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반도체 정원 증원 논란…수습 나선 국무총리

입력 2022.06.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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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질타하자 바로 화답한 교육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거론하며 교육부를 질타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질책을 받은 교육부는 바로 화답했습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걸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어제(8일) 교육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부 이상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가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면서 "기존보다 파격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수도권 대학 증원하려면…"특례 또는 법 개정 필요"

교육부 차관이 밝힌 수도권 규제 걸림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선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을 늘리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총량을 그대로 두고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학내 반발 등으로 추진이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수도권 소재 대학은 총량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학과'를 만들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원합니다. 졸업 인원을 기업에서 채용하는 조건으로 운영하는 과정인데, 상위권 대학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만 국한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차관은 "총량 규제 안에서 할 것인지, 전략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분야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여건을 갖춘 대학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순증하느냐는 질문에는 "순증이라 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의 수요가 있으면 교육부가 새로운 기준에 따라서 하도록 해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총량 규제가 아닌, 특별 예외 규정을 통해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장 차관은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그럼 지역균형발전은?"…또 수도권 집중 논란

지방대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지방대의 34%, 2037년에는 84%가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욱이 출생아 수 감소는 지방대 폐교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여 명으로, 47만여 명인 대학 입학 정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20년 뒤엔 대학 입학생이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지방대가 문 닫는 문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합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깁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국정 운영 방향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우리 국민 모두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며 새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기조를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국정과제 중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국정 목표 6개 중의 하나입니다. 게다가 국정과제 85번은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로 지역과 대학 간 연계, 협력으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오늘(9일) 논평을 통해 "지금 대학은 초유의 학령 인구 감소로 수도권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검토를 곧바로 들고나온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수도권·지방대 비슷하게 증원"…수습 나선 총리

이렇게 수도권 대학 지원책으로 수도권 집중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뒷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한 총리는 오늘(9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수도권과 지방(대학)에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 지적에 "인원은 수도권과 지방 비슷하게 늘리고, 자원은 지방에 더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대학 규제를 풀어 논란이 일지 않게 지방대학에는 재정적 지원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제 교육부가 곧 발표한다는 반도체 학과 관련 '파격적인 대안'에 어떤 묘수가 담겼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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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대학 반도체 정원 증원 논란…수습 나선 국무총리
    • 입력 2022-06-09 18:50:21
    취재K

■ 대통령이 질타하자 바로 화답한 교육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거론하며 교육부를 질타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질책을 받은 교육부는 바로 화답했습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걸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어제(8일) 교육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부 이상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가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면서 "기존보다 파격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수도권 대학 증원하려면…"특례 또는 법 개정 필요"

교육부 차관이 밝힌 수도권 규제 걸림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선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을 늘리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총량을 그대로 두고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학내 반발 등으로 추진이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수도권 소재 대학은 총량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학과'를 만들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원합니다. 졸업 인원을 기업에서 채용하는 조건으로 운영하는 과정인데, 상위권 대학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만 국한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차관은 "총량 규제 안에서 할 것인지, 전략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분야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여건을 갖춘 대학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순증하느냐는 질문에는 "순증이라 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의 수요가 있으면 교육부가 새로운 기준에 따라서 하도록 해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총량 규제가 아닌, 특별 예외 규정을 통해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장 차관은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그럼 지역균형발전은?"…또 수도권 집중 논란

지방대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지방대의 34%, 2037년에는 84%가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욱이 출생아 수 감소는 지방대 폐교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여 명으로, 47만여 명인 대학 입학 정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20년 뒤엔 대학 입학생이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지방대가 문 닫는 문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합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깁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국정 운영 방향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우리 국민 모두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며 새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기조를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국정과제 중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국정 목표 6개 중의 하나입니다. 게다가 국정과제 85번은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로 지역과 대학 간 연계, 협력으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오늘(9일) 논평을 통해 "지금 대학은 초유의 학령 인구 감소로 수도권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검토를 곧바로 들고나온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수도권·지방대 비슷하게 증원"…수습 나선 총리

이렇게 수도권 대학 지원책으로 수도권 집중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뒷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한 총리는 오늘(9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수도권과 지방(대학)에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 지적에 "인원은 수도권과 지방 비슷하게 늘리고, 자원은 지방에 더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대학 규제를 풀어 논란이 일지 않게 지방대학에는 재정적 지원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제 교육부가 곧 발표한다는 반도체 학과 관련 '파격적인 대안'에 어떤 묘수가 담겼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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