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착하기라도 해야’는 성희롱 아냐”…교사 징계 취소

입력 2022.06.13 (09:15) 수정 2022.06.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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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서울교대 남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성희롱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연루됐던 남학생 한 명은, 이듬해 교사로 임용된 뒤에도 교육청 감사를 통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는데요.

최근 법원에서는 그 징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취지인지 민정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여자 신입생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어 같은 과 졸업생과 남자 신입생들이 만나는 대면식 자리에서 돌려 봤다."

2019년 서울교대에서 폭로된 성희롱 의혹입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2019년 : "책자를 보면서 (외모) 평가를 했고, 스케치북 이용해서 '교통정리' 한다며 '남학생들끼리 좋아하는 여학생이 겹치면 안 되니까 정리를 해두자' 그랬다는 거예요."]

연루됐던 남학생들은 임용시험을 거쳐 교직으로 진출했지만 그 일로, 교육청의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10여 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 중에, A 씨가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에게 정직 1개월을 의결하면서, ① 여학생들 동의 없이 소개 자료를 만들어 남학생들에게 제공한 점, ② 같은 과 여학생을 두고 성희롱 발언을 한 점, ③ 못생긴 여자는 착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점 등을 징계 사유로 들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2019년 : "3년 동안 같이 지냈던 동기들인데 너무 배신감이 느껴졌고, 저희를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취급한 것 같아서 좀 수치스러웠죠."]

하지만 징계는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법원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앞선 세 가지 사유 중 두 가지는 근거가 부족하다, 나머지 하나도 정직 감은 아니라는 겁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 오갈 때 "착하기라도 해야…" 라고 맞장구를 친 것만으론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해당 발언이 모욕감을 줄 순 있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집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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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착하기라도 해야’는 성희롱 아냐”…교사 징계 취소
    • 입력 2022-06-13 09:15:21
    • 수정2022-06-13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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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교대 남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성희롱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연루됐던 남학생 한 명은, 이듬해 교사로 임용된 뒤에도 교육청 감사를 통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는데요.

최근 법원에서는 그 징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취지인지 민정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여자 신입생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어 같은 과 졸업생과 남자 신입생들이 만나는 대면식 자리에서 돌려 봤다."

2019년 서울교대에서 폭로된 성희롱 의혹입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2019년 : "책자를 보면서 (외모) 평가를 했고, 스케치북 이용해서 '교통정리' 한다며 '남학생들끼리 좋아하는 여학생이 겹치면 안 되니까 정리를 해두자' 그랬다는 거예요."]

연루됐던 남학생들은 임용시험을 거쳐 교직으로 진출했지만 그 일로, 교육청의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10여 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 중에, A 씨가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에게 정직 1개월을 의결하면서, ① 여학생들 동의 없이 소개 자료를 만들어 남학생들에게 제공한 점, ② 같은 과 여학생을 두고 성희롱 발언을 한 점, ③ 못생긴 여자는 착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점 등을 징계 사유로 들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2019년 : "3년 동안 같이 지냈던 동기들인데 너무 배신감이 느껴졌고, 저희를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취급한 것 같아서 좀 수치스러웠죠."]

하지만 징계는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법원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앞선 세 가지 사유 중 두 가지는 근거가 부족하다, 나머지 하나도 정직 감은 아니라는 겁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 오갈 때 "착하기라도 해야…" 라고 맞장구를 친 것만으론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해당 발언이 모욕감을 줄 순 있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집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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