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입력 2022.06.07 (07:00) 수정 2022.06.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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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테라와 루나가 가진 문제,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내부는 정말 몰랐을까. 테라폼랩스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권도형 대표의 행적도 묘연합니다.

취재진은 다수의 테라폼랩스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일부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일부는 입을 열었습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테라의 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음'이 회사 안에서는 충분히 공유됐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앵커 프로토콜이 약속한 '연 20% 이자'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테라폼랩스는 앵커 프로토콜의 이율을 계속 유지하다가, 올해 3월에서야 비로소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권도형 대표는 누구?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권 대표는 지난 2018년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과 함께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을 만듭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번 사태의 주인공, 바로 테라폼랩스였습니다.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테라는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디파이 플랫폼으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출시 전에 다른 스테이블 코인도 시도했습니다. '베이시스 캐시'라는 코인입니다.

베이시스 캐시는 지난 2020년 말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시됩니다. 테라 루나와 유사하게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와 1 : 1로 가치를 연동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베이시스 캐시는 2021년 초 페깅이 무너지며, 실패한 코인이 됐습니다.

베이시스 캐시의 실패는 이번 테라 루나의 대폭락과 유사했습니다.

■ 불가능하다 보고해도 '낙관론'만

KBS와 인터뷰 중인 강형석 대표의 모습. 테라 전 직원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다.KBS와 인터뷰 중인 강형석 대표의 모습. 테라 전 직원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라폼랩스에서 2020년 말까지 개발자로 재직하며, UST 코인 등의 개발에 참여한 강형석 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는 "여러 차례 테라의 '연 20% 이자'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또 다른 개발자 A 씨도 "이율을 낮추지 못하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내부 회의에서도 논의됐으나 권 대표가 요지부동이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인지하고 있었지만, 테라가 충분히 성장하고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의 자금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붕괴할 수 없다는 막연한 낙관론을 권 대표가 회사 전체에 주입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설명했듯, 테라는 연 20%의 고정 이자를 고집한 탓에 매순간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알고리즘이 그렸던 안전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무서워서 증언 못 하겠다"


관계자들은 권 대표가 독선적인 경영자였다고 증언합니다.

강형석 대표는 "20%의 이자율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할 때마다 권 대표는 이어폰을 낀 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만나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대표에게 말을 전하려고 하면 대리자를 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A 씨도 권 대표가 강압적으로 직원들을 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자주 했고, 결정권을 권 대표가 독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정이 어그러지면 팀 전체를 해고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테라폼랩스의 관계자들은 취재진과 접촉한 뒤에도 입을 열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권 대표가 무서워 말 꺼내기 두렵다"고 이야기한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권 대표 본인은 물론 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모두 잠적한 상황. 여러 경로로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권 대표 입장에서는 테라를 둘러싼 지금의 여론이 매우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실패하려 일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기에, 결과론으로 경영자를 무조건 몰아세우는 것도 과한 일일 수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권 대표의 행위가 범죄로 성립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과연 테라가 사기였는지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아울러 위험한 상품을 매수한 건 투자자 본인의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전·현직 관계자들이 쏟아낸 증언이 사실이라면, 권 대표는 테라의 상품 설계에 큰 문제가 있고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가상화폐 역사에서 보기 드문 역대급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건 움직이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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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 입력 2022-06-07 07:00:18
    • 수정2022-06-07 19:24:07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strong><br />

테라와 루나가 가진 문제,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내부는 정말 몰랐을까. 테라폼랩스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권도형 대표의 행적도 묘연합니다.

취재진은 다수의 테라폼랩스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일부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일부는 입을 열었습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테라의 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음'이 회사 안에서는 충분히 공유됐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앵커 프로토콜이 약속한 '연 20% 이자'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테라폼랩스는 앵커 프로토콜의 이율을 계속 유지하다가, 올해 3월에서야 비로소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권도형 대표는 누구?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권 대표는 지난 2018년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과 함께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을 만듭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번 사태의 주인공, 바로 테라폼랩스였습니다.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테라는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디파이 플랫폼으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출시 전에 다른 스테이블 코인도 시도했습니다. '베이시스 캐시'라는 코인입니다.

베이시스 캐시는 지난 2020년 말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시됩니다. 테라 루나와 유사하게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와 1 : 1로 가치를 연동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베이시스 캐시는 2021년 초 페깅이 무너지며, 실패한 코인이 됐습니다.

베이시스 캐시의 실패는 이번 테라 루나의 대폭락과 유사했습니다.

■ 불가능하다 보고해도 '낙관론'만

KBS와 인터뷰 중인 강형석 대표의 모습. 테라 전 직원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라폼랩스에서 2020년 말까지 개발자로 재직하며, UST 코인 등의 개발에 참여한 강형석 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는 "여러 차례 테라의 '연 20% 이자'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또 다른 개발자 A 씨도 "이율을 낮추지 못하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내부 회의에서도 논의됐으나 권 대표가 요지부동이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인지하고 있었지만, 테라가 충분히 성장하고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의 자금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붕괴할 수 없다는 막연한 낙관론을 권 대표가 회사 전체에 주입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설명했듯, 테라는 연 20%의 고정 이자를 고집한 탓에 매순간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알고리즘이 그렸던 안전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무서워서 증언 못 하겠다"


관계자들은 권 대표가 독선적인 경영자였다고 증언합니다.

강형석 대표는 "20%의 이자율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할 때마다 권 대표는 이어폰을 낀 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만나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대표에게 말을 전하려고 하면 대리자를 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A 씨도 권 대표가 강압적으로 직원들을 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자주 했고, 결정권을 권 대표가 독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정이 어그러지면 팀 전체를 해고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테라폼랩스의 관계자들은 취재진과 접촉한 뒤에도 입을 열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권 대표가 무서워 말 꺼내기 두렵다"고 이야기한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권 대표 본인은 물론 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모두 잠적한 상황. 여러 경로로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권 대표 입장에서는 테라를 둘러싼 지금의 여론이 매우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실패하려 일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기에, 결과론으로 경영자를 무조건 몰아세우는 것도 과한 일일 수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권 대표의 행위가 범죄로 성립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과연 테라가 사기였는지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아울러 위험한 상품을 매수한 건 투자자 본인의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전·현직 관계자들이 쏟아낸 증언이 사실이라면, 권 대표는 테라의 상품 설계에 큰 문제가 있고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가상화폐 역사에서 보기 드문 역대급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건 움직이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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