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추기경 냈지만 신규 사제수는 ‘33년 만에 최저’ 기록한 한국 천주교회

입력 2022.06.06 (07:01) 수정 2022.06.06 (10: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및 부제 서품식(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ko.html)202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및 부제 서품식(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ko.html)

지난달은 한국 천주교회에 큰 경사가 있던 달이었다. 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과 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에 이어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로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신임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지난해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공식 서임을 받았다. 특히 유 신임 추기경은 그동안 세 추기경들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이었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 출신으로서 추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식 추기경은 240년 한국 천주교 역사는 물론이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로서 차관보 이상의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이다.

2014년 대한민국 사도적 순방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라자로 주교(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2014년 대한민국 사도적 순방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라자로 주교(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

하지만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 추기경 임명이라는 낭보에 불과 사흘 앞선 지난달 2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해 한국 천주교회의 신규 사제수가 33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주교회의가 발행한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 2022'에 따르면 2021년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된 한국 천주교회 신규 사제는 111명으로 지난 1989년 103명을 기록한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였다.

뿐만 아니라 신규 사제 수는 최근 몇 년간 지속 감소세로 2017년 185명에서 2018년 123명으로 60명 넘게 줄었고, 2019년 147명으로 올랐다가 2020년 113명으로 다시 뚝 떨어진 후 지난해에는 33년 만의 최저치인 111명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최근 몇 년간 신학교 입학생 수를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대교구를 기준으로 2015년 39명이던 신학교 입학생은 2016년 36명, 2017년 22명을 거쳐 2018년에서 2021년까지 17명~23명 선을 기록하다 올해 7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서울대교구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숫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군대에서의 병역 의무를 포함해 대체로 10년 이상이 걸리는 가톨릭 신학대학 교육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입학생의 30% 정도가 중도 탈락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졸업생이 되었을 때 배출되는 신규 사제 수는 7명보다 훨씬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마티아) 신부는 "교회 내부적으로는 경제 상황과 연관하여 사제 수 둔화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를 봐도 전쟁 직후처럼 특별히 사제의 역할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나면 사제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그동안에는 한국이 예외적으로 사제 서품자 수가 많은 경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신부는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가 인정받아온 것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가갔기 때문이었는데 오늘날에는 '교회가 너무 중산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제 수 감소와 관련해 비상등이 켜진 건 맞지만, 교회는 사람의 힘만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현상으로 나타나는 현실을 걱정만 하기보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현재의 모범적 성직자들을 보고 배우고 따라가면서 꾸준히 사회를 감화시키는 것이 교회로서는 더욱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네 번째 추기경 냈지만 신규 사제수는 ‘33년 만에 최저’ 기록한 한국 천주교회
    • 입력 2022-06-06 07:01:01
    • 수정2022-06-06 10:41:57
    취재K
202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및 부제 서품식(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ko.html)
지난달은 한국 천주교회에 큰 경사가 있던 달이었다. 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과 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에 이어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로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신임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지난해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공식 서임을 받았다. 특히 유 신임 추기경은 그동안 세 추기경들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이었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 출신으로서 추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식 추기경은 240년 한국 천주교 역사는 물론이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로서 차관보 이상의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이다.

2014년 대한민국 사도적 순방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라자로 주교(사진 출처: https://www.vaticannews.va/)
하지만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 추기경 임명이라는 낭보에 불과 사흘 앞선 지난달 2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해 한국 천주교회의 신규 사제수가 33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주교회의가 발행한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 2022'에 따르면 2021년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된 한국 천주교회 신규 사제는 111명으로 지난 1989년 103명을 기록한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였다.

뿐만 아니라 신규 사제 수는 최근 몇 년간 지속 감소세로 2017년 185명에서 2018년 123명으로 60명 넘게 줄었고, 2019년 147명으로 올랐다가 2020년 113명으로 다시 뚝 떨어진 후 지난해에는 33년 만의 최저치인 111명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최근 몇 년간 신학교 입학생 수를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대교구를 기준으로 2015년 39명이던 신학교 입학생은 2016년 36명, 2017년 22명을 거쳐 2018년에서 2021년까지 17명~23명 선을 기록하다 올해 7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서울대교구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숫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군대에서의 병역 의무를 포함해 대체로 10년 이상이 걸리는 가톨릭 신학대학 교육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입학생의 30% 정도가 중도 탈락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졸업생이 되었을 때 배출되는 신규 사제 수는 7명보다 훨씬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마티아) 신부는 "교회 내부적으로는 경제 상황과 연관하여 사제 수 둔화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를 봐도 전쟁 직후처럼 특별히 사제의 역할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나면 사제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그동안에는 한국이 예외적으로 사제 서품자 수가 많은 경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신부는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가 인정받아온 것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가갔기 때문이었는데 오늘날에는 '교회가 너무 중산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제 수 감소와 관련해 비상등이 켜진 건 맞지만, 교회는 사람의 힘만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현상으로 나타나는 현실을 걱정만 하기보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현재의 모범적 성직자들을 보고 배우고 따라가면서 꾸준히 사회를 감화시키는 것이 교회로서는 더욱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