싫어가지고요.

◎범기영 이용한다는 오해가 두려워서 밝히지 않고 해오셨고 최근에 와서 이제 실명을 밝힌 건 또 다른 이유가 있겠죠?

▼이경호 우연치 않게 주변에 처음 알려지게 됐고요. 그렇게 알려지게 된 바에는 차라리 기부 운동을 좀 더 확산시켜보자, 그런 뜻에서 공개적으로 언론에 이름을 공개하셨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런데 아내도 모르셨답니까, 그 30년 동안?

▼이경호 10여 년 전에 처음 기부할 때는 몰래 하셨다고 하는데요. 금방 들통나죠. 그 이듬해에 곧바로 아셨다고 하는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저희 집사람한테도 전혀 이야기를 못 했습니다. 내가 가정에 가져다주는 생활비나 이런 여건에서는 (큰돈을 기부하는 것이) 안 맞기 때문에. 일단은 일을 경상도식으로 저질러놓고 보자, 이런 뜻으로 1억을 익명 기부로 (하게 됐습니다.)

아내분이 처음에는 상의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당황을 했지만 곧바로 남편의 뜻에 동의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기부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이 모두가 아내의 지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는데요. 결혼할 때만 해서 세 평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셨고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 평생을 절약하면서, 또 자녀들에게도 남에게 물려받은 그런 옷만 입혔다고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셨고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을 계속 이어가면서 모은 돈으로 기부는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내가 이제 같이 참여하자고 하니까. 화는 내지 않고, 마누라한테 해준 게 없는데 이런 큰돈을 (기부)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고 그래서 (말을) 못 했는데 웃고 넘어가서 세 번째부터는 같이 참여했어요.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가족들이 반대 안 하고 같이 이해를 해주시고. 그게 큰 도움이 되셨겠네요. 지금까지.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그렇죠. 저도 좀 많이 미안했지만 이왕 이런 일을 벌여놨고 내 뜻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래서 동의를 해줬죠.

◎범기영 박무근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가족들도 보통 분들은 아니네요. 그런데 이름이 알려진 다음에 좀 곤란한 일이 있었다고요?

▼이경호 기사가 나가고 그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들 때문에 좀 힘드셨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뜻대로 이렇게 기부를 해도 그게 뜻대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댓글이 달리면서 헛수고하는 거다, 이런 얘기도 들리면서 불편해하셨다고 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댓글을) 읽어보면 여러분들이 좋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30~50%까지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요.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그 의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댓글 다는 분들이 이 돈이 바로 좋은 대로 안 가고, 당신 생각대로 좋은 데로 안 가고 엉뚱한 데로 갈 건데 왜 바보짓 하느냐부터... 그 돈이 100%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런 (우려는) 있었지만 그래도 더 좋게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건 바로 잡아가면 된다.

◎범기영 댓글 참... 그래도 기부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죠?

▼이경호 그렇습니다. 지금도 매월 일정액을 기부금 목적으로 적립을 하고 계시는데요. 직원들 급여일에 내가 직원 1명 더 채용했다, 직원 1명에게 더 급여를 더 준다는 생각으로 급여액만큼 모으신다고 하시는데요. 특히 박 대표는 이런 자신의 기부를 기부가 아닌 나눔이다, 이렇게 표현하셨는데요. 그 이유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기부라고 말하지 말고 나눔이라고 말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기부와 나눔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내가 생각하는 기부라고 하는 것은 남는 돈을 하는 거고, 나눔은 모자라지만 내가 쓰고 남는 것을 주는 게 아니고 조금 절약하고, 덜 쓰고 같이 쓴다고 하는, 아껴서 옆에 우리 이웃도 같이 쓰자. 조금 부족한 분도 같이 가는 생활을 만들자는 뜻이죠.

◎범기영 나눔은 내가 쓰다가 남은 것을 주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거를 크든 작든 미리 나누어서 같이 쓰는 거다.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나눈다는 사실 쉽지 않잖아요.

▼이경호 사실 작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누구에게 준다는 게 쉽지 않지 않습니까?

◎범기영 그럼요.

▼이경호 그래서 실천 방법을 어떻게, 어떻게 쉽게 하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해서 한번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그리고 돈도 내가 내 손에 만약에 만 원이 있다. 백 원 아끼든지 천원 아끼든지 나눔을 해서 그 문화를 발전시켜보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필요하신 곳이 있고. 이웃에는 적은 돈이라도 없어서 곤란을 겪는 분이 있고. 또 우리 사회단체가 많은 단체가 이제 이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활동하고 있으니까 절대 돈 적다고 계산하지 마시고 한 번 참여해 봐라.

