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착취’ 30년…사과 한마디 없이 뛰기 바쁜 스님

입력 2022.06.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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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어느 사찰. 주지 스님인 최 모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A 씨와 30년 넘게 같은 절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주지 스님이 A 씨에게 베푼 건 '자비로운 돌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온갖 허드렛일을 시켰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할 때도 있었습니다. '수행'이라는 이유로 대가는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 씨의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이고, 은행에서 입출금 전표를 위조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7월 KBS의 보도로 A 씨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입니다. 당시 취재진이 만난 A 씨는 절에서 말로만 '스님'으로 불렸고, 주지 스님으로부터 일상적인 폭행과 노동 착취로 고생했다고 호소했습니다.

A 씨 사건이 보도되고 3년이 지난 오늘(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피했습니다.

법원을 나서는 주지 스님 최 씨에게 취재진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는지, 피해자에게 전할 말은 없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고, 또 뛰고, 또 뛰었습니다. 아래의 영상처럼. 스님의 달리기는 1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결국, 최 씨에게서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사과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약 30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일을 시키고도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가족들도 돌보지 않던 A 씨를 기거할 수 있도록 받아주고, 수술비와 치아 임플란트 비용 등을 부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를 도왔던 장애인 단체는 이번 판결이 "검찰의 구형보다도 가벼운 형"이라며 다음 주 초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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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착취’ 30년…사과 한마디 없이 뛰기 바쁜 스님
    • 입력 2022-06-08 17:31:00
    취재K

서울 노원구의 어느 사찰. 주지 스님인 최 모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A 씨와 30년 넘게 같은 절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주지 스님이 A 씨에게 베푼 건 '자비로운 돌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온갖 허드렛일을 시켰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할 때도 있었습니다. '수행'이라는 이유로 대가는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 씨의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이고, 은행에서 입출금 전표를 위조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7월 KBS의 보도로 A 씨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입니다. 당시 취재진이 만난 A 씨는 절에서 말로만 '스님'으로 불렸고, 주지 스님으로부터 일상적인 폭행과 노동 착취로 고생했다고 호소했습니다.

A 씨 사건이 보도되고 3년이 지난 오늘(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피했습니다.

법원을 나서는 주지 스님 최 씨에게 취재진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는지, 피해자에게 전할 말은 없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고, 또 뛰고, 또 뛰었습니다. 아래의 영상처럼. 스님의 달리기는 1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결국, 최 씨에게서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사과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약 30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일을 시키고도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가족들도 돌보지 않던 A 씨를 기거할 수 있도록 받아주고, 수술비와 치아 임플란트 비용 등을 부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를 도왔던 장애인 단체는 이번 판결이 "검찰의 구형보다도 가벼운 형"이라며 다음 주 초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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