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버려”…언어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

입력 2022.06.06 (09:01) 수정 2022.06.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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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전쟁 사망자 장례식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전쟁 사망자 장례식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 서부로 피해온 우크라 동부인들.

이들이 러시아어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영향 속에서 그간 일상어로 써온 러시아어를 아예 안 쓰기 위해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에 대한 저항이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 "주로 쓰던 러시아어 버리고 우크라이나어 공부"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서부로 온 동부의 피란민들이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등에서는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교습소가 여기저기 생겨났습니다.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에서 살다 서부로 피해 온 수백만 명의 피란민들이 우크라이나어를 일상 언어로 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교습소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피란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모국어인데도 우크라이나어를 따로 배워야 할 정도로, 이들은 러시아어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우크라이나인 3명 중 1명은 일상 생활에서 러시아어를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 키이우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두 언어를 섞어 쓰는 일도 흔합니다.

러시아 제국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에 이르는 수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러시아어를 쓰게 된 겁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해왔습니다.

■ "이건 러시아에 대한 또다른 저항입니다"

리비우의 한 교습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는 안나 카찰로바는 "저와 아이들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우크라이나어만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면서 "지금은 머릿속으로 혼자 말할 때도 우크라이나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키이우의 북동쪽 체르니히우에서 탈출했다는 그는 우크라이나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말할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언어를 갑자기 바꾸려니 처음엔 힘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카찰로바처럼 러시아어를 일상적으로 썼던 피란민 상당수가 러시아의 침공에 격분해 저항하는 의미로 언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국어 교습소 크게 늘어…"언어부터 우크라이나 정체성 확고히"

우크라이나어 교습소는 전쟁 이후 크게 늘었지만,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교습소를 열고 있는 민간단체 '야모바'(Yamova)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또 다른 단체 '야디나'(Yadinya)도 같은 해 학교에서 러시아어로 수업하는 것에 반발해 만들어졌습니다.

야디나를 설립한 나탈리야 페델치코는 "언어를 바꾸는 것은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교습소에서 이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어를 쓰면서 자랐지만, 공직에 나서기 전인 2017년에 우크라이나어로 사용 언어를 바꿨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2019년에는 학교와 공공장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이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면서 이 법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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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어 버려”…언어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
    • 입력 2022-06-06 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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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전쟁 사망자 장례식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 서부로 피해온 우크라 동부인들.

이들이 러시아어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영향 속에서 그간 일상어로 써온 러시아어를 아예 안 쓰기 위해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에 대한 저항이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 "주로 쓰던 러시아어 버리고 우크라이나어 공부"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서부로 온 동부의 피란민들이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등에서는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교습소가 여기저기 생겨났습니다.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에서 살다 서부로 피해 온 수백만 명의 피란민들이 우크라이나어를 일상 언어로 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교습소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피란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모국어인데도 우크라이나어를 따로 배워야 할 정도로, 이들은 러시아어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우크라이나인 3명 중 1명은 일상 생활에서 러시아어를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 키이우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두 언어를 섞어 쓰는 일도 흔합니다.

러시아 제국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에 이르는 수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러시아어를 쓰게 된 겁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해왔습니다.

■ "이건 러시아에 대한 또다른 저항입니다"

리비우의 한 교습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는 안나 카찰로바는 "저와 아이들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우크라이나어만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면서 "지금은 머릿속으로 혼자 말할 때도 우크라이나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키이우의 북동쪽 체르니히우에서 탈출했다는 그는 우크라이나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말할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언어를 갑자기 바꾸려니 처음엔 힘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카찰로바처럼 러시아어를 일상적으로 썼던 피란민 상당수가 러시아의 침공에 격분해 저항하는 의미로 언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국어 교습소 크게 늘어…"언어부터 우크라이나 정체성 확고히"

우크라이나어 교습소는 전쟁 이후 크게 늘었지만,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교습소를 열고 있는 민간단체 '야모바'(Yamova)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또 다른 단체 '야디나'(Yadinya)도 같은 해 학교에서 러시아어로 수업하는 것에 반발해 만들어졌습니다.

야디나를 설립한 나탈리야 페델치코는 "언어를 바꾸는 것은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교습소에서 이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어를 쓰면서 자랐지만, 공직에 나서기 전인 2017년에 우크라이나어로 사용 언어를 바꿨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2019년에는 학교와 공공장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이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면서 이 법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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