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테라 이어 ‘셀시우스’ 뱅크런 우려…암호화폐 끝없는 추락

입력 2022.06.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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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테라 루나 사태를 겪은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맞닥뜨렸습니다. 미국의 주요 디파이(암호화폐 금융 시스템) 업체인 ‘셀시우스’에서 뱅크런 조짐이 보이며 이더리움을 위주로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셀시우스는 전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를 상대로 디파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15일 현재 비트코인은 2만1,000달러 선으로 1주일 전 대비 31%가량 급락했습니다. 이더리움은 1,100달러 선으로 같은 기간 36%가량 하락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습니다. 지난달 말 테라 루나2.0 출시 직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시장이 재차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셀시우스' 악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더리움에서 무슨 일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더불어 암호화폐의 양대 '메이저 코인'으로 불립니다. 현재 이더리움은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꾸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머지(Merge)’가 진행 중입니다.

작업증명 방식은 검증인이 직접 컴퓨터 채굴을 하며 블록체인 검증을 하는 식이라, 막대한 전력 사용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에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분증명 방식에서는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검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애초 오는 8월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진행 상황상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새로운 이더리움에서 지분 검증에 참여하려면 최소 32 이더리움(약 5,000만 원)이 필요합니다. 지분 검증에 참여하면 보상 격으로 신규 이더리움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려면 32 이더리움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 디파이 업체 ‘리도(Lido)’가 등장합니다. 리도는 개인투자자의 이더리움을 위탁받아 묶은 뒤 이더리움 지분 검증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지분 검증 보상으로 받는 수익은 투자자끼리 나눠 갖습니다. 다만, 리도에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머지’가 끝날 때까지 이더리움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업그레이드 완료 시까지 이더리움 투자금이 리도에 묶이는 겁니다.

‘리도’ 이더리움 스테이킹(예치) 화면‘리도’ 이더리움 스테이킹(예치) 화면

대신 리도는 투자자에게 이더리움을 받으면, 일종의 예치’ 증표 격인 ‘stETH’를 발급해 줬습니다. 1 stETH는 나중에 1 이더리움(ETH)로 전환 가능합니다. 1 대 1 비율로 연동(페깅)되는 일종의 이더리움 담보 증권인 셈입니다. 투자자는 리도에게 받은 stETH를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다른 디파이 플랫폼에 재투자하며 추가 수익을 노렸습니다.

■ 셀시우스는 테라 루나 데자뷔?

그리고 문제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디파이 업체 셀시우스가 있습니다. 셀시우스는 암호화폐 예치를 주로 서비스했습니다. 투자자가 이더리움 같은 자산을 예치하면 시중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줬습니다. 셀시우스는 이 자산을 다른 디파이 등에 재투자하며 추가 수익을 노렸습니다. 이용자만 170만 명이 넘고 자산 규모는 200억 달러(약 25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셀시우스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겨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객이 예치한 이더리움 35,000개를 스테이킹(예치)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유로 그걸 분실했다는 겁니다. 현재 기준으로 550억 원에 달합니다. 또 지난 한 달 동안 셀시우스가 고객의 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9,5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대출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자연스레 셀시우스에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셀시우스가 갖고 있는 자산 가운데 이더리움을 두고 우려가 컸는데, 셀시우스가 상당수 이더리움을 앞서 설명한 'stETH'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셀시우스가 보유한 이더리움 자산은 100만 개 가량으로, 비율을 따져보면 stETH가 44%가량, 스테이킹된 자산이 29%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유동화가 가능한 이더리움은 27%뿐입니다.

만약 대규모 고객 인출 요구가 생기면 셀시우스는 stETH를 시장에 급매해서라도 이더리움을 마련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stETH와 이더리움의 1 대 1 비율이 깨지는 '디페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stETH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자, 2가지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셀시우스를 향해서는 이더리움 인출 요구가 이어졌고, 시장에선 stETH를 이더리움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더리움 수요가 높아지며 stETH와 이더리움 간 '디페깅'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현재 양 자산 간 변환 비율은 1 이더리움 대 0.95 stETH로 stETH 보유자의 손실률이 5% 정도입니다. 이달 초까지 손실률이 1~2%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stETH 자산 이탈이 심해졌습니다.

페깅이 깨진 stETH-이더리움 그래프(출처:코인게코)페깅이 깨진 stETH-이더리움 그래프(출처:코인게코)

자산 인출 요구가 빗발치자 급기야 셀시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인출 및 계좌 거래를 중단한다"고 전격 공지했습니다. 셀시우스 측은 "심각한 시장 환경이 발생해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기점으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셀시우스발 유동성 우려와 stETH 디페깅 현상 등이, 지난달 발생한 테라 루나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여지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이더리움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전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내는 이유입니다.

