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왜 중국은 타이완 우럭바리를 끊었나?…‘제2의 파인애플 전쟁’

입력 2022.06.13 (08:00) 수정 2022.06.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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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출처: 바이두)

지난해 3월에는 타이완산 파인애플이었고 9월에는 열대 과일인 번여지(슈가애플)와 롄우(왁스애플)가 대상이 됐습니다.

오늘(13일)부터는 타이완에서 잡히는 우럭바리입니다.

열대과일 롄우(왁스애플).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타이완산 왁스애플을 잠정 수입 중단했다. (출처: 바이두)열대과일 롄우(왁스애플).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타이완산 왁스애플을 잠정 수입 중단했다. (출처: 바이두)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중국이 타이완에서 수입을 중단시킨 품목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오늘(13일)부터 타이완산 우럭바리 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도록 일선 해관에 지시했다고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이유는 타이완산 우럭바리에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발암성 화학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과 함께 사용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는 것입니다. 곰팡이도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타이완산 파이 애플을 수입 중단시킬 때도, 번여지와 롄우의 수입을 끊을 때도 중국은 과일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타이완은 국제무역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반응입니다. 사용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고 해도 보통은 반송하거나 폐기 처분을 하지 수입을 아예 중단시키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대만 농업위원회 측은 중국에 과학적 증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답변이 없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위원회(SPS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 중국은 왜 하필 우럭바리를 수입 중단했을까?

타이완의 우럭바리 연 생산량은 약 1만 7천t으로 지난해의 경우 내수와 수출 비율이 3 대 2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건 수출량 가운데 중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량은 6천681t, 수출금액은 16억 8천100만 타이완 달러, 우리 돈 약 726억 원 정도였는데 91%가 중국 수출에서 나왔습니다. 우럭바리 수출을 91%는 중국으로 했다는 것이죠.

판메이링 어업서 대리서장은 올해 1월~5월까지 우럭바리의 중국 수출량은 3천59t으로, 중국의 이번 수입 중단 조치로 인해 약 3천600t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 한해 물량 반은 팔았고 절반은 모두 내수 시장에서 소비하거나 다른 시장 판로를 찾아야 하는 셈입니다.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수입이 중단됐던 파인애플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타이완 파인애플 재배량 가운데 11% 정도가 수출됐었는데 이 물량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이게 뚝 끊겨버린 겁니다.


대 중국 수출이 갑자기 끊긴 것도 끊긴 것이지만, 우럭바리와 파인애플 두 품목 모두 특정 지역 농·어민의 생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 농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럭바리의 주요 생산지는 남부 핑둥(40%), 가오슝(25%), 타이난(25%) 지역 등입니다. 먼저 수입 중단된 타이완 파인애플의 주산지 역시 가오슝, 핑둥, 타이난 등입니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벨트'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세가 강하다고 알려져 왔는데요. 현재 집권 중인 민진당을 지지하는 가오슝, 핑둥, 타이난 등 농민들이 많이 재배하는 파인애플을 수입 중단시킨 데 이어, 이 지역 어민들이 중국에 내다 파는 우럭바리까지 수입 중단시킨 것을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제2의 '파인애플 전쟁', 타이완은 파고 넘을 수 있을까?

중국은 결과적으로 타이완에 '경제 타격'을 주면서 민진당의 지지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타이완도 속수무책 당하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중국이 처음으로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을 중단했을 때, 타이완에서 벌어진 '파인애플 먹기 챌린지'가 대표적입니다.

차이 타이완 총통이 중국의 수출 중단에 맞서 파인애플 먹기 챌린저를 제안했다. (출처: 구글)차이 타이완 총통이 중국의 수출 중단에 맞서 파인애플 먹기 챌린저를 제안했다. (출처: 구글)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에 수출되지 못한 파인애플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각종 SNS에 파인애플을 먹는 게시물을 올린 것인데요.

'파인애플 많이 먹기'를 처음 시작한 건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입니다. 가오슝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파인애플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직접 파인애플 케이크인 펑리수를 만드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2021년 3월, 차이 총통이 파인애플 소비 촉진을 위해 가오슝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았다. ( 출처: 구글)2021년 3월, 차이 총통이 파인애플 소비 촉진을 위해 가오슝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았다. ( 출처: 구글)

그리고 타이완의 '애국 소비'는 실제 효과를 보았습니다. 중국이 수입 금지를 발표한 지 4일 만에 2020년 한 해 동안 중국에 수출한 물량만큼 파인애플이 팔린 겁니다. 한국에도 파인애플을 100t 이상 수출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번 조치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1일,  차이 총통이 자신의 SNS 계정에 중국의 우럭바리 수입 중단 조치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11일, 차이 총통이 자신의 SNS 계정에 중국의 우럭바리 수입 중단 조치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

차이 총통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중국이 또다시 국제무역 규범을 위반하면서 타이완 농산품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중국의 조치가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의 관계에 해를 끼친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중국이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난관을 이겨냈다면서 "이번에도 함께 어민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우럭바리 판매 시기를 조절하고 국내 판매를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어민들에게는 저이율 대출 등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이 또다시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우럭바리 수입을 중단한 것을 엄중히 비난한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차이 총통은 ‘중국이 또다시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우럭바리 수입을 중단한 것을 엄중히 비난한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

최근 들어 다방면에 걸쳐 타이완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도 중국 내 타격은 크지 않으면서 타이완을 경제·정치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농수산물 수입금지'라는 카드를 썼습니다. 때마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은 타이완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습니다.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 타이완 사이 제3, 제4의 '파인애플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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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08:00:20
    • 수정2022-06-13 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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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지난해 3월에는 타이완산 파인애플이었고 9월에는 열대 과일인 번여지(슈가애플)와 롄우(왁스애플)가 대상이 됐습니다.

