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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로 포켓몬빵 만들 수 있을까?
입력 2022.06.09 (11:00) 취재K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쌀 포켓몬 빵'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쌀로 빵을 만들려면 먼저 쌀가루 형태로 분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주로 먹는 단단한 '멥쌀'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이걸 '습식제분'이라 부르는데, 쌀은 밀가루 제조와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3배 이상 걸립니다.

쌀은 건강한 '글루텐 프리'라는 게 장점이지만, 그 때문에 탄력 면에서 밀가루를 따라갈 수 없어 맛 차이도 큽니다. 그래서 제빵업체들이 대부분 수입 밀로 빵을 만듭니다. (수입 밀이 국내 쌀보다 훨씬 싸기도 합니다.)

■ "빵 만들기 쉬운 분질미, 2027년까지 20만 톤 공급"

그럼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고, 맛도 밀가루 못지 않은 쌀 품종이 개발되면 어떨까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공 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어제(8일) 직접 발표한 '분질미(粉質米)'가 바로 그 쌀입니다.

품종 이름은 마치 로봇 이름을 연상케 하는 '수원542', '바로미2'인데, 우리 농촌진흥청이 개발했습니다.(공상과학 영화처럼 돌연변이 유전자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어제(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어제(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분질미는 일반 쌀과 달리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됐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밀가루처럼 바로 제분기에 넣는 '건식제분'이 가능하고, 빵으로 만들었을 때 식감이 기존 쌀보다 뛰어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정부는 분질미로 떡과 술 등으로 한정됐던 쌀 가공시장을 빵과 면 제조로도 넓힐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정황근 장관은 "2027년까지 분질미로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올해 분질미 재배 면적을 100㏊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CJ제일제당 등 식품업체에 100톤 수준의 분질 쌀을 제공해 가공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남아도는 쌀…빵으로 먹으면 소비 늘까?

사실 장관까지 나서 쌀빵 소비를 강조하는 건 쌀이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쌀 초과 공급은 27만 톤. 쌀 소비량이 늘면 좋은데, '밥쌀'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쌀빵으로 '빵돌이·빵순이'들을 겨냥한 겁니다.


1인당 밀 소비량은 1970년대에 약 14kg였지만 지난해 33kg까지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쌀 소비량은 136kg에서 57kg로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렇듯 식습관의 서구화로 밀 소비는 늘어나는데, 우리는 밀의 99%를 수입에 의존합니다. 전 세계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밀 가격은 폭등하고 있습니다.

쌀가루 가공을 활성화하면, 밀 수입 의존도 문제와 쌀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구상입니다.

■ 갈 길 먼 쌀빵 활성화

포켓몬빵은 미국산 밀로 만든다고 합니다. SPC그룹 관계자는 "포켓몬빵은 공장 내 밀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에 미생물 들어갈 확률이 낮아서 유통기한이 길고, 품질도 매장에서 직접 굽는 '파리바게트' 못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쌀로 빵을 만들었을 때 떨어지는 풍미 때문에 '쌀빵' 제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미 SPC는 2008년 국산 쌀을 이용한 샌드위치 3종 제품을 출시했다가 모두 단종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쌀빵으로 대규모 성공을 거둔 사례는 찾기가 힘듭니다.


쌀가루와 밀가루의 가격 차이는 2~3배 정도인데, 아무리 국제 밀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이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식제분 비용도 '바로미2'는 ㎏당 300~500원인데, 밀은 150원 수준입니다.)

더구나 시중의 쌀빵들이 대부분 글루텐 성분을 넣어 밀가루와 비슷한 식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맛 차이 극복 문제도 숙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더라도, 쌀밥 중심의 농업 구조에서 시험 단계인 '바로미2' 재배를 농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남습니다. 전국 경지면적은 160만㏊ 정도인데, 분질미가 자라는 농지 면적은 현재 25㏊에 불과합니다. '우리쌀 포켓몬빵'에 앞서 쌀빵 활성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황근 장관은 "내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직불제 신설을 추진해 분질미 재배 참여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밀 전문 생산단지(현재 51개소) 중심으로 밀과 분질미 이모작을 유도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농식품부의 '쌀빵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우리 쌀로 포켓몬빵 만들 수 있을까?
    • 입력 2022-06-09 11:00:13
    취재K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쌀 포켓몬 빵'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쌀로 빵을 만들려면 먼저 쌀가루 형태로 분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주로 먹는 단단한 '멥쌀'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이걸 '습식제분'이라 부르는데, 쌀은 밀가루 제조와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3배 이상 걸립니다.