◎범기영 가족들에게 쓰지 않고 모은 돈을 주변에 나누신 분인데, 댓글을 보고는 또 상처를 받으셨어요. 이번에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를 받으셨고 그 뒤에도 청와대 아마 한 번 더 가셨었죠, 대통령실에?

▼이경호 식사 한번 하시러 가셨는데요. 재미있는 얘기가 그때 그동안 같이 자기 기부에 동의를 해준 부인을 한번 모시고 가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지고 혼자만 가게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아쉬워하셨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뭔가 기부 문화,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 이런 부탁을 하셨을 법도 한데요.

▼이경호 정부에서도 좀 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 나눔 문화죠?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서 좀 더 독려를 해줬으면 좋겠고 특히 기부금을 모금해서 이렇게 곳곳에 나눠주는 단체들이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됐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하셨는데요. 투명하게 운영될수록 사람들이 믿고 신뢰하고 작은 돈이지만 기부를 실천할 수 있고요. 또 그렇게 실천된 금액들이 또 모이고 모이게 되면 좀 더 또 많은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거 아니냐, 이런 의견도 주셨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요. 좋은 일을 하시는데 관련 기사 댓글에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그러느냐, 이런 댓글 달리는 게 서글프기도 한데, 사실 이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이경호 그동안 몇 차례 있긴 했는데요. 아마 소수의 사례이긴 하고 또 곳곳에 기부금 모금해가지고 이렇게 좋은 데 쓰시는 단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100% 되게끔, 그렇게 100% 좋은 곳에 쓰이게끔 우리가 노력을 해야 되겠죠.

◎범기영 나누는 것은 정말 너무 중요하고 또 좋은 일이니까요. 이제 다음에는 또 어떤 분들을 만나볼 계획 갖고 계십니까?

▼이경호 다음에 저희가 이제 사실 이 스튜디오까지 출연해가지고 얘기를 하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많으신 분들보다는요. 그렇지 않은 분들을 만나보고 있는데요. 다음에 아마 잘 아시겠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37년 해고자로 근무하시다가 최근에 다시 명예 복직하시고 퇴직하신 분도 만나고요. 그다음 주에 아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있죠? 우리들의 블루스, 저희 KBS 드라마는 아닙니다. 거기에 나오는 대한민국 최초의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씨를 또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범기영 알겠습니다. 기대 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만나본 박무근 선생님, 이 사연이 사회에 건강한 나눔 문화 퍼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도 가져보겠습니다. 마무리하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사사건건 6일 현충일까지 쉬고요. 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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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30년 간 20억 기부한 ‘키다리아저씨’ 박무근 “나눔은 기부와 달라…나눔 문화 정착되길”
    • 입력 2022-06-03 16:41:51
    • 수정2022-06-03 19:02:31
    사사건건
박무근 (미광전업 대표)<br /><br />직원 10여 명 사업체 운영하며 30년간 20억 기부한 '대구 키다리아저씨'<br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아쉬움에 학업 지원 5만 원 기부 시작...2000년부터 통장으로 목돈 나눔"<br />"사업에 이용한다 는 소리 듣기 싫어 처음부터 익명으로 기부"<br />"기부 문화 알리고자 실명 공개 후 '돈이 제대로 쓰이느냐' 의심 비판에 상처 받기도"<br />"남는 돈 기부하는 것이 아닌 덜 쓰고 아껴서 적은 돈이라도 '나눔' 문화 정착되길"
■ 방송시간 : 6월 3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qEfxukcDR6I

◎범기영 타이틀도 예쁘게 만들었네요.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오늘은 30년 차 키다리 아저씨를 이경호 KBS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다고 합니다.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대구 키다리 아저씨, 어떤 분이죠?

▼이경호 키가 커서 키다리 아저씨, 이렇게 불리셨던 건 아니고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이웃을 여러 번 도와 오셨는데 그게 이제 미국 소설 키다리 아저씨라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 주인공과 닮았기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로 이렇게 붙여진 별명입니다. 대구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인데요. 박무근 대표이십니다.

◎범기영 이번 대통령 취임식 때도 참석하셨던 분이고요.

▼이경호 네, 맞습니다. 그동안 직접 만나서 익명으로 기부한 이유 그리고 그렇게 거액을 기부한 이유, 다양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박무근 씨는 대구에 위치한 직원 10여 명 정도 되는 작은 전기자재 유통업체 대표인데요. 1979년에 창업한 회사니까 올해도 43년째 사업체를 운영해오고 계십니다. 먼저 그동안 남모르게 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저 자신이 도움을 못 받아서 학업을 못 해봤으니까... 감정이 올라와서 안 되네. 그래서 제가 한 분, 단 한 사람이라도 나 같은 사람을 적게 하자,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 이런 뜻으로 해가지고. 그 당시에는 처음에는 5만 원부터 시작해서 5만 원에서 10만 원,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이 있으면 현금으로 계좌를 알아서 보내는 식으로 했는데. 그 생활을 한 10년 가까이 해왔어요.

