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국민 여동생’이 미국 지원?…“스포츠 정신” 치켜세웠지만

입력 2022.06.10 (07:00) 수정 2022.06.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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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이링(미국명 에일린 구)는 중국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스포츠 스타이자, 모델, 부자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타이틀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생겨났습니다. 구아이링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뛰겠다고 선택하면서부터 중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구아이링은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했습니다.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중국에 안기면서 구아이링은 명실상부 중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습니다. 해외 고가품 브랜드를 비롯해 안타, 징둥 등 중국 브랜드의 광고 모델이 되면서 올림픽 메달 포상금 등을 포함해 1,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타임지 100 서밋 2022’에 참석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타임지 100 서밋 2022’에 참석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

그런 그가 최근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 등에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2030년 또는 2034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를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입니다.

구아이링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주최한 '타임지100 서밋 2022'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소식을 전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유치 위원회에서 자신을 유치 대사로 선정했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구아이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2030-2034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지 (출처: 인스타그램)구아이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2030-2034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지 (출처: 인스타그램)

중국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중국 대표로 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미국을 돕겠다는 것이냐'며 기회주의자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구아이링이 중국 국가대표로 선발될 당시부터 이중 국적 논란에 시달렸던 터라 비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난을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 구아이링은 같은 내용을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는 이제는 미국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실망했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앞으로 그의 활동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중국 대표 선수가 미국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미국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로 활동하는 선수가 앞으로 중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구아이링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안겼다. (출처: 바이두)구아이링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안겼다. (출처: 바이두)

여기에 대한 '답'은 중국 관영 매체가 내놓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지난 8일 기사에서 "올림픽 유치 대사의 신분은 자국 국적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의 스포츠 경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중국 선수라고 해도 해외 도시의 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역할을 한 전례가 많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열거했습니다. 다이빙 황후로 불리는 가오민(高敏) 선수는 2005년 미국 뉴욕 올림픽 유치 대사로 활동했고, 중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천뤼(陈露) 선수는 2007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유치 대사로 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마디로 국적을 넘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들이라는 것이죠.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자신의 SNS에 구아이링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웨이보)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자신의 SNS에 구아이링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웨이보)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자 지금도 활발하게 평론을 하고 있는 후시진은 자신의 SNS에 설명을 보탰습니다. 먼저 타임지가 기사 제목에서 "중국의 구아이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구아이링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을 대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후시진은 이어 "베이징 올림픽 기간 구아이링은 미국에서 훈련받았지만 중국팀을 대표해 출전했는데 미국 일부 엘리트들은 이것이 일종의 '배신'이라며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면서 "당시 중국인들이 보기에 미국 엘리트들은 매우 소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 중국인들은 전반적으로 구아이링의 '배신'을 지적한 미국인들보다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미국과는 달라야 한다'는 자부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됐든 구아이링은 현재까지는 중국 국가대표이고 또 이 사실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품어주자'는 말로 읽히는데요.

후시진 전 편집장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구아이링을 미·중 간 문화 소통자로 나서도록 격려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는데요.

구아이링이 중국 전통 옷을 입고 중국 브랜드 홍보차 나선 모습. (출처: 바이두)구아이링이 중국 전통 옷을 입고 중국 브랜드 홍보차 나선 모습. (출처: 바이두)

하지만 중국인들이 후시진 전 편집장 의견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애초 미국이 아닌 중국 대표를 선택했다는 점이 중국인들의 소위 '국뽕'을 자극하며 구아이링을 '국민 여동생'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중국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넓은 마음'으로 애써 구아이링의 미국 지원 활동을 응원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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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국민 여동생’이 미국 지원?…“스포츠 정신” 치켜세웠지만
    • 입력 2022-06-10 07:00:23
    • 수정2022-06-10 09:31:52
    특파원 리포트

구아이링(미국명 에일린 구)는 중국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스포츠 스타이자, 모델, 부자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타이틀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생겨났습니다. 구아이링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뛰겠다고 선택하면서부터 중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구아이링은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했습니다.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중국에 안기면서 구아이링은 명실상부 중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습니다. 해외 고가품 브랜드를 비롯해 안타, 징둥 등 중국 브랜드의 광고 모델이 되면서 올림픽 메달 포상금 등을 포함해 1,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타임지 100 서밋 2022’에 참석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
그런 그가 최근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 등에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2030년 또는 2034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를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입니다.

구아이링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주최한 '타임지100 서밋 2022'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소식을 전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유치 위원회에서 자신을 유치 대사로 선정했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구아이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2030-2034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지 (출처: 인스타그램)
중국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중국 대표로 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미국을 돕겠다는 것이냐'며 기회주의자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구아이링이 중국 국가대표로 선발될 당시부터 이중 국적 논란에 시달렸던 터라 비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난을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 구아이링은 같은 내용을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는 이제는 미국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실망했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앞으로 그의 활동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중국 대표 선수가 미국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미국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로 활동하는 선수가 앞으로 중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구아이링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안겼다. (출처: 바이두)
여기에 대한 '답'은 중국 관영 매체가 내놓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지난 8일 기사에서 "올림픽 유치 대사의 신분은 자국 국적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의 스포츠 경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중국 선수라고 해도 해외 도시의 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역할을 한 전례가 많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열거했습니다. 다이빙 황후로 불리는 가오민(高敏) 선수는 2005년 미국 뉴욕 올림픽 유치 대사로 활동했고, 중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천뤼(陈露) 선수는 2007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유치 대사로 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마디로 국적을 넘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들이라는 것이죠.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자신의 SNS에 구아이링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웨이보)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자 지금도 활발하게 평론을 하고 있는 후시진은 자신의 SNS에 설명을 보탰습니다. 먼저 타임지가 기사 제목에서 "중국의 구아이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구아이링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을 대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후시진은 이어 "베이징 올림픽 기간 구아이링은 미국에서 훈련받았지만 중국팀을 대표해 출전했는데 미국 일부 엘리트들은 이것이 일종의 '배신'이라며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면서 "당시 중국인들이 보기에 미국 엘리트들은 매우 소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 중국인들은 전반적으로 구아이링의 '배신'을 지적한 미국인들보다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미국과는 달라야 한다'는 자부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됐든 구아이링은 현재까지는 중국 국가대표이고 또 이 사실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품어주자'는 말로 읽히는데요.

후시진 전 편집장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구아이링을 미·중 간 문화 소통자로 나서도록 격려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는데요.

구아이링이 중국 전통 옷을 입고 중국 브랜드 홍보차 나선 모습. (출처: 바이두)
하지만 중국인들이 후시진 전 편집장 의견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애초 미국이 아닌 중국 대표를 선택했다는 점이 중국인들의 소위 '국뽕'을 자극하며 구아이링을 '국민 여동생'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중국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넓은 마음'으로 애써 구아이링의 미국 지원 활동을 응원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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