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용 “박순애, 제자 논문 가로채기”…박순애 “제자에 기회준 것”

입력 2022.06.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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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박사 논문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박사 논문 발표 전, 학내 학술지에 기고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제자는 해당 학술지 논문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를 놓고 야당에서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박 후보자 측은 두 논문의 근간이 된 조사연구에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문항을 개발하는 제1저자로서 역할을 했다"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제자 박사 논문 발표 2개월 전, 교수가 제1저자로 학술지 게재

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은 박 후보자가 2015년 12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기고한 '지방정부 규제행정의 성과요인에 관한 소고'의 핵심 내용이 박 후보자가 지도했던 A 학생이 2016년 2월 발표한 박사 논문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12월 학술지 기고 논문은 박 후보자가 제1저자,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A 씨가 교신저자로 등재됐습니다.

통상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1~2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두 논문 작업은 함께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점상으로 보면 제자가 오랜 기간 준비한 박사 논문을 발표하기 2개월 전, 지도 교수가 제자 논문의 핵심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제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이 됩니다.

■ 출처 표기는 명확…민주 서동용 "가로채기 의혹"

박순애 후보자가 제1저자로 등재된 교내 학술지 논문(좌)과 제자 A씨의 박사 논문(우)박순애 후보자가 제1저자로 등재된 교내 학술지 논문(좌)과 제자 A씨의 박사 논문(우)

두 논문을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2015년 말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27쪽, 2016년 제자의 박사 논문은 225쪽 분량입니다.

분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학술지에 먼저 게재한 논문은 제자 박사 논문의 핵심 논지를 발췌해 요약한 버전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A 씨의 박사 논문 곳곳에 2개월 전 박 후보자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게재한 학술지 논문을 재인용한 것이라는 출처 표기가 명확하게 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논문 출처 표기, 재인용 표기 등과 관련한 연구윤리 위반 소지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다만 '제자 논문 가로채기'라는 건, 통상의 논문 표절이나 연구윤리 위반 사례와는 다른 유형이기 때문에 이런 재인용 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 서동용 의원실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문장 순서를 바꾸거나 표현을 달리하는 등 표절 의심을 피하려 한 흔적도 보인다고 서동용 의원실은 주장했습니다.

■ 박사 과정 제자가 교신저자…"학계에서 흔치 않은 일"

그래서 연구윤리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받아 봤습니다. 모두 3명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은 박 후보자가 학술지 논문을 게재하면서 박사 과정 제자를 '교신저자'로 등록한 것에 대해 "흔치는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신저자는 학술지 기고 심사 과정에서 전반적인 의사 소통을 담당하면서 심사단 회신을 받아 논문 수정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1저자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교신저자라는 것입니다.

연구윤리정보센터장을 지낸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교신저자는 학술지 게재 경험도 많아야 하고 해당 논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자연과학이 아닌 인문 분야에서 논문 투고, 학술지 게재,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이 교수 논문에 교신저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박 후보자와 제자의 박사 논문에 대해서는 정보가 충분치 않아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박순애 측 "핵심 연구 진행…제1저자 등재, 전혀 문제없다"

박순애 후보자 측은 "핵심 연구에서 박 후보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학술지 논문에 1저자로 등재한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박사 과정 학생을 교신저자로 등록한 것에 대해서는 "A 씨가 교신저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면서 "오히려 학생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후보자가 2015년 12월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과 A 씨 박사 논문은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 발주로 한국행정학회가 진행한 '지자체 지역별 규제 체감도 조사설계 및 결과분석'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해당 조사연구 당시, 한국행정학회 책임연구원은 박순애 후보자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렇게 박 후보자가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제1저자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KBS는 이와 관련해 설명을 듣기 위해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지도 학생의 박사 논문과 핵심 내용이 일치하는 논문에 박 후보자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사실상 제자 논문 가로채기, 갑질이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박 후보자가 해명대로 실제 제1저자로서 역할을 했다면 제자의 박사 논문을 대신 써준 셈이 된다"면서 "그런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한 부실한 논문 심사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의원은 "어느 쪽이든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도덕성뿐만 아니라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문의 저자
- 제1저자: 논문 작성을 주도하고 논문에 기여도가 가장 큰 저자. 주저자라고 표현하기도 함. 논문 작성 기여도가 비슷한 경우 한 논문에서 여러 명이 될 수 있음
- 교신저자: 논문 책임자. 논문 작성자 외에 다른 연구자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한 저자. 저자 가운데 'To whom correspondence should be adressed' 라고 붙어 있으면 교신저자에 해당함
- 공동저자: 제1저자와 교신저자를 제외한, 논문 작성에 참여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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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용 “박순애, 제자 논문 가로채기”…박순애 “제자에 기회준 것”
    • 입력 2022-06-14 14:36:02
    취재K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박사 논문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박사 논문 발표 전, 학내 학술지에 기고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제자는 해당 학술지 논문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를 놓고 야당에서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박 후보자 측은 두 논문의 근간이 된 조사연구에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문항을 개발하는 제1저자로서 역할을 했다"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제자 박사 논문 발표 2개월 전, 교수가 제1저자로 학술지 게재

