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지속 가능한 비행 가능할까?

입력 2022.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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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로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Flight Shame', 즉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을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의 취지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 운동이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고 다른 교통수단을 쓰자는 겁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항공업계는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 비행기 탄소 배출량 기차 20배…프랑스 '국내선 제한' 법안 통과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를 이동할 때 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88명 탑승 기준)으로 가장 많습니다. 버스가 68g, 일반 승용차는 55g, 기차는 가장 적은 14g(150명 탑승 기준)입니다. 단순히 비교하면 비행기 탄소 배출량이 기차의 20배가량 되는 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비행기 탑승을 줄이기 위한 법 제정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은 비행기를 탈 수 없도록 하는 '기후와 복원 법안'이 지난해 5월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파리 오를리 공항과 낭트, 리옹, 보르도 공항을 잇는 국내선 등이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독일에서는 더 강경한 입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은 2035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는 2020년 직선거리가 약 250㎞인 수도 빈과 서부 잘츠부르크 사이의 항공편을 폐지하고 해당 노선에 고속철도 직통열차를 증편했습니다.

■ '지속 가능 연료(SAF)'가 대안으로…탄소 배출량 80% 감소

유럽은 기차와 버스 등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 갈 방법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해당 운동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했습니다.

나라별로 육로 상황이 다른 데다 대륙 간 이동을 할 때는 비행기를 대체할 만한 운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해당 운동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비행기 탑승 횟수를 줄일 수 없다면 연료라도 바꿔서 탄소를 줄여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 연료인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사용하자는 겁니다.

SAF는 석유·석탄 등 화석 자원이 아닌 폐식용유와 도시 폐기물 가스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입니다. 화석 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보다 2~5배가량 비싸지만, 원료 수급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와 비교하면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 탄소 배출 규제 세계적 움직임…'탄소 감축' 항공업계 과제

SAF 사용량은 생산 시설과 공급망 부족으로 전 세계 항공유의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항공업계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항공업계의 방침과 세계적인 탄소 배출 규제 움직임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지난해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를 초과하는 항공사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는 2027년부터는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연료에 섞는 SAF 비율을 2030년 5%, 2040년 32%, 2050년에 63%로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이 2017년 11월 국내 최초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편 노선을 한 차례 운항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편 노선에 SAF를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항공도 SAF를 이용한 첫 비행에 성공하며 지속 가능 연료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항공업계는 '탄소 감축' 과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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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 감축’ 지속 가능한 비행 가능할까?
    • 입력 2022-06-11 08:00:21
    취재K

스웨덴어로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Flight Shame', 즉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을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의 취지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 운동이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고 다른 교통수단을 쓰자는 겁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항공업계는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 비행기 탄소 배출량 기차 20배…프랑스 '국내선 제한' 법안 통과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를 이동할 때 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88명 탑승 기준)으로 가장 많습니다. 버스가 68g, 일반 승용차는 55g, 기차는 가장 적은 14g(150명 탑승 기준)입니다. 단순히 비교하면 비행기 탄소 배출량이 기차의 20배가량 되는 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비행기 탑승을 줄이기 위한 법 제정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은 비행기를 탈 수 없도록 하는 '기후와 복원 법안'이 지난해 5월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파리 오를리 공항과 낭트, 리옹, 보르도 공항을 잇는 국내선 등이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독일에서는 더 강경한 입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은 2035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는 2020년 직선거리가 약 250㎞인 수도 빈과 서부 잘츠부르크 사이의 항공편을 폐지하고 해당 노선에 고속철도 직통열차를 증편했습니다.

■ '지속 가능 연료(SAF)'가 대안으로…탄소 배출량 80% 감소

유럽은 기차와 버스 등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 갈 방법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해당 운동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했습니다.

나라별로 육로 상황이 다른 데다 대륙 간 이동을 할 때는 비행기를 대체할 만한 운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해당 운동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비행기 탑승 횟수를 줄일 수 없다면 연료라도 바꿔서 탄소를 줄여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 연료인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사용하자는 겁니다.

SAF는 석유·석탄 등 화석 자원이 아닌 폐식용유와 도시 폐기물 가스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입니다. 화석 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보다 2~5배가량 비싸지만, 원료 수급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와 비교하면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 탄소 배출 규제 세계적 움직임…'탄소 감축' 항공업계 과제

SAF 사용량은 생산 시설과 공급망 부족으로 전 세계 항공유의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항공업계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항공업계의 방침과 세계적인 탄소 배출 규제 움직임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지난해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를 초과하는 항공사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는 2027년부터는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연료에 섞는 SAF 비율을 2030년 5%, 2040년 32%, 2050년에 63%로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이 2017년 11월 국내 최초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편 노선을 한 차례 운항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편 노선에 SAF를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항공도 SAF를 이용한 첫 비행에 성공하며 지속 가능 연료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항공업계는 '탄소 감축' 과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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