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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경영’은 하는데 ‘취업’은 아니다…이재용 ‘무혐의’ 근거는?
입력 2022.06.10 (17:30) 수정 2022.06.10 (17:32) 취재후·사건후

■ 이재용 '취업 제한 위반' 의혹 무혐의…왜?

어제(9일) 전해드린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규정 위반'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 부회장을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이 부회장의 일련의 경영 행보를 '취업' 상태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취업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란 판단입니다. 시민단체의 고발 9개월 만에, 이 부회장은 '취업 제한 규정 위반' 혐의를 벗게 된 겁니다.

가석방되자마자 삼성 서초 사옥으로 향하고, 해외 출장은 물론 170조 원 규모의 투자 결정까지…. 계속된 경영 행보에도, 이 부회장이 법적으로 '취업'이 아니란 판단을 받은 건, 제도의 허점 때문입니다. '혐의 없음'을 이끌어 낸 이 부회장 측 방어 논리를 보면, '취업 제한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습니다.


① '무보수·미등기·비상근' 상태라 취업이 아니다

취업 제한 규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취업 제한'만 규율할 뿐, 정작 '취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주무 기관인 법무부도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취업'을 '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나감'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비상근·미등기 임원으로 경영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일정하게 직장으로 출근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점에만 주목하면 이 부회장의 행보가 취업이 아니란 주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취업'이 무엇인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무보수·미등기·비상근' 상태인 점은 경찰의 이번 결정에 큰 기준으로 작용했습니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8월,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회장이 미취업 상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평사원이 아니라 대기업 총수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170조 원의 투자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삼성 평택 캠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 총수들 같은 경우,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며 "그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총수들이 마치 평사원들처럼 엄격히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는 형태가 아니면 '취업' 상태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취업 제한'은 형 집행 종료 후 적용→이 부회장, 형 집행 중 →'취업 제한' 대상 아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14조]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기간 동안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1.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2.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3.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따라서 형기는 2022년 7월에 끝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가석방 상태일 뿐, 형은 여전히 집행 상태입니다.

특경가법을 보면, 취업 제한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이라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한 경영 행보를 설사 취업으로 보더라도,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게 아니라서 취업 제한 시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벌할 수 없단 논리입니다.

애초에 이 부회장의 행보 자체를 취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따져볼 필요도 없어졌지만,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역시 비슷한 논리로, 법무부와 법적 다툼에서 승리했습니다. 박 회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는데, 집행유예 기간에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합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취업 제한 처분을 내리자, 박 회장은 불복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취업 제한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집행유예 기간에는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단 겁니다. 이 주장을 지난달 법원이 받아들였고, 취업 제한 위반을 수사하던 경찰은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法의 허점… 취업 제한 규정 사문화"

총수가 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 기간이나 형 집행 중에는 취업을 제한할 수 없고, '무보수 · 미등기·비상근' 상태로 경영 행보를 하면 '취업'으로 볼 수조차도 없는 현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이 해를 끼쳤던 그 회사에서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당한 벌인데, 사문화가 된 것"이라며 "취업 제한 규정이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 [취재후] ‘경영’은 하는데 ‘취업’은 아니다…이재용 ‘무혐의’ 근거는?
    • 입력 2022-06-10 17:30:38
    • 수정2022-06-10 17:32:09
    취재후·사건후

■ 이재용 '취업 제한 위반' 의혹 무혐의…왜?

어제(9일) 전해드린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규정 위반'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 부회장을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이 부회장의 일련의 경영 행보를 '취업' 상태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취업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란 판단입니다. 시민단체의 고발 9개월 만에, 이 부회장은 '취업 제한 규정 위반' 혐의를 벗게 된 겁니다.

가석방되자마자 삼성 서초 사옥으로 향하고, 해외 출장은 물론 170조 원 규모의 투자 결정까지…. 계속된 경영 행보에도, 이 부회장이 법적으로 '취업'이 아니란 판단을 받은 건, 제도의 허점 때문입니다. '혐의 없음'을 이끌어 낸 이 부회장 측 방어 논리를 보면, '취업 제한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습니다.


① '무보수·미등기·비상근' 상태라 취업이 아니다

취업 제한 규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취업 제한'만 규율할 뿐, 정작 '취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주무 기관인 법무부도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취업'을 '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나감'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비상근·미등기 임원으로 경영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일정하게 직장으로 출근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점에만 주목하면 이 부회장의 행보가 취업이 아니란 주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취업'이 무엇인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무보수·미등기·비상근' 상태인 점은 경찰의 이번 결정에 큰 기준으로 작용했습니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8월,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회장이 미취업 상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평사원이 아니라 대기업 총수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170조 원의 투자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삼성 평택 캠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 총수들 같은 경우,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며 "그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총수들이 마치 평사원들처럼 엄격히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는 형태가 아니면 '취업' 상태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취업 제한'은 형 집행 종료 후 적용→이 부회장, 형 집행 중 →'취업 제한' 대상 아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14조]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기간 동안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1.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2.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3.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따라서 형기는 2022년 7월에 끝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가석방 상태일 뿐, 형은 여전히 집행 상태입니다.

특경가법을 보면, 취업 제한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이라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한 경영 행보를 설사 취업으로 보더라도,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게 아니라서 취업 제한 시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벌할 수 없단 논리입니다.

애초에 이 부회장의 행보 자체를 취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따져볼 필요도 없어졌지만,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역시 비슷한 논리로, 법무부와 법적 다툼에서 승리했습니다. 박 회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는데, 집행유예 기간에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합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취업 제한 처분을 내리자, 박 회장은 불복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취업 제한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집행유예 기간에는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단 겁니다. 이 주장을 지난달 법원이 받아들였고, 취업 제한 위반을 수사하던 경찰은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法의 허점… 취업 제한 규정 사문화"

총수가 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 기간이나 형 집행 중에는 취업을 제한할 수 없고, '무보수 · 미등기·비상근' 상태로 경영 행보를 하면 '취업'으로 볼 수조차도 없는 현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이 해를 끼쳤던 그 회사에서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당한 벌인데, 사문화가 된 것"이라며 "취업 제한 규정이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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