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실에서 살비올리 유엔 특별보고관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화면출처 :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2151784.gif)
방한 중인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이 오늘(9일)부터 이틀간 국내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만납니다.
국가폭력이란,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합니다. 살비올리 보고관은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 70여 명 중에서도 이처럼 공권력이 자행한 인권침해 사건 조사와 피해 구제에 집중해 활동합니다. 공식 방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첫 면담은 인권운동가 이용수…이틀간 8시간씩 조사
살비올리 보고관의 첫 면담 상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였습니다.
분홍 한복 차림으로 도착한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해달라는 청원서부터 전달했습니다. 이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따뜻한 포옹을 주고받았습니다.
허락된 면담 시간은 50분. 통역을 고려하면 실제 말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면담 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 세월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너무 흐뭇했고, (한국에) 온 것만 해도 참 감사하단 생각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관에게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다만 멀리 오신 손님한테 자꾸 의견을 말하면 부담스러울까 봐 조심스럽게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면담 시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별보고관이 다루는 사건의 범위가 일제강점기부터 비교적 최근 사건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14개 사건 피해자·유족 또는 대리인과 만나는데, 1시간 단위로 하루 8시간씩 면담 일정이 짜여 있습니다.
![1950년 촬영된 대전 골령골 학살현장. 당시 군경은 재소자와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 약 7천여 명을 학살한 거로 추정된다. [화면출처 : KBS 대전 특집 다큐 ‘골령골, 묻혀버린 진실’]](/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5133610.png)
이번 면담에는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인권침해 피해자가 참여합니다. 신군부 긴급조치로 사망했거나 다친 피해자, 의문사 사건 유족, 간첩으로 몰렸던 재일동포와 납북 귀환어부도 살비올리 보고관과 마주앉습니다.
피해자들이 정부에 진실규명과 배·보상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합당한 해결책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억울함을 풀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면담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1970년대 미국과 덴마크로 입양된 한인들도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내 입양기관들을 통해 무리하게 해외입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친부모가 있는데도 '고아'로 둔갑하는 등 위법한 일들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합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조사가 정식으로 진행된 적은 없습니다.
이밖에 살비올리 보고관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대전 산간 골령골과 1980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광주 전일빌딩을 방문합니다.
![2019년 한국을 비공식 방문한 살비올리 보고관이 제주에서 4.3사건 유족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5088829.jpg)
■ "수십 년 버틴 피해자들에 다시 관심 갖는 계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UN 지침에 따라, 살비올리 보고관이 면담자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현장 관계자가 보고관의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전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고관의 방한은 UN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의 일부입니다. 특별절차란 특정 국가나 주제에 대해 연구·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그 내용을 기초로 인권이사회가 정식으로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는 "과거사 사건은 '옛날 일', '이미 규명이 끝난 사건'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며 "보고관의 방한은 수십 년을 버텨온 피해자들이 국제적·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권고로 한국이 국제 인권 규범을 실천하도록 제안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고관의 방한은 (과거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아르헨티나 인권 변호사 출신인 살비올리 보고관은 2019년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국내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고, 피해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살비올리 보고관은 이번 방한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해 내년 9월 UN 인권이사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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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특별보고관의 조사 강행군…수십 년 억울함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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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09 18:35:5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실에서 살비올리 유엔 특별보고관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화면출처 :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2151784.gif)
방한 중인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이 오늘(9일)부터 이틀간 국내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만납니다.
국가폭력이란,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합니다. 살비올리 보고관은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 70여 명 중에서도 이처럼 공권력이 자행한 인권침해 사건 조사와 피해 구제에 집중해 활동합니다. 공식 방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첫 면담은 인권운동가 이용수…이틀간 8시간씩 조사
살비올리 보고관의 첫 면담 상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였습니다.
분홍 한복 차림으로 도착한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해달라는 청원서부터 전달했습니다. 이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따뜻한 포옹을 주고받았습니다.
허락된 면담 시간은 50분. 통역을 고려하면 실제 말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면담 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 세월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너무 흐뭇했고, (한국에) 온 것만 해도 참 감사하단 생각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관에게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다만 멀리 오신 손님한테 자꾸 의견을 말하면 부담스러울까 봐 조심스럽게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면담 시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별보고관이 다루는 사건의 범위가 일제강점기부터 비교적 최근 사건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14개 사건 피해자·유족 또는 대리인과 만나는데, 1시간 단위로 하루 8시간씩 면담 일정이 짜여 있습니다.
![1950년 촬영된 대전 골령골 학살현장. 당시 군경은 재소자와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 약 7천여 명을 학살한 거로 추정된다. [화면출처 : KBS 대전 특집 다큐 ‘골령골, 묻혀버린 진실’]](/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5133610.png)
이번 면담에는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인권침해 피해자가 참여합니다. 신군부 긴급조치로 사망했거나 다친 피해자, 의문사 사건 유족, 간첩으로 몰렸던 재일동포와 납북 귀환어부도 살비올리 보고관과 마주앉습니다.
피해자들이 정부에 진실규명과 배·보상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합당한 해결책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억울함을 풀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면담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1970년대 미국과 덴마크로 입양된 한인들도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내 입양기관들을 통해 무리하게 해외입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친부모가 있는데도 '고아'로 둔갑하는 등 위법한 일들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합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조사가 정식으로 진행된 적은 없습니다.
이밖에 살비올리 보고관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대전 산간 골령골과 1980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광주 전일빌딩을 방문합니다.
![2019년 한국을 비공식 방문한 살비올리 보고관이 제주에서 4.3사건 유족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data/fckeditor/new/image/2022/06/09/306771654765088829.jpg)
■ "수십 년 버틴 피해자들에 다시 관심 갖는 계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UN 지침에 따라, 살비올리 보고관이 면담자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현장 관계자가 보고관의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전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고관의 방한은 UN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의 일부입니다. 특별절차란 특정 국가나 주제에 대해 연구·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그 내용을 기초로 인권이사회가 정식으로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는 "과거사 사건은 '옛날 일', '이미 규명이 끝난 사건'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며 "보고관의 방한은 수십 년을 버텨온 피해자들이 국제적·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권고로 한국이 국제 인권 규범을 실천하도록 제안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고관의 방한은 (과거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아르헨티나 인권 변호사 출신인 살비올리 보고관은 2019년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국내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고, 피해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살비올리 보고관은 이번 방한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해 내년 9월 UN 인권이사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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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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