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이 비루스를 전파”…꼭꼭 숨긴 北 실상 확인 어떻게?

입력 2022.06.14 (23:45) 수정 2022.06.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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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문건을 확보해 취재한 송영석 기자와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송 기자!

앞서 김수연 기자 보도를 보니, 코로나19 초기 북한도 많이 당황했던 거 같은데 봉쇄를 강화하면서 어떤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했나요?

[기자]

네, 문건을 하나 가지고 나왔는데 제목부터 과격한 문구로 돼있죠.

'적들의 코로나 비루스 전파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자'.

북한이 황급히 국경을 폐쇄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선전선동부가 각급 당 조직에 내려보낸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룐데요.

내용을 보면, 적들이 북한 내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려는 검은 흉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분계지역에서 새들이 죽고, 국경지역에서 정체모를 자들이 액체를 강에 쏟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 내부에 전염병을 퍼뜨려서라도 공화국을 어찌해 보려는 적들의 음흉한 기도", "국가최고지도부의 안전을 해치려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앵커]

코로나조차 적의 책동으로 규정했다는 거군요.

그 적이 누구란 겁니까?

[기자]

문건에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남한 정부가 독극물이 든 기구를 북으로 날려 보냈다는 거짓 주장을 상기시키는 대목도 있는데요.

국가보위성이 작성한 대책보고 자료에는 탈북민을 외부의 적으로 적시했고요.

탈북민들이 바이러스를 묻힌 1달러 지폐를 병에 넣어 서해를 통해 황해남도로, 압록강을 통해 평안북도로 보냈다, 강원도로는 풍선을 날려 보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북한이 2년 넘게 꼭꼭 숨겨온 내용의 문건들이에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기자]

네, 북한은 국가적 비상사태가 터지면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돼 하급 관리나 주민들에게 보신 것과 같은 문건을 내려보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탈북민들도 과거 전염병 상황에서 자신들이 받아봤던 것과 같다고 확인했는데요.

체제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서 유출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몇일 뒤 회수해가는데 보신 문건들은 회수 전에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자세한 입수 경위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앵커]

내용을 보니 북한은 방역마저도 북한식으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문건에 나타난 북한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한 마디로 외부 세력의 책동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전염병이 돌 때면 늘상 그렇게 대처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인데요.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2020년 7월, 탈북자가 다시 개성으로 월북한 일이 있었는데 북한이 개성시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던 걸 보면 북한이 코로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당시 북한 주장대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자]

국경 봉쇄를 단행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북한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하면서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국제사회가 지원한 진단 장비가 들어가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확진 판정은 어렵지만 증상자는 꽤 있었을 거라고 추정돼왔는데 이번에 발열자 격리 메뉴얼까지 담긴 문건을 저희가 확보한 겁니다.

[앵커]

그래도 북한이 그간 나름 통제 방역은 잘했다며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북한에서는 확진자가 없어야 하면 없는 거고, 있어도 되면 있다고 발표한다.

앞서 보도에 나온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최정훈 씨가 해준 말인데요.

발표의 기준은 오로지 체제 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문건을 취재하면서 방역 분야에서도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북한의 특수성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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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4 23:45:01
    • 수정2022-06-14 23: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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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문건을 확보해 취재한 송영석 기자와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송 기자!

앞서 김수연 기자 보도를 보니, 코로나19 초기 북한도 많이 당황했던 거 같은데 봉쇄를 강화하면서 어떤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했나요?

[기자]

네, 문건을 하나 가지고 나왔는데 제목부터 과격한 문구로 돼있죠.

'적들의 코로나 비루스 전파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자'.

북한이 황급히 국경을 폐쇄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선전선동부가 각급 당 조직에 내려보낸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룐데요.

내용을 보면, 적들이 북한 내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려는 검은 흉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분계지역에서 새들이 죽고, 국경지역에서 정체모를 자들이 액체를 강에 쏟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 내부에 전염병을 퍼뜨려서라도 공화국을 어찌해 보려는 적들의 음흉한 기도", "국가최고지도부의 안전을 해치려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앵커]

코로나조차 적의 책동으로 규정했다는 거군요.

그 적이 누구란 겁니까?

[기자]

문건에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남한 정부가 독극물이 든 기구를 북으로 날려 보냈다는 거짓 주장을 상기시키는 대목도 있는데요.

국가보위성이 작성한 대책보고 자료에는 탈북민을 외부의 적으로 적시했고요.

탈북민들이 바이러스를 묻힌 1달러 지폐를 병에 넣어 서해를 통해 황해남도로, 압록강을 통해 평안북도로 보냈다, 강원도로는 풍선을 날려 보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북한이 2년 넘게 꼭꼭 숨겨온 내용의 문건들이에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기자]

네, 북한은 국가적 비상사태가 터지면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돼 하급 관리나 주민들에게 보신 것과 같은 문건을 내려보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탈북민들도 과거 전염병 상황에서 자신들이 받아봤던 것과 같다고 확인했는데요.

체제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서 유출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몇일 뒤 회수해가는데 보신 문건들은 회수 전에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자세한 입수 경위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앵커]

내용을 보니 북한은 방역마저도 북한식으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문건에 나타난 북한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한 마디로 외부 세력의 책동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전염병이 돌 때면 늘상 그렇게 대처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인데요.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2020년 7월, 탈북자가 다시 개성으로 월북한 일이 있었는데 북한이 개성시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던 걸 보면 북한이 코로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당시 북한 주장대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자]

국경 봉쇄를 단행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북한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하면서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국제사회가 지원한 진단 장비가 들어가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확진 판정은 어렵지만 증상자는 꽤 있었을 거라고 추정돼왔는데 이번에 발열자 격리 메뉴얼까지 담긴 문건을 저희가 확보한 겁니다.

[앵커]

그래도 북한이 그간 나름 통제 방역은 잘했다며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북한에서는 확진자가 없어야 하면 없는 거고, 있어도 되면 있다고 발표한다.

앞서 보도에 나온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최정훈 씨가 해준 말인데요.

발표의 기준은 오로지 체제 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문건을 취재하면서 방역 분야에서도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북한의 특수성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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