오늘(13일)부터는 타이완에서 잡히는 우럭바리입니다.

열대과일 롄우(왁스애플).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타이완산 왁스애플을 잠정 수입 중단했다. (출처: 바이두)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중국이 타이완에서 수입을 중단시킨 품목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오늘(13일)부터 타이완산 우럭바리 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도록 일선 해관에 지시했다고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이유는 타이완산 우럭바리에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발암성 화학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과 함께 사용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는 것입니다. 곰팡이도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타이완산 파이 애플을 수입 중단시킬 때도, 번여지와 롄우의 수입을 끊을 때도 중국은 과일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타이완은 국제무역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반응입니다. 사용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고 해도 보통은 반송하거나 폐기 처분을 하지 수입을 아예 중단시키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대만 농업위원회 측은 중국에 과학적 증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답변이 없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위원회(SPS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 중국은 왜 하필 우럭바리를 수입 중단했을까?

타이완의 우럭바리 연 생산량은 약 1만 7천t으로 지난해의 경우 내수와 수출 비율이 3 대 2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건 수출량 가운데 중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량은 6천681t, 수출금액은 16억 8천100만 타이완 달러, 우리 돈 약 726억 원 정도였는데 91%가 중국 수출에서 나왔습니다. 우럭바리 수출을 91%는 중국으로 했다는 것이죠.

판메이링 어업서 대리서장은 올해 1월~5월까지 우럭바리의 중국 수출량은 3천59t으로, 중국의 이번 수입 중단 조치로 인해 약 3천600t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 한해 물량 반은 팔았고 절반은 모두 내수 시장에서 소비하거나 다른 시장 판로를 찾아야 하는 셈입니다.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수입이 중단됐던 파인애플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타이완 파인애플 재배량 가운데 11% 정도가 수출됐었는데 이 물량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이게 뚝 끊겨버린 겁니다.


대 중국 수출이 갑자기 끊긴 것도 끊긴 것이지만, 우럭바리와 파인애플 두 품목 모두 특정 지역 농·어민의 생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 농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럭바리의 주요 생산지는 남부 핑둥(40%), 가오슝(25%), 타이난(25%) 지역 등입니다. 먼저 수입 중단된 타이완 파인애플의 주산지 역시 가오슝, 핑둥, 타이난 등입니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벨트'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세가 강하다고 알려져 왔는데요. 현재 집권 중인 민진당을 지지하는 가오슝, 핑둥, 타이난 등 농민들이 많이 재배하는 파인애플을 수입 중단시킨 데 이어, 이 지역 어민들이 중국에 내다 파는 우럭바리까지 수입 중단시킨 것을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제2의 '파인애플 전쟁', 타이완은 파고 넘을 수 있을까?

중국은 결과적으로 타이완에 '경제 타격'을 주면서 민진당의 지지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타이완도 속수무책 당하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중국이 처음으로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을 중단했을 때, 타이완에서 벌어진 '파인애플 먹기 챌린지'가 대표적입니다.

차이 타이완 총통이 중국의 수출 중단에 맞서 파인애플 먹기 챌린저를 제안했다. (출처: 구글)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에 수출되지 못한 파인애플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각종 SNS에 파인애플을 먹는 게시물을 올린 것인데요.

'파인애플 많이 먹기'를 처음 시작한 건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입니다. 가오슝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파인애플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직접 파인애플 케이크인 펑리수를 만드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2021년 3월, 차이 총통이 파인애플 소비 촉진을 위해 가오슝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았다. ( 출처: 구글)
그리고 타이완의 '애국 소비'는 실제 효과를 보았습니다. 중국이 수입 금지를 발표한 지 4일 만에 2020년 한 해 동안 중국에 수출한 물량만큼 파인애플이 팔린 겁니다. 한국에도 파인애플을 100t 이상 수출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번 조치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1일,  차이 총통이 자신의 SNS 계정에 중국의 우럭바리 수입 중단 조치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
차이 총통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중국이 또다시 국제무역 규범을 위반하면서 타이완 농산품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중국의 조치가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의 관계에 해를 끼친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중국이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난관을 이겨냈다면서 "이번에도 함께 어민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우럭바리 판매 시기를 조절하고 국내 판매를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어민들에게는 저이율 대출 등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이 또다시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우럭바리 수입을 중단한 것을 엄중히 비난한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계정)
최근 들어 다방면에 걸쳐 타이완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도 중국 내 타격은 크지 않으면서 타이완을 경제·정치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농수산물 수입금지'라는 카드를 썼습니다. 때마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은 타이완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습니다.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 타이완 사이 제3, 제4의 '파인애플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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