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논란은 빵 때문?…“전담 지원 조직 만들자” 의견 솔솔

입력 2022.06.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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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습니다.

두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며 권양숙 여사를 적극 예우하기도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다른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찾아가 환담하고,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사회 통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일정에 '지인 동행' 논란

그런데 뜻밖의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일정에 동행한 한 인물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김 여사의 다른 수행원은 모두 정장 차림이었는데, 한 사람만 반 팔 티셔츠와 슬리퍼 차림의 '튀는 복장'입니다. 온라인상에선 '저 사람이 누구냐'는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급기야 '무속인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해당 인물은 김건희 여사의 오랜 지인이자 대학 겸임교수인 김 모 씨로 확인됐습니다.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씨가 무속인이라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또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원래는 처음부터 비공개 일정이었고,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론에 공개하는 공식 일정이 아니었으니, 지인이 동행해도 문제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보좌 직원이 없어서 사적 지인이 활동을 도왔다면 '비선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동행한 인물이 무슨 이유로 동행했는지 밝혀라"며 공세를 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었던 인사는 통화에서 "행사에 민간인을 부를 때는 정무적 검토를 하는 게 맞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김건희 여사에게 로비하려면 저 사람에게 접근하면 되는구나'라는 힌트를 외부에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저도 잘 아는 처의 오랜 친구"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대답을 내놨습니다. 1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민주당에서는 비선이라고 비판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사진에 나온 그 분(김 모 씨)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마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갈 때, (권 여사가) 좋아하는 빵이라든지 이런 것을 많이 들고 간 모양인데, 부산에서 그런 거 잘하는 집을 (김 씨가) 안내해준 것 같다"며 "그래서 들 게 많아서 (김건희 여사와) 같이 간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말처럼 봉하마을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통해 활동을 지원받고, 공식 경호까지 대동한 대통령 부인의 일정에 동행한 건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

거기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권양숙 여사까지 예방했으니, 정치적 의미를 담은 행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통령실 부속실에 수행 인력이 있는데도, '빵 선물' 때문에 굳이 사적 인연이 있는 지인의 보좌를 받았어야 했는지 '물음표'입니다. 실제 두 여사의 만남에 대한 얘기는 오간 데 없고, '비선 논란'만 남은 상황은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겁니다.

■여야 모두 "대통령 배우자 전담 조직 필요"

김건희 여사가 앞으로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거라면, 그에 걸맞게 정무적으로 지원할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나옵니다.

한 대통령실 참모도 사견을 전제로 "여사 관련 부속실 보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전담 지원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온 '제2부속실' 같은 별도 조직을 다시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이를 번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은 15일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 여론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으로 답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제2부속실 부활'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 기류입니다.

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구설은 취임 초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인 동행' 논란 외에, '팬클럽 논란'이 그 사례입니다.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팬클럽에 보내면서, 팬클럽이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습니다.

팬클럽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는 월 회비를 받는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라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와 관계없는 일이지만, 구설의 영향은 김 여사에게까지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바늘구멍만 한 틈일지라도, 혹여라도 '비선'이 개입할 구멍이 있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 미리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전담 조직 신설이 됐든, 부속실 내 지원팀을 만들든, 전담 인력을 늘리든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통령 배우자 자격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작돼야 합니다.

국민은 역대 정권에서 통제되지 않은 비선이 국정에 개입했을 때, 어떤 폐단이 있었는지를 여러 차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과거 검찰 재직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험을 통해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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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선’ 논란은 빵 때문?…“전담 지원 조직 만들자” 의견 솔솔
    • 입력 2022-06-15 16:43:51
    취재K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습니다.

두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며 권양숙 여사를 적극 예우하기도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다른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찾아가 환담하고,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사회 통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일정에 '지인 동행' 논란

그런데 뜻밖의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일정에 동행한 한 인물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김 여사의 다른 수행원은 모두 정장 차림이었는데, 한 사람만 반 팔 티셔츠와 슬리퍼 차림의 '튀는 복장'입니다. 온라인상에선 '저 사람이 누구냐'는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급기야 '무속인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해당 인물은 김건희 여사의 오랜 지인이자 대학 겸임교수인 김 모 씨로 확인됐습니다.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씨가 무속인이라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또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원래는 처음부터 비공개 일정이었고,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론에 공개하는 공식 일정이 아니었으니, 지인이 동행해도 문제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보좌 직원이 없어서 사적 지인이 활동을 도왔다면 '비선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동행한 인물이 무슨 이유로 동행했는지 밝혀라"며 공세를 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었던 인사는 통화에서 "행사에 민간인을 부를 때는 정무적 검토를 하는 게 맞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김건희 여사에게 로비하려면 저 사람에게 접근하면 되는구나'라는 힌트를 외부에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저도 잘 아는 처의 오랜 친구"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대답을 내놨습니다. 1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민주당에서는 비선이라고 비판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사진에 나온 그 분(김 모 씨)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마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갈 때, (권 여사가) 좋아하는 빵이라든지 이런 것을 많이 들고 간 모양인데, 부산에서 그런 거 잘하는 집을 (김 씨가) 안내해준 것 같다"며 "그래서 들 게 많아서 (김건희 여사와) 같이 간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말처럼 봉하마을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통해 활동을 지원받고, 공식 경호까지 대동한 대통령 부인의 일정에 동행한 건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

거기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권양숙 여사까지 예방했으니, 정치적 의미를 담은 행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통령실 부속실에 수행 인력이 있는데도, '빵 선물' 때문에 굳이 사적 인연이 있는 지인의 보좌를 받았어야 했는지 '물음표'입니다. 실제 두 여사의 만남에 대한 얘기는 오간 데 없고, '비선 논란'만 남은 상황은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겁니다.

■여야 모두 "대통령 배우자 전담 조직 필요"

김건희 여사가 앞으로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거라면, 그에 걸맞게 정무적으로 지원할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나옵니다.

한 대통령실 참모도 사견을 전제로 "여사 관련 부속실 보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전담 지원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온 '제2부속실' 같은 별도 조직을 다시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이를 번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은 15일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 여론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으로 답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제2부속실 부활'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 기류입니다.

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구설은 취임 초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인 동행' 논란 외에, '팬클럽 논란'이 그 사례입니다.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팬클럽에 보내면서, 팬클럽이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습니다.

팬클럽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는 월 회비를 받는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라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와 관계없는 일이지만, 구설의 영향은 김 여사에게까지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바늘구멍만 한 틈일지라도, 혹여라도 '비선'이 개입할 구멍이 있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 미리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전담 조직 신설이 됐든, 부속실 내 지원팀을 만들든, 전담 인력을 늘리든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통령 배우자 자격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작돼야 합니다.

국민은 역대 정권에서 통제되지 않은 비선이 국정에 개입했을 때, 어떤 폐단이 있었는지를 여러 차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과거 검찰 재직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험을 통해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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