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좌파 집권이냐 vs ‘콜롬비아의 트럼프’ 당선이냐

입력 2022.06.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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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콜롬비아 하면 남미에서도 대표적인 미국 우방입니다. 우파가 한번도 정권을 뺏긴 적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선이 진행 중인데, 1차 투표에서 좌파 후보가 앞서면서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좌파물결이 콜롬비아까지 확산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좌파 페트로 후보에 맞서는 후보는 콜롬비아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에르난데스 후보입니다. 한국외대 손혜현 객원교수와 함께 콜롬비아 대선을 전망해봤습니다.

오는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좌파연합 구스타보 페트로(좌) 후보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우) 후보. 콜롬비아는 한 번도 우파가 정권을 빼긴 적이 없는 국가로 페트로 후보가 당선되면 처음으로 좌파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오는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좌파연합 구스타보 페트로(좌) 후보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우) 후보. 콜롬비아는 한 번도 우파가 정권을 빼긴 적이 없는 국가로 페트로 후보가 당선되면 처음으로 좌파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페트로와 에르난데스는 누구?

콜롬비아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를 놓고 결선투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5월 29일 1차 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득표율 40.3%로 1위를 차지했고,무소속으로 나온 우파 포퓰리스트 로돌포 에르난데스가 28.1%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페트로는 현직 상원의원이고 보고타 시장을 지냈지만, 좌익게릴라 단체인 4월19일 운동(M-19)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콜롬비아의 정치와 경제는 전통적으로 수도 보고타와 안데스지역 그리고 사립학교 출신의 소수의 엘리트들(‘델핀(돌고래)’)이 독점하고 있는데, 페트로는 빈곤한 해안가 마을에서 태어나 공립학교를 나온 게릴라 출신이기 때문에 반기득권 또는 반엘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젊은 시절 그가 속했던 M-19는 대표적인 반군단체로 1985년 115명의 사망자를 냈던 정의의 궁전(대법원 겸 법무부빌딩) 습격 사건을 저질렀던 단체입니다.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한 에르난데스 후보는 별명이 '콜롬비아의 트럼프'입니다. 에르난데스는 기업인 출신으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재력가이기도 하고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입니다.기득권 세력들의 부패를 맹비난하면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선전을 한 비결은 바로 강력한 반부패 공약 때문입니다. 국가 예산을 대폭 줄여서 부패를 종식시키겠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급해진 기득권층과 유력 정치인들이 페트로를 막기 위해서 에르난데스에 대한 지지를 발표하고 있어서 결선에서 에르난데스의 당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가 전통적 정치계급과 부패를 동일시하고 전통 정당과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 전에 우파선거연합이 결성될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이번 대선이 콜롬비아 정치에 갖는 의미는 ?

6월 19일 누가 이기든 콜롬비아의 정치는 전환기에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독립 이후 온건한 보수주의를 추구해 온 나라로 콜롬비아 국민들은 선거에서 급진적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와 안정을 선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1차 투표에서 나타났듯이 불확실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급진적인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는 좌파지도자와 반체제 반기득권을 주장하는 포퓰리스트지도자에게 투표했습니다. 만약 페트로가 당선된다면 콜롬비아는 역사상 최초로 서민출신의 좌파 대통령이 집권하게 됩니다.

콜롬비아에서는 그동안 모든 대통령이 소수의 유력 가문에서 나왔습니다(Santos, Uribe, Gomez, Perez 등).

한국외대 손혜현 객원교수가 6월 19일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6월 7일 KBS2TV 지구촌 뉴스에 출연한 모습.한국외대 손혜현 객원교수가 6월 19일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6월 7일 KBS2TV 지구촌 뉴스에 출연한 모습.

■좌파 페트로 후보가 지지를 얻는 배경은 무엇인가?

콜롬비아에선 기성정치에 대한 저항과 거부감이 어느 때보다도 강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동안 콜롬비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평등을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낙후된 인프라, 열악한 사회 안전망, 낮은 공공서비스의 질, 빈곤, 경기침체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콜롬비아에서 ‘los mismos de siempre(항상 같은 사람들)“라고 부르는 엘리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부유해졌고 일반 대중들은 더욱 가난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더 공평한 부의 분배, 더 나은 공공 서비스, 사회안전망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페트로를 지지하는 겁니다.

■ 좌파 페트로가 집권하게 되면, 우방인 미국의 정책도 달라질까?

