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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크면 너무 늦어요”…아이들까지 나선 기후소송
입력 2022.06.13 (17:49) 취재K

어린이들이 오늘(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부모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열였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제아 어린이는 "탄소배출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며 " 우리가 크면 너무 늦다"고 말했습니다.

회견이 끝난 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한제아 어린이 등을 직접 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40%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이 아이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입니다.

■ 청구인에 '태아'도 포함…"감축 목표, 2018년 대비 55%로 높여야"

모두 75쪽 분량의 청구서 맨 앞을 보면,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란 제목 밑에 청구인을 '딱따구리 외 61명'으로 적었습니다. 이들은 2017년 이후 태어난 어린이 39명과 6살~10살 어린이 22명 등 총 62명입니다. '딱따구리'는 20주차 태아의 태명입니다. 이제 20주 뒤면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엄마 이동현 씨가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소송단 측은 "아이들은 앞으로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 등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한다"며 "가장 큰 피해와 부담, 위험을 겪을 당사자라 아이들이 소송의 직접 주체가 되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청구인에 태아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헌법소원 청구인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현행법이 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너무 낮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잡으면,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기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소송단은 "국제사회 약속인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상승 제한 온도를 섭씨 2˚C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인 1.8˚C로 2030년 감축 목표를 산정하면 2018년 대비 55%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 (출처: 아기 기후소송단)<사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 (출처: 아기 기후소송단)

■ "기후변화가 재난 일으켜…세대 간 불평등도 문제"

소송단은 감축 목표를 높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상기후와 기후재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청구서에 밝혔습니다.

특히 "폭염과 홍수의 빈도·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건 모두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재앙"이라며 "반 년간 지속된 2019년 호주 산불,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도 모두 기온이 오르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었다"고 적었습니다.

한국도 심상치 않습니다. 2020년 12월에 발간된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 대책'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가파른 기온 상승과 기록적인 폭우·폭염 등으로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시간이었던 '울진 삼척 산불', 사상 첫 6월 대형산불로 기록된 '밀양 산불' 등 큰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소송단은 또, ' 세대 간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감축 목표를 높여 잡아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이들은 "현재 세대는 느슨한 감축 목표로 자유를 누리는 반면, 미래 세대는 향후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세대의 짐을 덜기 위해 현재 세대가 감축 목표를 높여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정부 "충분히 노력 중…세대 간 불평등 문제 아냐"

국내에서 기후 관련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건이 제기됐습니다. 모두 '법이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소송 4건 가운데,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해 10월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답변서에서 정부는 "세대 간 불평등이 생긴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상황과 닥치지 않은 미래 상황을 동일한 선상에 두고 차별 여부를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기후 상황을 이유로, 청 구인들의 생명권이 침해된다고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라며 심판을 청구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다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전문가 분석과 여론 수렴 등을 거쳐 감축 목표를 정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등 파리협정 당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독일에서도 환경단체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로 정한 연방기후보호법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이 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법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내용이 불충분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미래 세대에 일방적으로 이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혁명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 “우리가 크면 너무 늦어요”…아이들까지 나선 기후소송
    • 입력 2022-06-13 17:49:04
    취재K

어린이들이 오늘(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부모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열였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제아 어린이는 "탄소배출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며 " 우리가 크면 너무 늦다"고 말했습니다.

회견이 끝난 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한제아 어린이 등을 직접 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40%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이 아이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입니다.

■ 청구인에 '태아'도 포함…"감축 목표, 2018년 대비 55%로 높여야"

모두 75쪽 분량의 청구서 맨 앞을 보면,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란 제목 밑에 청구인을 '딱따구리 외 61명'으로 적었습니다. 이들은 2017년 이후 태어난 어린이 39명과 6살~10살 어린이 22명 등 총 62명입니다. '딱따구리'는 20주차 태아의 태명입니다. 이제 20주 뒤면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엄마 이동현 씨가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소송단 측은 "아이들은 앞으로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 등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한다"며 "가장 큰 피해와 부담, 위험을 겪을 당사자라 아이들이 소송의 직접 주체가 되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청구인에 태아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헌법소원 청구인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현행법이 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너무 낮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잡으면,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기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소송단은 "국제사회 약속인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상승 제한 온도를 섭씨 2˚C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인 1.8˚C로 2030년 감축 목표를 산정하면 2018년 대비 55%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 (출처: 아기 기후소송단)<사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 (출처: 아기 기후소송단)

■ "기후변화가 재난 일으켜…세대 간 불평등도 문제"

소송단은 감축 목표를 높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상기후와 기후재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청구서에 밝혔습니다.

특히 "폭염과 홍수의 빈도·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건 모두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재앙"이라며 "반 년간 지속된 2019년 호주 산불,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도 모두 기온이 오르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었다"고 적었습니다.

한국도 심상치 않습니다. 2020년 12월에 발간된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 대책'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가파른 기온 상승과 기록적인 폭우·폭염 등으로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시간이었던 '울진 삼척 산불', 사상 첫 6월 대형산불로 기록된 '밀양 산불' 등 큰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소송단은 또, ' 세대 간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감축 목표를 높여 잡아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이들은 "현재 세대는 느슨한 감축 목표로 자유를 누리는 반면, 미래 세대는 향후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세대의 짐을 덜기 위해 현재 세대가 감축 목표를 높여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정부 "충분히 노력 중…세대 간 불평등 문제 아냐"

국내에서 기후 관련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건이 제기됐습니다. 모두 '법이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소송 4건 가운데,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해 10월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답변서에서 정부는 "세대 간 불평등이 생긴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상황과 닥치지 않은 미래 상황을 동일한 선상에 두고 차별 여부를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기후 상황을 이유로, 청 구인들의 생명권이 침해된다고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라며 심판을 청구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다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전문가 분석과 여론 수렴 등을 거쳐 감축 목표를 정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등 파리협정 당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독일에서도 환경단체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로 정한 연방기후보호법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이 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법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내용이 불충분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미래 세대에 일방적으로 이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혁명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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