첫 30년 전에 기부를 시작할 때는 아주 작은 돈부터 시작했는데요. 지난 2000년부터는 이왕 시작한 기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 이런 계획을 세워서 기부금 액수를 좀 더 크게 늘리셨다고 합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90년대 초에는 조금 조금 (기부)하다가 2000년도부터는 통장을 만들어서 그 통장이 지금, 개인 것은 21번째. 또 개인(명의 통장)에서 정리하다가 나눠서 법인통장은 별도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부용으로 만든 통장만 저렇게 많은 거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범기영 전체 기부 총액도 상당하겠습니다.

▼이경호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을 여쭤봤더니 한 20억 원 가까이.

◎범기영 20억 원.

▼이경호 혹은 그 이상 넘는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10년 전부터는 매년 연말에 사회복지공동모금에다가 1억 원 이상씩을 기부를 해오셨는데 거액을 익명으로 기부를 하시다 보니까 지역 사회에서 도대체 기부자가 누군지 궁금해하면서 별칭으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게 된 거죠.

◎범기영 좋은 일하는 거 알리고 싶었을 수도 있겠는데 익명으로 하신 이유는 뭐랍니까?

▼이경호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해서 한번 여쭤봤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최근에 이제 사장님이 누군지 알려지게 됐는데 그전에도 굳이 익명으로 (기부) 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안 밝힌 원인이 첫째는 내가 그런 돈을 ‘헛돈을 쓰네', 같은 동종 업종에서 ‘너 혼자 잘난 체하네’ 같이 업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첫째로 제일가는 부분은 이 업을 하는데 그걸(기부) 조금 하면서 이용하는 걸로. '영업에 이용하네' 이 소리를 듣기 싫어가지고요.

◎범기영 이용한다는 오해가 두려워서 밝히지 않고 해오셨고 최근에 와서 이제 실명을 밝힌 건 또 다른 이유가 있겠죠?

▼이경호 우연치 않게 주변에 처음 알려지게 됐고요. 그렇게 알려지게 된 바에는 차라리 기부 운동을 좀 더 확산시켜보자, 그런 뜻에서 공개적으로 언론에 이름을 공개하셨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런데 아내도 모르셨답니까, 그 30년 동안?

▼이경호 10여 년 전에 처음 기부할 때는 몰래 하셨다고 하는데요. 금방 들통나죠. 그 이듬해에 곧바로 아셨다고 하는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저희 집사람한테도 전혀 이야기를 못 했습니다. 내가 가정에 가져다주는 생활비나 이런 여건에서는 (큰돈을 기부하는 것이) 안 맞기 때문에. 일단은 일을 경상도식으로 저질러놓고 보자, 이런 뜻으로 1억을 익명 기부로 (하게 됐습니다.)

아내분이 처음에는 상의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당황을 했지만 곧바로 남편의 뜻에 동의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기부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이 모두가 아내의 지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는데요. 결혼할 때만 해서 세 평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셨고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 평생을 절약하면서, 또 자녀들에게도 남에게 물려받은 그런 옷만 입혔다고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셨고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을 계속 이어가면서 모은 돈으로 기부는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내가 이제 같이 참여하자고 하니까. 화는 내지 않고, 마누라한테 해준 게 없는데 이런 큰돈을 (기부)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고 그래서 (말을) 못 했는데 웃고 넘어가서 세 번째부터는 같이 참여했어요.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가족들이 반대 안 하고 같이 이해를 해주시고. 그게 큰 도움이 되셨겠네요. 지금까지.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그렇죠. 저도 좀 많이 미안했지만 이왕 이런 일을 벌여놨고 내 뜻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래서 동의를 해줬죠.

◎범기영 박무근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가족들도 보통 분들은 아니네요. 그런데 이름이 알려진 다음에 좀 곤란한 일이 있었다고요?

▼이경호 기사가 나가고 그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들 때문에 좀 힘드셨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뜻대로 이렇게 기부를 해도 그게 뜻대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댓글이 달리면서 헛수고하는 거다, 이런 얘기도 들리면서 불편해하셨다고 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댓글을) 읽어보면 여러분들이 좋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30~50%까지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요.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그 의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댓글 다는 분들이 이 돈이 바로 좋은 대로 안 가고, 당신 생각대로 좋은 데로 안 가고 엉뚱한 데로 갈 건데 왜 바보짓 하느냐부터... 그 돈이 100%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런 (우려는) 있었지만 그래도 더 좋게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건 바로 잡아가면 된다.

