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전쟁에 영향 미칠 3가지 변수

입력 2022.06.03 (17:01) 수정 2022.06.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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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째가 됐습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국제 정세과 경제는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전쟁의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요? 현재까지의 전황과 향후 전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 vs 러시아의 포위 초토화 작전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을 때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 남아서 결사 항전을 천명하고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전세는 교착 국면으로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침공 직후 대통령궁 앞에서 셀카를 들고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상 캡처)러시아 침공 직후 대통령궁 앞에서 셀카를 들고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상 캡처)

결국 러시아 군은 키이우 함락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퇴각합니다.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과 남부 해안도시에 전력을 집중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도시를 포위해 장사정포를 이용한 무차별 폭격으로 초토화 시킨 뒤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하는 전술로 전환했습니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끝까지 항전하던 아조우스탈 제철소도 이렇게 함락시켰습니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폭격 장면 (영상 캡처)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폭격 장면 (영상 캡처)

돌이켜보면 마리우폴 전투가 분기점이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흑해와 맞닿는 우크라이나 해안선의 80% 이상을 점유하게 되므로 우크라이나 경제를 떠받치는 식량 수출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습니다. 또 전력을 분산시켜 전선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마리우폴을 함락시키지 못했다면 러시아는 발이 묶여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견고하게 장악

신속하게 수도 키이우를 점령한다는 전쟁 초기 목적은 실패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당 부분을 견고하게 장악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 국토의 1/5을 러시아가 점령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영향을 받는 지역은 네덜란드 국토 면적 정도였는데, 현재는 네덜란드· 벨기에·룩셈부르크를 다 합친 면적보다도 넓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동부에서 남부에 걸쳐 약 1,000km에 이르는 전선이 형성돼 있는 상황입니다. 전체 병력 규모가 열세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전선이 확장될수록 불리해집니다.

러시아군 점령 지역 (붉은색) 우크라이나군 탈환 지역 (노란색)러시아군 점령 지역 (붉은색) 우크라이나군 탈환 지역 (노란색)

현재 가장 치열한 전투는 돈바스 지역의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사력을 다해 방어하고 있지만, 현재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우크라이나군에도 희망은 남아 있다

러시아가 조금씩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전세가 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서 20개 소도시를 탈환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방송이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EU 국가들의 군사지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로서는 희망적입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최대사거리 80km인 중거리 로켓 시스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그동안 속수무책이었던 러시아의 장사정포를 막는데 이 중거리 로켓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최신형 방공 시스템과 레이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러시아군의 도시 봉쇄-초토화 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 꼭 필요한 무기체계입니다.

■ 러 제재 불참한 중국…인도, 터키, 아프리카는 눈치보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는 서방 세계와 러시아 편으로 나뉘면서 냉전 시대로 돌아가려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미국, EU, 영국은 비교적 공고하게 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냉전 시대의 중-러 관계로 돌아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합동 공중작전을 벌인 것이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인도, 터키는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군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러시아 침공 비난에 가담하는 것을 매우 꺼리면서 중립을 유지하려는 분위기입니다.

■ 돈바스 지역 전황이 관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명분 중 하나가 돈바스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학살'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명분 뒤에는 돈바스를 손에 넣으면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러시아의 국토를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 상태로 국경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에 완전히 넘어간다면 이후 휴전·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가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전세를 뒤집고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의 상당 부분을 탈환한다면 러시아는 큰 곤경에 빠지게 될 겁니다.

