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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영어 음반 만든 노브레인 ‘이번엔 조선 아닌 유학 펑크’
입력 2022.06.07 (13:04) 연합뉴스
"미국 작업실에서 프로듀서가 '이걸로 연습하고 있으라'고 통기타를 하나 건네줬어요. 밥 딜런이 실제로 쓰던 통기타였죠."(정민준)

"전화 한 통으로 소셜 디스토션의 '배드 럭'(Bad Luck) 저작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렸을 때 우러러보던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는 걸 보고 여기가 미국이구나 싶었어요.(이성우)

국내를 대표하는 펑크 록 밴드 노브레인은 오는 8일 특별한 미니음반을 발매한다. 전곡 영어 가사에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만들어 '기가 막힌' 사운드를 구현해 낸 신보 '빅 미스테이크'(BIG MISTAKE)다.

노브레인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조선 펑크가 아닌 '유학 펑크'로 생각해 달라"고 유쾌하게 신보를 소개했다.

보컬 이성우는 "영어로 노래를 냈으니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들어준다면 좋겠다"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런 것도 노브레인의 역사에 있었다고 남기고 싶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조선 펑크'의 대명사인 이들이 난데없이 유학 작품을 낸 계기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브레인은 2013년 캐나다에서 공연했는데, 마돈나와 라몬스 등을 발굴한 전설적인 음반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의 눈에 띈 것이다.

이 인연을 계기로 당시 워너뮤직 소속 유명 프로듀서 줄리언 레이먼드가 이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해주기로 했고, 이듬해인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내슈빌을 오가며 신나게 곡을 작업했다.

하지만 줄리언 레이먼드가 회사를 옮기면서 노브레인이 작업한 음반의 권리문제가 꼬였고, 이를 풀어내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기타리스트 정민준은 "역사적으로 따지면 (록 음악이) 미국과 영국 쪽에서 시작하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그런지 그쪽 엔지니어들은 눈 감고도 목적에 충실한 사운드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뽑아내더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운드에 자신이 있다"며 "록 밴드를 하려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이 앨범이 큰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성우 역시 "한국도 이제는 다른 소리는 잘 잡아내는데, 노하우가 필요한 센 드럼 소리 이것 하나는 지금껏 만족을 못 했다"며 "미국에서 믹싱 전에 들어봤더니 이미 그 수준이 완성된 앨범 같더라"고 말했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어 허'(Uh Huh)를 비롯해 '테이크 어 롱'(Take a Long), '아이 윌 파이트'(I Will Fight), '베터 오프 데드'(Better Off Dead), '배드 럭'까지 총 다섯 곡이 실렸다.

2번 트랙 '테이크 어 롱'은 호주 밴드 디 앤젤스(The Angels), 5번 트랙 '배드 럭'은 밴드 소셜 디스토션(Social Distortion)의 노래를 각각 리메이크한 것이다.

사운드에 자신 있다는 이들의 말처럼 음반에서는 노래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각각 역량의 최대치를 뽐낸다. 밴드 음악이 2000년대 초반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것이 정통 록'이라며 청자에게 음반을 들이미는 듯했다.

이번 음반은 미국의 유명 녹음실 '블랙버드 스튜디오'와 데이비드 보위가 작업했던 '이스트웨스트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믹싱 엔지니어로는 그린데이의 명반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을 담당한 크리스 로드 알지가 참여했다.

베이시스트 정우용은 "미국 활동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이민 준비까지 하게 만든 앨범"이라며 "'큰물'에서 활동하려고 영어도 배웠는데 서류상 문제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되짚었다.

악기 사운드는 기가 막히게 뽑아냈지만, 이성우가 영어로 전곡을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동료 아티스트 빅포니로부터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몇 개월에 걸쳐 영어를 배웠다.

이성우는 "'엘'(L)과 '아르'(R) 발음이 잘 안 돼서 계속 연습했다"며 "제가 약간 경상도 발음이 섞여 있어서 고생을 좀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뭐라고 노래하는지 알아듣지 못하시더라도 빵빵한 사운드나 곡의 느낌을 통해 메시지를 충분히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스피커로 혼자 조용히 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노브레인은 1996년 결성 이래 26년간 '1세대 대표 인디 밴드'로 활약했다.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혈기 넘치는 청년들은 어느덧 40대가 됐다.

사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음악이 예전 같지 않고 말랑해졌다'는 옛 팬들의 불만과 새로운 음악적 변화에 대한 갈망을 사이에 두고 고민도 거듭했다.

이성우는 관련 질문을 건네자 "그 두 개의 음악 방향이 계속 싸워오는 중"이라며 "원래 하던 것도 좋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그래도 예전에 하던 것만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생각들이 내부에서 막 부딪치며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준은 "아무래도 방송에 나가려면 심의를 생각해야 하고 영업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해서 음악적 역량을 구속당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이번 미국 음반은 준비 과정에서 프로듀서가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옛날 노브레인 팬들도 이번 앨범으로 그간의 감정을 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이렇게 훌륭한 결과물의 이름이 왜 '큰 실수'(BIG MISTAKE)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급하게 마지막 질문을 하나 추가하니 특유의 호탕한 대답이 돌아왔다.

