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긴 보고 남은 골탕 먹이는 ‘반쪽’ 스텔스차량

입력 2022.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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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밤거리 활보하는 불 꺼진 차량들
앞은 환한데 뒤는 깜깜...'반쪽 스텔스차'
사고 우려에도 단속은 사실상 방치


■법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빵빵~!'... 알려줘도 화내는 불 꺼진 차들

#장면①
밤 늦은 퇴근길,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순간 경적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사이드미러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옆 차선에 차량이 있었던 것입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확인한 순간, 그 차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장면②
비 오는 저녁, 검은색 차 한 대가 뒷조명을 모두 끈 채 달리고 있습니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상향등도 켜고, 경적을 눌러 경고 메시지를 날렸지만
해당 운전자, 위협 운전을 당했다며 오히려 화를 냅니다.
그 차의 앞 조명은 일부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른바 '스텔스차량'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밤 시간에 차 전면부 조명은 켜져 있지만, 뒷 조명만 꺼진 차량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기 차는 앞이 잘 보이니 상관없겠지만, 뒤나 옆에서 같은 흐름을 타고 운전하는 차들은 골탕을 먹게 됩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정비 불량

오른쪽 미등이 꺼진 승용차가 밤 시간 도심을 달리고 있다.오른쪽 미등이 꺼진 승용차가 밤 시간 도심을 달리고 있다.

'등화장치'가 고장 난 경우입니다. 미등과 브레이크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뒤 차량을 긴장시키고, 또 짜증 나게 만듭니다. 연식이 좀 된 차량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부 오래된 화물차의 경우 미등과 번호판등이 안 들어오는 것은 물론 시커먼 먼지까지 뒤덮혀있어 아예 차량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주간주행등'만 믿고....

최근 출시되는 차들에는 주간주행등이 달려 있습니다. 시동을 걸면 조명을 켜지 않아도 앞쪽이 환하게 됩니다.
문제는 밤입니다. 차 전면이 비교적 밝은 데다 계기판에까지 불이 들어와 있어 마치 모든 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운전자가 착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뒤쪽 후미등의 경우 조명 스위치를 오토나 on으로 놓지 않으면 켜지지 않기 때문에 뒤나 옆 차에는 '스텔스 차량'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주게 됩니다. 자기는 비교적 잘 보이지만 남은 못 보게 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주간주행등만 켰을 경우 ‘반쪽’ 스텔스차량이 된다.주간주행등만 켰을 경우 ‘반쪽’ 스텔스차량이 된다.

■고의 소등

차량 등화장치 ‘꺼짐’(OFF)은 운전자 부주의나 실수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차량 등화장치 ‘꺼짐’(OFF)은 운전자 부주의나 실수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복운전이나 얌체운전을 목적으로, 아니면 담력 운전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끄고 다니는 운전자들입니다. 특히 뒷부분이 어둡게 되면(번호판등까지 소등 또는 훼손) 블랙박스나 단속 카메라에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아주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행동은 단순 범칙금으로만 끝날 사항이 아닌 심각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범칙금 2만 원....단속은 되고 있나?

스텔스차량이 적발되면 승용차·승합차에 2만 원, 오토바이에는 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3만 원이 부과되는 안전띠 미착용보다 처벌 수위가 낮습니다. 안전띠를 안 매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밤에 불을 끄고 다니면 주변 차에 큰 위협이 되는 데도 말입니다. 그나마 경찰의 현장 단속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음주단속 때도 등화장치 점검은 잘 안 합니다.) 이런 차량을 발견하면 운전자가 영상 등의 자료를 모아 직접 온라인으로 신고하라고 합니다.


관련 앱을 내려받아 회원가입 등의 절차를 거치면 스텔스차량을 포함한 여러 법규 위반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실효성은 어떨까요.? 일단 이 앱의 평점은 2.3입니다. 최근 올라온 평가를 보면 신고할 때 오류가 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관련 영상 올리기(업로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이라면 큰마음 먹고 신고한 민원인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또 어렵게 신고가 돼도 위반 차량에 '경고 통보' 수준에 그친다면 조치된 결과를 보고 다시 신고할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스텔스차량'. 적극적인 단속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당국이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배경도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불 꺼진 짙은 색 차량이 심야에 빠른 속도로 차도를 활보하는 것은 안전에 위협을 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곧 닥쳐올 장마철. 불 꺼진 차량들이 빗속을 질주하면서 더 이상 사고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볼 때입니다. 운전자들의 정기적인 차량 정비와 제대로 된 차량 등화기기 사용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대문사진: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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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긴 보고 남은 골탕 먹이는 ‘반쪽’ 스텔스차량
    • 입력 2022-06-08 07:00:08
    취재K
밤거리 활보하는 불 꺼진 차량들<br />앞은 환한데 뒤는 깜깜...'반쪽 스텔스차'<br />사고 우려에도 단속은 사실상 방치

