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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장 내 성희롱 줄었지만…2/3는 “참고 넘어가”
입력 2022.06.07 (17:02) 취재K

■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이 쏘아 올린 공

'서울대 신 교수 사건' 기억나십니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초로 제기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소송입니다.

1993년, 서울대 신 모 교수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우 모 조교가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우 조교는 지도교수인 신 교수가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성적 발언을 지속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조교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성희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심은 우 조교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신 교수 등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KBS 뉴스9 화면 캡처(1994.04.18.)KBS 뉴스9 화면 캡처(1994.04.18.)

딸 둔 집안에선 조금 안심되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차마 남에게는 알리기 부끄러워서 덮어두곤 했던 직장에서의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그 부당함과 피해를 법에 호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 민사지방법원은 오늘, 대학원 지도교수의 성희롱을 거절한 뒤에, 조교 재임용에서 탈락됐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여조교에게, 가해자인 지도교수는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성희롱의 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자, 남성들에겐 경종입니다.
- KBS뉴스9(1994년 4월 18일)

이후 6년의 법적 공방 끝에 신 교수는 우 조교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로 소송은 마무리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도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선 성희롱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법제화됐습니다.

여성발전기본법[시행 1996. 7. 1.] [법률 제5136호, 1995. 12. 30. 제정]
제17조 (고용평등)
③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주는 성희롱의 예방 등 직장 내의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성희롱은 감소

이 여성발전기본법은 2015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제32조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3년마다 성희롱 실태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여가부가 '2021년 성희롱 실태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4.8%였습니다. 2018년 8.1%에 비해 3.3%p 감소한 수치였는데, 여성은 7.9%, 남성은 2.9%가 성희롱 피해를 봤다고 답했습니다.

여가부는 제도 개선과 예방교육 등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코로나 19로 회식 등이 감소하는 등 근무 환경이 바뀐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10명 중 9명(90.4%)은 코로나19로 회식과 단합대회 등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때문에 성희롱 발생 장소도 3년 전과 달리 '사무실 내'(41.8%)가 '회식 장소'(31.5%)를 앞질렀습니다.

■ 1·2차 피해자 모두 '참고 넘어갔다'가 가장 많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경우, 66.7%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3년 전 81.7%보단 감소했지만, 여전히 다수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 겁니다.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59.8%),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33.3%), '문제를 제기해도 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22.2%) 순이었습니다.

2차 피해, 즉 성희롱 피해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7%였습니다. 2차 피해를 경험한 경우에도 다수인 57.9%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 성희롱 목격자 64.1%는 조치 안 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타인의 성희롱 피해 경험을 전해 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5%였는데, 목격 후의 조치로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64.1%)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3.1%로 가장 많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19.0%로 뒤를 이었습니다.


여가부는 여전히 피해자 중 대부분은 피해를 참고 넘어가고, 목격자도 목격 후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은 비율은 변화가 없어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들이 관찰됐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피해자 보호'(32.7%), '조직문화 개선' (19.6%) 등을 꼽았습니다.

여가부는 공공기관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기관장과 관리자가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를 시행하도록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 코로나19로 직장 내 성희롱 줄었지만…2/3는 “참고 넘어가”
    • 입력 2022-06-07 17:02:21
    취재K

■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이 쏘아 올린 공

'서울대 신 교수 사건' 기억나십니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초로 제기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소송입니다.

1993년, 서울대 신 모 교수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우 모 조교가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우 조교는 지도교수인 신 교수가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성적 발언을 지속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조교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성희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심은 우 조교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신 교수 등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KBS 뉴스9 화면 캡처(1994.04.18.)KBS 뉴스9 화면 캡처(1994.04.18.)

딸 둔 집안에선 조금 안심되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차마 남에게는 알리기 부끄러워서 덮어두곤 했던 직장에서의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그 부당함과 피해를 법에 호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 민사지방법원은 오늘, 대학원 지도교수의 성희롱을 거절한 뒤에, 조교 재임용에서 탈락됐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여조교에게, 가해자인 지도교수는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성희롱의 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자, 남성들에겐 경종입니다.
- KBS뉴스9(1994년 4월 18일)

이후 6년의 법적 공방 끝에 신 교수는 우 조교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로 소송은 마무리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도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선 성희롱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법제화됐습니다.

여성발전기본법[시행 1996. 7. 1.] [법률 제5136호, 1995. 12. 30. 제정]
제17조 (고용평등)
③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주는 성희롱의 예방 등 직장 내의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성희롱은 감소

이 여성발전기본법은 2015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제32조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3년마다 성희롱 실태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여가부가 '2021년 성희롱 실태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4.8%였습니다. 2018년 8.1%에 비해 3.3%p 감소한 수치였는데, 여성은 7.9%, 남성은 2.9%가 성희롱 피해를 봤다고 답했습니다.

여가부는 제도 개선과 예방교육 등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코로나 19로 회식 등이 감소하는 등 근무 환경이 바뀐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10명 중 9명(90.4%)은 코로나19로 회식과 단합대회 등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때문에 성희롱 발생 장소도 3년 전과 달리 '사무실 내'(41.8%)가 '회식 장소'(31.5%)를 앞질렀습니다.

■ 1·2차 피해자 모두 '참고 넘어갔다'가 가장 많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경우, 66.7%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3년 전 81.7%보단 감소했지만, 여전히 다수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 겁니다.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59.8%),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33.3%), '문제를 제기해도 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22.2%) 순이었습니다.

2차 피해, 즉 성희롱 피해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7%였습니다. 2차 피해를 경험한 경우에도 다수인 57.9%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 성희롱 목격자 64.1%는 조치 안 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타인의 성희롱 피해 경험을 전해 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5%였는데, 목격 후의 조치로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64.1%)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3.1%로 가장 많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19.0%로 뒤를 이었습니다.


여가부는 여전히 피해자 중 대부분은 피해를 참고 넘어가고, 목격자도 목격 후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은 비율은 변화가 없어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들이 관찰됐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피해자 보호'(32.7%), '조직문화 개선' (19.6%) 등을 꼽았습니다.

여가부는 공공기관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기관장과 관리자가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를 시행하도록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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