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은 박 후보자가 2015년 12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기고한 '지방정부 규제행정의 성과요인에 관한 소고'의 핵심 내용이 박 후보자가 지도했던 A 학생이 2016년 2월 발표한 박사 논문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12월 학술지 기고 논문은 박 후보자가 제1저자,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A 씨가 교신저자로 등재됐습니다.

통상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1~2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두 논문 작업은 함께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점상으로 보면 제자가 오랜 기간 준비한 박사 논문을 발표하기 2개월 전, 지도 교수가 제자 논문의 핵심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제1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이 됩니다.

■ 출처 표기는 명확…민주 서동용 "가로채기 의혹"

박순애 후보자가 제1저자로 등재된 교내 학술지 논문(좌)과 제자 A씨의 박사 논문(우)
두 논문을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2015년 말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27쪽, 2016년 제자의 박사 논문은 225쪽 분량입니다.

분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학술지에 먼저 게재한 논문은 제자 박사 논문의 핵심 논지를 발췌해 요약한 버전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A 씨의 박사 논문 곳곳에 2개월 전 박 후보자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게재한 학술지 논문을 재인용한 것이라는 출처 표기가 명확하게 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논문 출처 표기, 재인용 표기 등과 관련한 연구윤리 위반 소지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다만 '제자 논문 가로채기'라는 건, 통상의 논문 표절이나 연구윤리 위반 사례와는 다른 유형이기 때문에 이런 재인용 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 서동용 의원실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문장 순서를 바꾸거나 표현을 달리하는 등 표절 의심을 피하려 한 흔적도 보인다고 서동용 의원실은 주장했습니다.

■ 박사 과정 제자가 교신저자…"학계에서 흔치 않은 일"

그래서 연구윤리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받아 봤습니다. 모두 3명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은 박 후보자가 학술지 논문을 게재하면서 박사 과정 제자를 '교신저자'로 등록한 것에 대해 "흔치는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신저자는 학술지 기고 심사 과정에서 전반적인 의사 소통을 담당하면서 심사단 회신을 받아 논문 수정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1저자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교신저자라는 것입니다.

연구윤리정보센터장을 지낸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교신저자는 학술지 게재 경험도 많아야 하고 해당 논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자연과학이 아닌 인문 분야에서 논문 투고, 학술지 게재,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이 교수 논문에 교신저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박 후보자와 제자의 박사 논문에 대해서는 정보가 충분치 않아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박순애 측 "핵심 연구 진행…제1저자 등재, 전혀 문제없다"

박순애 후보자 측은 "핵심 연구에서 박 후보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학술지 논문에 1저자로 등재한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박사 과정 학생을 교신저자로 등록한 것에 대해서는 "A 씨가 교신저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면서 "오히려 학생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후보자가 2015년 12월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과 A 씨 박사 논문은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 발주로 한국행정학회가 진행한 '지자체 지역별 규제 체감도 조사설계 및 결과분석'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해당 조사연구 당시, 한국행정학회 책임연구원은 박순애 후보자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렇게 박 후보자가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제1저자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KBS는 이와 관련해 설명을 듣기 위해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지도 학생의 박사 논문과 핵심 내용이 일치하는 논문에 박 후보자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사실상 제자 논문 가로채기, 갑질이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박 후보자가 해명대로 실제 제1저자로서 역할을 했다면 제자의 박사 논문을 대신 써준 셈이 된다"면서 "그런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한 부실한 논문 심사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의원은 "어느 쪽이든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도덕성뿐만 아니라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문의 저자
- 제1저자: 논문 작성을 주도하고 논문에 기여도가 가장 큰 저자. 주저자라고 표현하기도 함. 논문 작성 기여도가 비슷한 경우 한 논문에서 여러 명이 될 수 있음
- 교신저자: 논문 책임자. 논문 작성자 외에 다른 연구자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한 저자. 저자 가운데 'To whom correspondence should be adressed' 라고 붙어 있으면 교신저자에 해당함
- 공동저자: 제1저자와 교신저자를 제외한, 논문 작성에 참여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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