■법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빵빵~!'... 알려줘도 화내는 불 꺼진 차들

#장면①
밤 늦은 퇴근길,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순간 경적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사이드미러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옆 차선에 차량이 있었던 것입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확인한 순간, 그 차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장면②
비 오는 저녁, 검은색 차 한 대가 뒷조명을 모두 끈 채 달리고 있습니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상향등도 켜고, 경적을 눌러 경고 메시지를 날렸지만
해당 운전자, 위협 운전을 당했다며 오히려 화를 냅니다.
그 차의 앞 조명은 일부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른바 '스텔스차량'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밤 시간에 차 전면부 조명은 켜져 있지만, 뒷 조명만 꺼진 차량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기 차는 앞이 잘 보이니 상관없겠지만, 뒤나 옆에서 같은 흐름을 타고 운전하는 차들은 골탕을 먹게 됩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정비 불량

오른쪽 미등이 꺼진 승용차가 밤 시간 도심을 달리고 있다.
'등화장치'가 고장 난 경우입니다. 미등과 브레이크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뒤 차량을 긴장시키고, 또 짜증 나게 만듭니다. 연식이 좀 된 차량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부 오래된 화물차의 경우 미등과 번호판등이 안 들어오는 것은 물론 시커먼 먼지까지 뒤덮혀있어 아예 차량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주간주행등'만 믿고....

최근 출시되는 차들에는 주간주행등이 달려 있습니다. 시동을 걸면 조명을 켜지 않아도 앞쪽이 환하게 됩니다.
문제는 밤입니다. 차 전면이 비교적 밝은 데다 계기판에까지 불이 들어와 있어 마치 모든 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운전자가 착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뒤쪽 후미등의 경우 조명 스위치를 오토나 on으로 놓지 않으면 켜지지 않기 때문에 뒤나 옆 차에는 '스텔스 차량'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주게 됩니다. 자기는 비교적 잘 보이지만 남은 못 보게 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주간주행등만 켰을 경우 ‘반쪽’ 스텔스차량이 된다.
■고의 소등

차량 등화장치 ‘꺼짐’(OFF)은 운전자 부주의나 실수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복운전이나 얌체운전을 목적으로, 아니면 담력 운전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끄고 다니는 운전자들입니다. 특히 뒷부분이 어둡게 되면(번호판등까지 소등 또는 훼손) 블랙박스나 단속 카메라에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아주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행동은 단순 범칙금으로만 끝날 사항이 아닌 심각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범칙금 2만 원....단속은 되고 있나?

스텔스차량이 적발되면 승용차·승합차에 2만 원, 오토바이에는 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3만 원이 부과되는 안전띠 미착용보다 처벌 수위가 낮습니다. 안전띠를 안 매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밤에 불을 끄고 다니면 주변 차에 큰 위협이 되는 데도 말입니다. 그나마 경찰의 현장 단속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음주단속 때도 등화장치 점검은 잘 안 합니다.) 이런 차량을 발견하면 운전자가 영상 등의 자료를 모아 직접 온라인으로 신고하라고 합니다.


관련 앱을 내려받아 회원가입 등의 절차를 거치면 스텔스차량을 포함한 여러 법규 위반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실효성은 어떨까요.? 일단 이 앱의 평점은 2.3입니다. 최근 올라온 평가를 보면 신고할 때 오류가 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관련 영상 올리기(업로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이라면 큰마음 먹고 신고한 민원인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또 어렵게 신고가 돼도 위반 차량에 '경고 통보' 수준에 그친다면 조치된 결과를 보고 다시 신고할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스텔스차량'. 적극적인 단속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당국이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배경도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불 꺼진 짙은 색 차량이 심야에 빠른 속도로 차도를 활보하는 것은 안전에 위협을 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곧 닥쳐올 장마철. 불 꺼진 차량들이 빗속을 질주하면서 더 이상 사고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볼 때입니다. 운전자들의 정기적인 차량 정비와 제대로 된 차량 등화기기 사용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대문사진: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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