◎범기영 댓글 참... 그래도 기부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죠?

▼이경호 그렇습니다. 지금도 매월 일정액을 기부금 목적으로 적립을 하고 계시는데요. 직원들 급여일에 내가 직원 1명 더 채용했다, 직원 1명에게 더 급여를 더 준다는 생각으로 급여액만큼 모으신다고 하시는데요. 특히 박 대표는 이런 자신의 기부를 기부가 아닌 나눔이다, 이렇게 표현하셨는데요. 그 이유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경호 / 해설위원
‘기부라고 말하지 말고 나눔이라고 말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기부와 나눔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내가 생각하는 기부라고 하는 것은 남는 돈을 하는 거고, 나눔은 모자라지만 내가 쓰고 남는 것을 주는 게 아니고 조금 절약하고, 덜 쓰고 같이 쓴다고 하는, 아껴서 옆에 우리 이웃도 같이 쓰자. 조금 부족한 분도 같이 가는 생활을 만들자는 뜻이죠.

◎범기영 나눔은 내가 쓰다가 남은 것을 주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거를 크든 작든 미리 나누어서 같이 쓰는 거다.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나눈다는 사실 쉽지 않잖아요.

▼이경호 사실 작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누구에게 준다는 게 쉽지 않지 않습니까?

◎범기영 그럼요.

▼이경호 그래서 실천 방법을 어떻게, 어떻게 쉽게 하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해서 한번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녹취> 박무근 / 미광전업 대표
그리고 돈도 내가 내 손에 만약에 만 원이 있다. 백 원 아끼든지 천원 아끼든지 나눔을 해서 그 문화를 발전시켜보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필요하신 곳이 있고. 이웃에는 적은 돈이라도 없어서 곤란을 겪는 분이 있고. 또 우리 사회단체가 많은 단체가 이제 이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활동하고 있으니까 절대 돈 적다고 계산하지 마시고 한 번 참여해 봐라.

◎범기영 가족들에게 쓰지 않고 모은 돈을 주변에 나누신 분인데, 댓글을 보고는 또 상처를 받으셨어요. 이번에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를 받으셨고 그 뒤에도 청와대 아마 한 번 더 가셨었죠, 대통령실에?

▼이경호 식사 한번 하시러 가셨는데요. 재미있는 얘기가 그때 그동안 같이 자기 기부에 동의를 해준 부인을 한번 모시고 가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지고 혼자만 가게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아쉬워하셨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뭔가 기부 문화,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 이런 부탁을 하셨을 법도 한데요.

▼이경호 정부에서도 좀 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 나눔 문화죠?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서 좀 더 독려를 해줬으면 좋겠고 특히 기부금을 모금해서 이렇게 곳곳에 나눠주는 단체들이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됐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하셨는데요. 투명하게 운영될수록 사람들이 믿고 신뢰하고 작은 돈이지만 기부를 실천할 수 있고요. 또 그렇게 실천된 금액들이 또 모이고 모이게 되면 좀 더 또 많은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거 아니냐, 이런 의견도 주셨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요. 좋은 일을 하시는데 관련 기사 댓글에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그러느냐, 이런 댓글 달리는 게 서글프기도 한데, 사실 이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이경호 그동안 몇 차례 있긴 했는데요. 아마 소수의 사례이긴 하고 또 곳곳에 기부금 모금해가지고 이렇게 좋은 데 쓰시는 단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100% 되게끔, 그렇게 100% 좋은 곳에 쓰이게끔 우리가 노력을 해야 되겠죠.

◎범기영 나누는 것은 정말 너무 중요하고 또 좋은 일이니까요. 이제 다음에는 또 어떤 분들을 만나볼 계획 갖고 계십니까?

▼이경호 다음에 저희가 이제 사실 이 스튜디오까지 출연해가지고 얘기를 하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많으신 분들보다는요. 그렇지 않은 분들을 만나보고 있는데요. 다음에 아마 잘 아시겠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37년 해고자로 근무하시다가 최근에 다시 명예 복직하시고 퇴직하신 분도 만나고요. 그다음 주에 아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있죠? 우리들의 블루스, 저희 KBS 드라마는 아닙니다. 거기에 나오는 대한민국 최초의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씨를 또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범기영 알겠습니다. 기대 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만나본 박무근 선생님, 이 사연이 사회에 건강한 나눔 문화 퍼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도 가져보겠습니다. 마무리하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사사건건 6일 현충일까지 쉬고요. 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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