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결제’ 예외 뒀다…힘 없는 앱만 따랐나?

입력 2022.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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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자사에 소송 건 기업에 '인앱 결제' 한시 유예

구글이 모바일 앱에 대해 자사 결제 방식을 유도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결제 방식을 따르지 않는 앱은 지난 1일부터 앱 마켓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게임사 콘텐츠에 한해 적용했던 구글의 이러한 '인앱 결제' 방식은 이제 '모든 종료의 디지털 상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전체 앱으로 확대됐습니다.

구글은 이 규정을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인도만 넉 달가량 늦은 오는 10월 31일부터 결제 규정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새로운 결제 정책에 예외인 앱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서비스하는 앱입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하는 데이팅 앱 '틴더'와 '하이퍼커넥트' 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매치 그룹(Match Group)'은 구글의 '인앱 결제 강화'에 반발해 미국에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치 그룹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행위금지가처분 신청과 비슷한 긴급가처분신청(TRO)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매치 그룹은 이후 구글과 협상을 통해 TRO를 하지 않는 대신, 매치 그룹이 서비스하는 모든 앱에 대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글의 결제 정책에서 예외를 적용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치 그룹은 구글과의 협상에 따라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앱은 '인앱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수료 인상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구글은 해당 앱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의 구글 앱 마켓에서 이 앱을 퇴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안 소송에서 매치 그룹이 패소할 때를 대비해 그룹 측이 4,000만 달러(우리 돈 약 500억 원)를 법원에 공탁하는 조건이 붙었지만, 예외가 적용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구글이 '앱 마켓 퇴출'이라는 엄포를 놓는 등 예외 없이 규정을 적용할 것처럼 하면서 정작 소송 등 강경하게 맞서는 기업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소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거액의 공탁금을 들여야 하는 만큼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규모의 소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대응이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웹툰·OTT는 적용, 쿠팡·카카오T는 아닌 이유

구글의 '인앱 결제' 방식과 이에 따른 수수료 인상을 적용받지 않는 앱은 또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물리적인 상품이나 재화, 또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앱입니다.

구글은 내부 공지를 통해 '디지털 상품과 콘텐츠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에 대해서만 '인앱 결제'를 적용하고 결제 금액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웹툰 앱이나 상당수 OTT 서비스, 음원 앱, 그 외 여러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 앱 등은 구글의 결제 정책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구글의 정책에 따라 '물리적 재화나 상품, 이에 대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앱에 대해서는 이 결제 방식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쿠팡과 마켓컬리, 카카오T, 배달의 민족 등 재화나 상품,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중개 등의 서비스를 하는 앱입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우버, 포스트메이트·도어대시(배달앱), 태스크래빗(일자리매칭앱) 등의 앱은 구글의 강화된 결제 정책이나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기반 환경에서도 상당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거나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기업들입니다.

구글은 결제 방식 적용 대상 앱을 임의로 구별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 "결국 모든 앱에 적용할 것…국제적 공조 강화 필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앱이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든 대체로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최초로 다운로드 받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일부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계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나중에는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앱까지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인앱 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한 해외 규제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특정 국가에만 한정된 이슈가 아닌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동시다발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각국의 입법과 판결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주요 앱의 대응과 소송 동향을 공유하는 등 국제적인 공조와 정보 수집,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글을 상대로 소송하기 위해 전자책 출판 업계와 웹 소설 창작가 등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3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행위가 국내법을 무시하는 것인 동시에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구글 미국과 한국 법인 등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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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인앱 결제’ 예외 뒀다…힘 없는 앱만 따랐나?
    • 입력 2022-06-04 07:00:13
    취재K

■ 구글, 자사에 소송 건 기업에 '인앱 결제' 한시 유예

구글이 모바일 앱에 대해 자사 결제 방식을 유도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결제 방식을 따르지 않는 앱은 지난 1일부터 앱 마켓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게임사 콘텐츠에 한해 적용했던 구글의 이러한 '인앱 결제' 방식은 이제 '모든 종료의 디지털 상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전체 앱으로 확대됐습니다.

구글은 이 규정을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인도만 넉 달가량 늦은 오는 10월 31일부터 결제 규정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새로운 결제 정책에 예외인 앱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서비스하는 앱입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하는 데이팅 앱 '틴더'와 '하이퍼커넥트' 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매치 그룹(Match Group)'은 구글의 '인앱 결제 강화'에 반발해 미국에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치 그룹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행위금지가처분 신청과 비슷한 긴급가처분신청(TRO)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매치 그룹은 이후 구글과 협상을 통해 TRO를 하지 않는 대신, 매치 그룹이 서비스하는 모든 앱에 대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글의 결제 정책에서 예외를 적용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치 그룹은 구글과의 협상에 따라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앱은 '인앱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수료 인상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구글은 해당 앱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의 구글 앱 마켓에서 이 앱을 퇴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안 소송에서 매치 그룹이 패소할 때를 대비해 그룹 측이 4,000만 달러(우리 돈 약 500억 원)를 법원에 공탁하는 조건이 붙었지만, 예외가 적용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구글이 '앱 마켓 퇴출'이라는 엄포를 놓는 등 예외 없이 규정을 적용할 것처럼 하면서 정작 소송 등 강경하게 맞서는 기업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소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거액의 공탁금을 들여야 하는 만큼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규모의 소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대응이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웹툰·OTT는 적용, 쿠팡·카카오T는 아닌 이유

구글의 '인앱 결제' 방식과 이에 따른 수수료 인상을 적용받지 않는 앱은 또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물리적인 상품이나 재화, 또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앱입니다.

구글은 내부 공지를 통해 '디지털 상품과 콘텐츠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에 대해서만 '인앱 결제'를 적용하고 결제 금액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웹툰 앱이나 상당수 OTT 서비스, 음원 앱, 그 외 여러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 앱 등은 구글의 결제 정책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구글의 정책에 따라 '물리적 재화나 상품, 이에 대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앱에 대해서는 이 결제 방식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쿠팡과 마켓컬리, 카카오T, 배달의 민족 등 재화나 상품,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중개 등의 서비스를 하는 앱입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우버, 포스트메이트·도어대시(배달앱), 태스크래빗(일자리매칭앱) 등의 앱은 구글의 강화된 결제 정책이나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기반 환경에서도 상당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거나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기업들입니다.

구글은 결제 방식 적용 대상 앱을 임의로 구별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 "결국 모든 앱에 적용할 것…국제적 공조 강화 필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앱이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든 대체로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최초로 다운로드 받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일부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계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나중에는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앱까지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인앱 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한 해외 규제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특정 국가에만 한정된 이슈가 아닌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동시다발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각국의 입법과 판결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주요 앱의 대응과 소송 동향을 공유하는 등 국제적인 공조와 정보 수집,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글을 상대로 소송하기 위해 전자책 출판 업계와 웹 소설 창작가 등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3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행위가 국내법을 무시하는 것인 동시에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구글 미국과 한국 법인 등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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