페트로뿐만 아니라 에르난데스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페트로는 마약 문제와 베네수엘라 외교 무역 협력 등의 이슈를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무역에서는 미국과의 FTA가 콜롬비아의 원자재 수출 능력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며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 동참하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난데스 역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의 외교관계·무역관계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고 대미관계에 있어서 미국과의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페트로가 승리하게 되면 반미 독재정권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중남미에서 좌파정부가 연속적으로 집권하고 있기때문에 이념적으로 동질적인 중남미 국가들간의 연대가 강화되면 중남미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무관심으로 생긴 권력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침투도 강해지면서 중남미는 더 이상 미국이 배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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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좌파 집권이냐 vs ‘콜롬비아의 트럼프’ 당선이냐
    • 입력 2022-06-07 12:07:02
    세계는 지금
콜롬비아 하면 남미에서도 대표적인 미국 우방입니다. 우파가 한번도 정권을 뺏긴 적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선이 진행 중인데, 1차 투표에서 좌파 후보가 앞서면서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좌파물결이 콜롬비아까지 확산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좌파 페트로 후보에 맞서는 후보는 콜롬비아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에르난데스 후보입니다. 한국외대 손혜현 객원교수와 함께 콜롬비아 대선을 전망해봤습니다.
오는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좌파연합 구스타보 페트로(좌) 후보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우) 후보. 콜롬비아는 한 번도 우파가 정권을 빼긴 적이 없는 국가로 페트로 후보가 당선되면 처음으로 좌파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페트로와 에르난데스는 누구?

콜롬비아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를 놓고 결선투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5월 29일 1차 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득표율 40.3%로 1위를 차지했고,무소속으로 나온 우파 포퓰리스트 로돌포 에르난데스가 28.1%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페트로는 현직 상원의원이고 보고타 시장을 지냈지만, 좌익게릴라 단체인 4월19일 운동(M-19)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콜롬비아의 정치와 경제는 전통적으로 수도 보고타와 안데스지역 그리고 사립학교 출신의 소수의 엘리트들(‘델핀(돌고래)’)이 독점하고 있는데, 페트로는 빈곤한 해안가 마을에서 태어나 공립학교를 나온 게릴라 출신이기 때문에 반기득권 또는 반엘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젊은 시절 그가 속했던 M-19는 대표적인 반군단체로 1985년 115명의 사망자를 냈던 정의의 궁전(대법원 겸 법무부빌딩) 습격 사건을 저질렀던 단체입니다.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한 에르난데스 후보는 별명이 '콜롬비아의 트럼프'입니다. 에르난데스는 기업인 출신으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재력가이기도 하고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입니다.기득권 세력들의 부패를 맹비난하면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선전을 한 비결은 바로 강력한 반부패 공약 때문입니다. 국가 예산을 대폭 줄여서 부패를 종식시키겠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급해진 기득권층과 유력 정치인들이 페트로를 막기 위해서 에르난데스에 대한 지지를 발표하고 있어서 결선에서 에르난데스의 당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가 전통적 정치계급과 부패를 동일시하고 전통 정당과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 전에 우파선거연합이 결성될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이번 대선이 콜롬비아 정치에 갖는 의미는 ?

6월 19일 누가 이기든 콜롬비아의 정치는 전환기에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독립 이후 온건한 보수주의를 추구해 온 나라로 콜롬비아 국민들은 선거에서 급진적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와 안정을 선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1차 투표에서 나타났듯이 불확실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급진적인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는 좌파지도자와 반체제 반기득권을 주장하는 포퓰리스트지도자에게 투표했습니다. 만약 페트로가 당선된다면 콜롬비아는 역사상 최초로 서민출신의 좌파 대통령이 집권하게 됩니다.

콜롬비아에서는 그동안 모든 대통령이 소수의 유력 가문에서 나왔습니다(Santos, Uribe, Gomez, Perez 등).

한국외대 손혜현 객원교수가 6월 19일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6월 7일 KBS2TV 지구촌 뉴스에 출연한 모습.
■좌파 페트로 후보가 지지를 얻는 배경은 무엇인가?

콜롬비아에선 기성정치에 대한 저항과 거부감이 어느 때보다도 강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동안 콜롬비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평등을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낙후된 인프라, 열악한 사회 안전망, 낮은 공공서비스의 질, 빈곤, 경기침체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콜롬비아에서 ‘los mismos de siempre(항상 같은 사람들)“라고 부르는 엘리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부유해졌고 일반 대중들은 더욱 가난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더 공평한 부의 분배, 더 나은 공공 서비스, 사회안전망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페트로를 지지하는 겁니다.

■ 좌파 페트로가 집권하게 되면, 우방인 미국의 정책도 달라질까?

페트로뿐만 아니라 에르난데스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페트로는 마약 문제와 베네수엘라 외교 무역 협력 등의 이슈를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무역에서는 미국과의 FTA가 콜롬비아의 원자재 수출 능력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며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 동참하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난데스 역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의 외교관계·무역관계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고 대미관계에 있어서 미국과의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페트로가 승리하게 되면 반미 독재정권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중남미에서 좌파정부가 연속적으로 집권하고 있기때문에 이념적으로 동질적인 중남미 국가들간의 연대가 강화되면 중남미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무관심으로 생긴 권력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침투도 강해지면서 중남미는 더 이상 미국이 배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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