쌀은 건강한 '글루텐 프리'라는 게 장점이지만, 그 때문에 탄력 면에서 밀가루를 따라갈 수 없어 맛 차이도 큽니다. 그래서 제빵업체들이 대부분 수입 밀로 빵을 만듭니다. (수입 밀이 국내 쌀보다 훨씬 싸기도 합니다.)

■ "빵 만들기 쉬운 분질미, 2027년까지 20만 톤 공급"

그럼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고, 맛도 밀가루 못지 않은 쌀 품종이 개발되면 어떨까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공 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어제(8일) 직접 발표한 '분질미(粉質米)'가 바로 그 쌀입니다.

품종 이름은 마치 로봇 이름을 연상케 하는 '수원542', '바로미2'인데, 우리 농촌진흥청이 개발했습니다.(공상과학 영화처럼 돌연변이 유전자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어제(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어제(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분질미는 일반 쌀과 달리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됐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밀가루처럼 바로 제분기에 넣는 '건식제분'이 가능하고, 빵으로 만들었을 때 식감이 기존 쌀보다 뛰어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정부는 분질미로 떡과 술 등으로 한정됐던 쌀 가공시장을 빵과 면 제조로도 넓힐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정황근 장관은 "2027년까지 분질미로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올해 분질미 재배 면적을 100㏊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CJ제일제당 등 식품업체에 100톤 수준의 분질 쌀을 제공해 가공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남아도는 쌀…빵으로 먹으면 소비 늘까?

사실 장관까지 나서 쌀빵 소비를 강조하는 건 쌀이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쌀 초과 공급은 27만 톤. 쌀 소비량이 늘면 좋은데, '밥쌀'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쌀빵으로 '빵돌이·빵순이'들을 겨냥한 겁니다.


1인당 밀 소비량은 1970년대에 약 14kg였지만 지난해 33kg까지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쌀 소비량은 136kg에서 57kg로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렇듯 식습관의 서구화로 밀 소비는 늘어나는데, 우리는 밀의 99%를 수입에 의존합니다. 전 세계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밀 가격은 폭등하고 있습니다.

쌀가루 가공을 활성화하면, 밀 수입 의존도 문제와 쌀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구상입니다.

■ 갈 길 먼 쌀빵 활성화

포켓몬빵은 미국산 밀로 만든다고 합니다. SPC그룹 관계자는 "포켓몬빵은 공장 내 밀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에 미생물 들어갈 확률이 낮아서 유통기한이 길고, 품질도 매장에서 직접 굽는 '파리바게트' 못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쌀로 빵을 만들었을 때 떨어지는 풍미 때문에 '쌀빵' 제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미 SPC는 2008년 국산 쌀을 이용한 샌드위치 3종 제품을 출시했다가 모두 단종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쌀빵으로 대규모 성공을 거둔 사례는 찾기가 힘듭니다.


쌀가루와 밀가루의 가격 차이는 2~3배 정도인데, 아무리 국제 밀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이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식제분 비용도 '바로미2'는 ㎏당 300~500원인데, 밀은 150원 수준입니다.)

더구나 시중의 쌀빵들이 대부분 글루텐 성분을 넣어 밀가루와 비슷한 식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맛 차이 극복 문제도 숙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더라도, 쌀밥 중심의 농업 구조에서 시험 단계인 '바로미2' 재배를 농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남습니다. 전국 경지면적은 160만㏊ 정도인데, 분질미가 자라는 농지 면적은 현재 25㏊에 불과합니다. '우리쌀 포켓몬빵'에 앞서 쌀빵 활성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황근 장관은 "내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직불제 신설을 추진해 분질미 재배 참여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밀 전문 생산단지(현재 51개소) 중심으로 밀과 분질미 이모작을 유도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농식품부의 '쌀빵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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