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폐지 줍는 어느 노부부의 봄

입력 2022.06.04 (10:01) 수정 2022.06.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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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


겨울이 지나 어느덧 봄, 어김없이 손수레와 함께 김은숙 할머니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는 2년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김은숙 할머니
“혼자는 못해 이거. 혼자는 힘이 들어서. 내가 주워서. 둘이 하면 아무래도 배를 해. 한 리어카 할 걸 두 리어카 하잖아.”

부부가 어제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내다 팔러 왔다. 두 사람이 15시간 동안 일해 만 8천 원을 벌었다.

김은숙 할머니
“많이 했지. 엊저녁에는 많이 주웠다. 리어카가 가득 아니야. (할아버지랑 같이 주우셔서요?) 그럼. 이거 한 개(5천 원)는 더 있다. 보통은 요렇게.”

잠깐의 단맛 같은 휴식시간.

김은숙 할머니
(“커피 한 잔 잡숴요. 커피 아침에 마시면 맛있다.”)
“한 번 마셔볼래? 타줄까?”
(”한 잔씩 잡숴봐.”)

서판석 할아버지
“우리는 많이 움직이거든. 새벽부터 움직이다가”
김은숙 할머니
“이렇게 마시면 일단은 배가 부르잖아.”

김은숙 할머니
(“커피 맛 어떠세요?”) “고소하죠. 달달하고.”

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는 두 사람.

김은숙 할머니
“이렇게 모으다 보면. 신문은 신문대로 모아야 되지. 아줌마 박스 나 주려고? 아이고 고마워라.”

“ 안 할 수만 있고, 돈벌이가 있으면 그걸 하지 내가. 이거 안 하고. 그런데 그런 게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이거 안 하면 먹고 살기가 힘드세요?”)
“당장 땟거리가 없지. 먹을 게 없다는 거지.. 우리는 밥밖에 안 먹거든.”
“오늘도 열심히 했는데, 돈이 안 될 때는 속상하지. 힘들고... 짐이 무거울수록 나는 오히려 가벼워. 폐지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없으면, 몸이 만신창이가 돼. 짐은 가벼운데. 몸은 무거워.”

김은숙 할머니
“결혼하고부터 오늘날까지 날 고생시킨다.”

서판석 할아버지
“내 뒤에는 사고가 따라다녀요.”

김은숙 할머니
“날마다 그만두고 싶지. 여기도 얼마나 날 보고 투덜대는지 모른다. 짜증낸다.”
(“몸이 안 따라주니까.”)
“자기가 그리 아플 때는 나는 얼마나 아프겠어. 그래도 아랑곳도 안 해. 자기 아픈 것만 치고”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지만, 부부는 폐지 줍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김은숙 할머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지. 몸이 안 아프면 해야지. 몸이 아프면 못하지 그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의 삶은 너무 거칠고 힘이 든다. 하지만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준 사람들은 이 사회에 많지 않았다.

박국자 할머니
“내 손이 얼어서 동상이 걸려서 잘라냈잖아. 언제 얼었는지 몰라. 아픈 건 말로 표현 할 수 없지. 내가 다 참고 살지”
“이게 (손) 연장이야. 이게 도끼고 연장이야. 연장 같으면 벌써 쇠가 닳아서 고철상 수백 번 갔을 거야. 그런데 사람 손이라 이렇게 있는 거예요.”

문창기 할아버지
“나는 힘들지요. 많이 힘들어요.”

이외순 할머니
“나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일 하는 게 한스럽지.”
(“안 하고 싶으세요? 안 하고 싶으면 당장이라도?”)
“응.. 안 하고 싶어.. 안 하고 싶어요...”

<엔딩곡 '부모님의 시간' by B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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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전편 다시 보기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1tv/news/sisachang/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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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폐지 줍는 어느 노부부의 봄
    • 입력 2022-06-04 10:01:27
    • 수정2022-06-09 16:07:08
    취재K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br />

겨울이 지나 어느덧 봄, 어김없이 손수레와 함께 김은숙 할머니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는 2년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김은숙 할머니
“혼자는 못해 이거. 혼자는 힘이 들어서. 내가 주워서. 둘이 하면 아무래도 배를 해. 한 리어카 할 걸 두 리어카 하잖아.”

부부가 어제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내다 팔러 왔다. 두 사람이 15시간 동안 일해 만 8천 원을 벌었다.

김은숙 할머니
“많이 했지. 엊저녁에는 많이 주웠다. 리어카가 가득 아니야. (할아버지랑 같이 주우셔서요?) 그럼. 이거 한 개(5천 원)는 더 있다. 보통은 요렇게.”

잠깐의 단맛 같은 휴식시간.

김은숙 할머니
(“커피 한 잔 잡숴요. 커피 아침에 마시면 맛있다.”)
“한 번 마셔볼래? 타줄까?”
(”한 잔씩 잡숴봐.”)

서판석 할아버지
“우리는 많이 움직이거든. 새벽부터 움직이다가”
김은숙 할머니
“이렇게 마시면 일단은 배가 부르잖아.”

김은숙 할머니
(“커피 맛 어떠세요?”) “고소하죠. 달달하고.”

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는 두 사람.

김은숙 할머니
“이렇게 모으다 보면. 신문은 신문대로 모아야 되지. 아줌마 박스 나 주려고? 아이고 고마워라.”

“ 안 할 수만 있고, 돈벌이가 있으면 그걸 하지 내가. 이거 안 하고. 그런데 그런 게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이거 안 하면 먹고 살기가 힘드세요?”)
“당장 땟거리가 없지. 먹을 게 없다는 거지.. 우리는 밥밖에 안 먹거든.”
“오늘도 열심히 했는데, 돈이 안 될 때는 속상하지. 힘들고... 짐이 무거울수록 나는 오히려 가벼워. 폐지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없으면, 몸이 만신창이가 돼. 짐은 가벼운데. 몸은 무거워.”

김은숙 할머니
“결혼하고부터 오늘날까지 날 고생시킨다.”

서판석 할아버지
“내 뒤에는 사고가 따라다녀요.”

김은숙 할머니
“날마다 그만두고 싶지. 여기도 얼마나 날 보고 투덜대는지 모른다. 짜증낸다.”
(“몸이 안 따라주니까.”)
“자기가 그리 아플 때는 나는 얼마나 아프겠어. 그래도 아랑곳도 안 해. 자기 아픈 것만 치고”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지만, 부부는 폐지 줍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김은숙 할머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지. 몸이 안 아프면 해야지. 몸이 아프면 못하지 그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의 삶은 너무 거칠고 힘이 든다. 하지만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준 사람들은 이 사회에 많지 않았다.

박국자 할머니
“내 손이 얼어서 동상이 걸려서 잘라냈잖아. 언제 얼었는지 몰라. 아픈 건 말로 표현 할 수 없지. 내가 다 참고 살지”
“이게 (손) 연장이야. 이게 도끼고 연장이야. 연장 같으면 벌써 쇠가 닳아서 고철상 수백 번 갔을 거야. 그런데 사람 손이라 이렇게 있는 거예요.”

문창기 할아버지
“나는 힘들지요. 많이 힘들어요.”

이외순 할머니
“나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일 하는 게 한스럽지.”
(“안 하고 싶으세요? 안 하고 싶으면 당장이라도?”)
“응.. 안 하고 싶어.. 안 하고 싶어요...”

<엔딩곡 '부모님의 시간' by B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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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전편 다시 보기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1tv/news/sisachang/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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