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골령골 학살’ UN도 관심…억울함 풀릴까

입력 2022.06.13 (19:41) 수정 2022.06.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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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중취재 시간입니다.

UN 인권이사회의 골령골 조사, 그리고 유족들의 공식 건의에 대해 정재훈 기자와 조금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UN 관계자가 골령골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네, UN 인권이사회에서 골령골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6·25 전쟁 당시 골령골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질 당시에도 UN 소속의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UN군 소속으로 참전한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사무소 총책임자인 애버트 소령이 골령골 학살 장면을 촬영해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주한미국대사관 소속 육군 무관 에드워드 중령이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이라는 제목의 보고문을 작성해 미 육군 정보부에 전달했습니다.

UN이 목격한 학살을 72년 만에 다시 UN에서 찾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된 겁니다.

[앵커]

과거, 1기 진실화해위원회도 관련 내용들을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같은 내용 또 조사하고, 이번에 UN까지 나선 이유는 뭘까요.

[기자]

골령골 학살 사건을 퍼즐로 비유하자면 빠진 조각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방대한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내용을 비공개한 채 해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시적 기구이라는 태생적 문제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위원회 활동 당시 정치권과 육군, 검찰, 경찰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특정 정치권에서 극렬히 반대했고, 검찰과 육군이 노골적으로 조사를 방해했다고 털어놨는데요.

또 김 교수는 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한 뒤 피해자 보상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또, 가해 기관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못하고, 진정한 사과도 끌어내지 못했으며 가해 명령권자를 특정해 처벌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1기 위원회가 해산하고 2기가 출범해 지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진일보된 점을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2기도 마찬가지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부터 피해자에 대한 보상까지 법률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다루고 있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입법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법적 한계와 가해 세력들의 반대, 그러는 사이 배 보상 기회를 놓친 유족들까지.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은 지금까지의 과거사 청산을 두고 반쪽짜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UN 인권이사회 소속 진실 정의 특별보고관이 조사에 나선 이유, 이런 점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유족 측이 UN에 건의한 사항 중 눈에 띄는 게 '가해자 규명과 처벌' 조항입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70년이나 지났습니다.

현실적으로 가해자 처벌이 가능한지 의문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가해자는 모두 숨졌고,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쟁범죄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2002년 비준, 발효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인도에 반하는 범죄는 국가기관이 다수의 민간인을 살해, 구금, 추방하는 등의 행위를 적시해놓고 있습니다.

골령골 학살,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됩니다.

72년이 지났다고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2003년 2월 로마규정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에 정식 가입했습니다.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규명과 처벌에 나서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겁니다.

[앵커]

유족들의 또 다른 중요한 요구가 현충원 재정비 가해자 이장 문제입니다.

법 개정이 필요할 텐데, 가능할까요?

[기자]

이 문제는 민간인 학살 유족뿐 아니라 과거에도 몇 차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회가 나서줘야 가능한 일인데요.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게 지난 2020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백선엽 장군입니다.

당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이른바 친일파 파묘법이라 불리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하지만 국회와 보훈처 등 관계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법 개정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정치권과 민심은 현충원에 모셔선 안 될 부류를 크게 2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친일파 등 민족을 배신하고 적과 내통한 반민족 행위자, 또 다른 하나는 학살 등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반헌법행위자입니다.

유족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학살 주요 책임자들은 반헌법행위자로 규정됩니다.

이미 정부는 2010년 골령골 등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펴내며 가해세력과 가해자에 대해 집단처형은 정치적 살해며,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법 개정과 함께 역사의 재평가가 내려져야 유족들이 주창하는 현충원 재정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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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골령골 학살’ UN도 관심…억울함 풀릴까
    • 입력 2022-06-13 19:41:57
    • 수정2022-06-13 20:26:21
    뉴스7(대전)
[앵커]

집중취재 시간입니다.

UN 인권이사회의 골령골 조사, 그리고 유족들의 공식 건의에 대해 정재훈 기자와 조금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UN 관계자가 골령골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네, UN 인권이사회에서 골령골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6·25 전쟁 당시 골령골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질 당시에도 UN 소속의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UN군 소속으로 참전한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사무소 총책임자인 애버트 소령이 골령골 학살 장면을 촬영해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주한미국대사관 소속 육군 무관 에드워드 중령이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이라는 제목의 보고문을 작성해 미 육군 정보부에 전달했습니다.

UN이 목격한 학살을 72년 만에 다시 UN에서 찾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된 겁니다.

[앵커]

과거, 1기 진실화해위원회도 관련 내용들을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같은 내용 또 조사하고, 이번에 UN까지 나선 이유는 뭘까요.

[기자]

골령골 학살 사건을 퍼즐로 비유하자면 빠진 조각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방대한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내용을 비공개한 채 해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시적 기구이라는 태생적 문제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위원회 활동 당시 정치권과 육군, 검찰, 경찰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특정 정치권에서 극렬히 반대했고, 검찰과 육군이 노골적으로 조사를 방해했다고 털어놨는데요.

또 김 교수는 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한 뒤 피해자 보상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또, 가해 기관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못하고, 진정한 사과도 끌어내지 못했으며 가해 명령권자를 특정해 처벌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1기 위원회가 해산하고 2기가 출범해 지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진일보된 점을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2기도 마찬가지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부터 피해자에 대한 보상까지 법률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다루고 있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입법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법적 한계와 가해 세력들의 반대, 그러는 사이 배 보상 기회를 놓친 유족들까지.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은 지금까지의 과거사 청산을 두고 반쪽짜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UN 인권이사회 소속 진실 정의 특별보고관이 조사에 나선 이유, 이런 점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유족 측이 UN에 건의한 사항 중 눈에 띄는 게 '가해자 규명과 처벌' 조항입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70년이나 지났습니다.

현실적으로 가해자 처벌이 가능한지 의문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가해자는 모두 숨졌고,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쟁범죄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2002년 비준, 발효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인도에 반하는 범죄는 국가기관이 다수의 민간인을 살해, 구금, 추방하는 등의 행위를 적시해놓고 있습니다.

골령골 학살,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됩니다.

72년이 지났다고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2003년 2월 로마규정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에 정식 가입했습니다.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규명과 처벌에 나서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겁니다.

[앵커]

유족들의 또 다른 중요한 요구가 현충원 재정비 가해자 이장 문제입니다.

법 개정이 필요할 텐데, 가능할까요?

[기자]

이 문제는 민간인 학살 유족뿐 아니라 과거에도 몇 차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회가 나서줘야 가능한 일인데요.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게 지난 2020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백선엽 장군입니다.

당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이른바 친일파 파묘법이라 불리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하지만 국회와 보훈처 등 관계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법 개정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정치권과 민심은 현충원에 모셔선 안 될 부류를 크게 2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친일파 등 민족을 배신하고 적과 내통한 반민족 행위자, 또 다른 하나는 학살 등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반헌법행위자입니다.

유족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학살 주요 책임자들은 반헌법행위자로 규정됩니다.

이미 정부는 2010년 골령골 등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펴내며 가해세력과 가해자에 대해 집단처형은 정치적 살해며,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법 개정과 함께 역사의 재평가가 내려져야 유족들이 주창하는 현충원 재정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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