"앨범명을 '태권 록'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2014년부터 너무 많은 시행착오가 있다 보니 아예 '빅 미스테이크'가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실수 없이 미국에서 성공했다면 이 앨범은 '아메리칸 리벤지'(American Revenge)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하."(이성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미국서 영어 음반 만든 노브레인 ‘이번엔 조선 아닌 유학 펑크’
    • 입력 2022-06-07 13:04:39
    연합뉴스
"미국 작업실에서 프로듀서가 '이걸로 연습하고 있으라'고 통기타를 하나 건네줬어요. 밥 딜런이 실제로 쓰던 통기타였죠."(정민준)

"전화 한 통으로 소셜 디스토션의 '배드 럭'(Bad Luck) 저작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렸을 때 우러러보던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는 걸 보고 여기가 미국이구나 싶었어요.(이성우)

국내를 대표하는 펑크 록 밴드 노브레인은 오는 8일 특별한 미니음반을 발매한다. 전곡 영어 가사에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만들어 '기가 막힌' 사운드를 구현해 낸 신보 '빅 미스테이크'(BIG MISTAKE)다.

노브레인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조선 펑크가 아닌 '유학 펑크'로 생각해 달라"고 유쾌하게 신보를 소개했다.

보컬 이성우는 "영어로 노래를 냈으니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들어준다면 좋겠다"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런 것도 노브레인의 역사에 있었다고 남기고 싶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조선 펑크'의 대명사인 이들이 난데없이 유학 작품을 낸 계기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브레인은 2013년 캐나다에서 공연했는데, 마돈나와 라몬스 등을 발굴한 전설적인 음반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의 눈에 띈 것이다.

이 인연을 계기로 당시 워너뮤직 소속 유명 프로듀서 줄리언 레이먼드가 이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해주기로 했고, 이듬해인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내슈빌을 오가며 신나게 곡을 작업했다.

하지만 줄리언 레이먼드가 회사를 옮기면서 노브레인이 작업한 음반의 권리문제가 꼬였고, 이를 풀어내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기타리스트 정민준은 "역사적으로 따지면 (록 음악이) 미국과 영국 쪽에서 시작하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그런지 그쪽 엔지니어들은 눈 감고도 목적에 충실한 사운드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뽑아내더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운드에 자신이 있다"며 "록 밴드를 하려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이 앨범이 큰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성우 역시 "한국도 이제는 다른 소리는 잘 잡아내는데, 노하우가 필요한 센 드럼 소리 이것 하나는 지금껏 만족을 못 했다"며 "미국에서 믹싱 전에 들어봤더니 이미 그 수준이 완성된 앨범 같더라"고 말했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어 허'(Uh Huh)를 비롯해 '테이크 어 롱'(Take a Long), '아이 윌 파이트'(I Will Fight), '베터 오프 데드'(Better Off Dead), '배드 럭'까지 총 다섯 곡이 실렸다.

2번 트랙 '테이크 어 롱'은 호주 밴드 디 앤젤스(The Angels), 5번 트랙 '배드 럭'은 밴드 소셜 디스토션(Social Distortion)의 노래를 각각 리메이크한 것이다.

사운드에 자신 있다는 이들의 말처럼 음반에서는 노래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각각 역량의 최대치를 뽐낸다. 밴드 음악이 2000년대 초반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것이 정통 록'이라며 청자에게 음반을 들이미는 듯했다.

이번 음반은 미국의 유명 녹음실 '블랙버드 스튜디오'와 데이비드 보위가 작업했던 '이스트웨스트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믹싱 엔지니어로는 그린데이의 명반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을 담당한 크리스 로드 알지가 참여했다.

베이시스트 정우용은 "미국 활동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이민 준비까지 하게 만든 앨범"이라며 "'큰물'에서 활동하려고 영어도 배웠는데 서류상 문제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되짚었다.

악기 사운드는 기가 막히게 뽑아냈지만, 이성우가 영어로 전곡을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동료 아티스트 빅포니로부터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몇 개월에 걸쳐 영어를 배웠다.

이성우는 "'엘'(L)과 '아르'(R) 발음이 잘 안 돼서 계속 연습했다"며 "제가 약간 경상도 발음이 섞여 있어서 고생을 좀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뭐라고 노래하는지 알아듣지 못하시더라도 빵빵한 사운드나 곡의 느낌을 통해 메시지를 충분히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스피커로 혼자 조용히 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노브레인은 1996년 결성 이래 26년간 '1세대 대표 인디 밴드'로 활약했다.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혈기 넘치는 청년들은 어느덧 40대가 됐다.

사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음악이 예전 같지 않고 말랑해졌다'는 옛 팬들의 불만과 새로운 음악적 변화에 대한 갈망을 사이에 두고 고민도 거듭했다.

이성우는 관련 질문을 건네자 "그 두 개의 음악 방향이 계속 싸워오는 중"이라며 "원래 하던 것도 좋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그래도 예전에 하던 것만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생각들이 내부에서 막 부딪치며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준은 "아무래도 방송에 나가려면 심의를 생각해야 하고 영업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해서 음악적 역량을 구속당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이번 미국 음반은 준비 과정에서 프로듀서가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옛날 노브레인 팬들도 이번 앨범으로 그간의 감정을 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이렇게 훌륭한 결과물의 이름이 왜 '큰 실수'(BIG MISTAKE)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급하게 마지막 질문을 하나 추가하니 특유의 호탕한 대답이 돌아왔다.

"앨범명을 '태권 록'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2014년부터 너무 많은 시행착오가 있다 보니 아예 '빅 미스테이크'가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실수 없이 미국에서 성공했다면 이 앨범은 '아메리칸 리벤지'(American Revenge)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하."(이성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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