■ 전쟁에 영향 미칠 결정적인 외부 변수 3가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대해, 러시아는 핵 위협·에너지와 곡물 무기화·공급망 불안정 악화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느 쪽도 쉽사리 물러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향후 전쟁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천연가스와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가 막대한 전비를 조달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제재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고 러시아 민생 경제는 파탄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과연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설이 돌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건강'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100일간의 전쟁으로 어린이 260여 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4,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800만 명이 집을 떠났고 난민 650만 명이 발생했습니다.하루하루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고한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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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전쟁에 영향 미칠 3가지 변수
    • 입력 2022-06-03 17:01:31
    • 수정2022-06-03 17:15:00
    세계는 지금
<strong>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째가 됐습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국제 정세과 경제는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전쟁의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요? 현재까지의 전황과 향후 전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정리해봤습니다.</strong><br />

■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 vs 러시아의 포위 초토화 작전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을 때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 남아서 결사 항전을 천명하고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전세는 교착 국면으로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침공 직후 대통령궁 앞에서 셀카를 들고 연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상 캡처)
결국 러시아 군은 키이우 함락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퇴각합니다.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과 남부 해안도시에 전력을 집중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도시를 포위해 장사정포를 이용한 무차별 폭격으로 초토화 시킨 뒤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하는 전술로 전환했습니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끝까지 항전하던 아조우스탈 제철소도 이렇게 함락시켰습니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폭격 장면 (영상 캡처)
돌이켜보면 마리우폴 전투가 분기점이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흑해와 맞닿는 우크라이나 해안선의 80% 이상을 점유하게 되므로 우크라이나 경제를 떠받치는 식량 수출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습니다. 또 전력을 분산시켜 전선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마리우폴을 함락시키지 못했다면 러시아는 발이 묶여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견고하게 장악

신속하게 수도 키이우를 점령한다는 전쟁 초기 목적은 실패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당 부분을 견고하게 장악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 국토의 1/5을 러시아가 점령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영향을 받는 지역은 네덜란드 국토 면적 정도였는데, 현재는 네덜란드· 벨기에·룩셈부르크를 다 합친 면적보다도 넓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동부에서 남부에 걸쳐 약 1,000km에 이르는 전선이 형성돼 있는 상황입니다. 전체 병력 규모가 열세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전선이 확장될수록 불리해집니다.

러시아군 점령 지역 (붉은색) 우크라이나군 탈환 지역 (노란색)
현재 가장 치열한 전투는 돈바스 지역의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사력을 다해 방어하고 있지만, 현재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우크라이나군에도 희망은 남아 있다

러시아가 조금씩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전세가 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서 20개 소도시를 탈환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방송이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EU 국가들의 군사지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로서는 희망적입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최대사거리 80km인 중거리 로켓 시스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그동안 속수무책이었던 러시아의 장사정포를 막는데 이 중거리 로켓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최신형 방공 시스템과 레이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러시아군의 도시 봉쇄-초토화 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 꼭 필요한 무기체계입니다.

■ 러 제재 불참한 중국…인도, 터키, 아프리카는 눈치보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는 서방 세계와 러시아 편으로 나뉘면서 냉전 시대로 돌아가려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미국, EU, 영국은 비교적 공고하게 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냉전 시대의 중-러 관계로 돌아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합동 공중작전을 벌인 것이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인도, 터키는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군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러시아 침공 비난에 가담하는 것을 매우 꺼리면서 중립을 유지하려는 분위기입니다.

■ 돈바스 지역 전황이 관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명분 중 하나가 돈바스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학살'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명분 뒤에는 돈바스를 손에 넣으면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러시아의 국토를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 상태로 국경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에 완전히 넘어간다면 이후 휴전·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가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전세를 뒤집고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의 상당 부분을 탈환한다면 러시아는 큰 곤경에 빠지게 될 겁니다.

■ 전쟁에 영향 미칠 결정적인 외부 변수 3가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대해, 러시아는 핵 위협·에너지와 곡물 무기화·공급망 불안정 악화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느 쪽도 쉽사리 물러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향후 전쟁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천연가스와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가 막대한 전비를 조달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제재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고 러시아 민생 경제는 파탄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과연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설이 돌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건강'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100일간의 전쟁으로 어린이 260여 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4,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800만 명이 집을 떠났고 난민 650만 명이 발생했습니다.하루하루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고한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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