셀시우스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셀시우스가 거래 중단을 해제하면 당장 테라루나 못지 않은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연달아 터진 악재에 암호화폐 시장은 연일 위축되고 있습니다. 현재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9,375억 달러, 우리 돈 1,200조 원가량입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 420조 원가량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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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톡] 테라 이어 ‘셀시우스’ 뱅크런 우려…암호화폐 끝없는 추락
    • 입력 2022-06-15 10:22:12
    취재K

지난달 테라 루나 사태를 겪은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맞닥뜨렸습니다. 미국의 주요 디파이(암호화폐 금융 시스템) 업체인 ‘셀시우스’에서 뱅크런 조짐이 보이며 이더리움을 위주로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셀시우스는 전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를 상대로 디파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15일 현재 비트코인은 2만1,000달러 선으로 1주일 전 대비 31%가량 급락했습니다. 이더리움은 1,100달러 선으로 같은 기간 36%가량 하락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습니다. 지난달 말 테라 루나2.0 출시 직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시장이 재차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셀시우스' 악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더리움에서 무슨 일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더불어 암호화폐의 양대 '메이저 코인'으로 불립니다. 현재 이더리움은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꾸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머지(Merge)’가 진행 중입니다.

작업증명 방식은 검증인이 직접 컴퓨터 채굴을 하며 블록체인 검증을 하는 식이라, 막대한 전력 사용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에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분증명 방식에서는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검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애초 오는 8월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진행 상황상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새로운 이더리움에서 지분 검증에 참여하려면 최소 32 이더리움(약 5,000만 원)이 필요합니다. 지분 검증에 참여하면 보상 격으로 신규 이더리움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려면 32 이더리움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 디파이 업체 ‘리도(Lido)’가 등장합니다. 리도는 개인투자자의 이더리움을 위탁받아 묶은 뒤 이더리움 지분 검증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지분 검증 보상으로 받는 수익은 투자자끼리 나눠 갖습니다. 다만, 리도에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머지’가 끝날 때까지 이더리움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업그레이드 완료 시까지 이더리움 투자금이 리도에 묶이는 겁니다.

‘리도’ 이더리움 스테이킹(예치) 화면
대신 리도는 투자자에게 이더리움을 받으면, 일종의 예치’ 증표 격인 ‘stETH’를 발급해 줬습니다. 1 stETH는 나중에 1 이더리움(ETH)로 전환 가능합니다. 1 대 1 비율로 연동(페깅)되는 일종의 이더리움 담보 증권인 셈입니다. 투자자는 리도에게 받은 stETH를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다른 디파이 플랫폼에 재투자하며 추가 수익을 노렸습니다.

■ 셀시우스는 테라 루나 데자뷔?

그리고 문제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디파이 업체 셀시우스가 있습니다. 셀시우스는 암호화폐 예치를 주로 서비스했습니다. 투자자가 이더리움 같은 자산을 예치하면 시중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줬습니다. 셀시우스는 이 자산을 다른 디파이 등에 재투자하며 추가 수익을 노렸습니다. 이용자만 170만 명이 넘고 자산 규모는 200억 달러(약 25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셀시우스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겨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객이 예치한 이더리움 35,000개를 스테이킹(예치)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유로 그걸 분실했다는 겁니다. 현재 기준으로 550억 원에 달합니다. 또 지난 한 달 동안 셀시우스가 고객의 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9,5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대출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자연스레 셀시우스에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셀시우스가 갖고 있는 자산 가운데 이더리움을 두고 우려가 컸는데, 셀시우스가 상당수 이더리움을 앞서 설명한 'stETH'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셀시우스가 보유한 이더리움 자산은 100만 개 가량으로, 비율을 따져보면 stETH가 44%가량, 스테이킹된 자산이 29%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유동화가 가능한 이더리움은 27%뿐입니다.

만약 대규모 고객 인출 요구가 생기면 셀시우스는 stETH를 시장에 급매해서라도 이더리움을 마련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stETH와 이더리움의 1 대 1 비율이 깨지는 '디페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stETH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자, 2가지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셀시우스를 향해서는 이더리움 인출 요구가 이어졌고, 시장에선 stETH를 이더리움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더리움 수요가 높아지며 stETH와 이더리움 간 '디페깅'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현재 양 자산 간 변환 비율은 1 이더리움 대 0.95 stETH로 stETH 보유자의 손실률이 5% 정도입니다. 이달 초까지 손실률이 1~2%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stETH 자산 이탈이 심해졌습니다.

페깅이 깨진 stETH-이더리움 그래프(출처:코인게코)
자산 인출 요구가 빗발치자 급기야 셀시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인출 및 계좌 거래를 중단한다"고 전격 공지했습니다. 셀시우스 측은 "심각한 시장 환경이 발생해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기점으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셀시우스발 유동성 우려와 stETH 디페깅 현상 등이, 지난달 발생한 테라 루나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여지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이더리움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전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내는 이유입니다.

셀시우스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셀시우스가 거래 중단을 해제하면 당장 테라루나 못지 않은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연달아 터진 악재에 암호화폐 시장은 연일 위축되고 있습니다. 현재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9,375억 달러, 우리 돈 1,200조 원가량입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 420조 원가량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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