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에서 학대 정황…경찰, 수사 착수

입력 2022.06.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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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지난달 9일 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

제주의 한 장애아동 전문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교사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 등에 시퍼런 멍 자국…CCTV에 담긴 학대 정황

지난달 9일, 중증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4살 서현이(가명)의 등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을 서현이 엄마(이하 엄마)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어린이집 등원 전 옷을 갈아입힐 때도 없던 멍 자국이 등과 견갑골 사이에 넓게 생겨난 겁니다.

어린이집 측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했지만, CCTV에는 교사의 학대 정황이 담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교사가 서현이의 입에 밥을 억지로 넣는 장면이 담겨있던 겁니다.

당시 서현이는 등받이와 테이블이 하나로 된 이른바 '하이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억지로 밥을 넣는 과정에서 저항하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등에 맞닿으며 멍이 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서현이 아빠는 "영상을 보는데 마치 아이가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며 "아이의 머리를 뒤로 뒤집고 밥을 먹이는데, 아이가 뒤로, 좌우로 강하게 저항했다. 얼마나 심했으면 등이 저렇게 멍들었겠느냐"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현이(가명)가 사용하던 하이체어서현이(가명)가 사용하던 하이체어

■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30대 어린이집 교사 A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서현이에게 20여 분간 밥을 억지로 먹이는 등 학대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어린이집에서 하이체어를 압수하고 서현이의 멍 자국 위치와 등받이, 팔걸이 높이 등을 확인한 뒤 밥을 먹이는 과정에서 멍이 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

사건 발생 이후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어린이집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서현이 부모에게 사과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해당 교사는 지난 13일 서현이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이 상황이 꿈만 같고, 제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당황해 대화 시도조차 못 했다'며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원장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어린이집 측은 서현이 엄마에게 주기로 약속했던 CCTV 영상은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피해 부모 "철저한 조사, 엄벌해달라"

어린이집정보공개 포털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에서 A 등급을 받은 곳으로, 현재 30여 명의 장애 아동이 다니고 있습니다. 제주시 어린이집지도팀은 검찰에서 기소되거나 재판 결과에 따라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서현이는 현재 등원을 중단하고 갈 곳이 없어 집에서 엄마와 재활 치료 등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서현이 부모는 KBS에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현이는 흔한 중이염을 앓다 폐렴으로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런 경련으로 뇌가 손상됐고, 중증 지적 장애아가 되었습니다.

장애를 받아들이기도 버거운 우리 가족에게 후천적인 장애를 겪은 것도 모자라, 제주에 네 곳밖에 없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학대가 일어났습니다.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습니다.

멍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어린이집 선생님은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부모가 먼저 연락을 한 뒤에야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서현이는 꼬집는 행동이 부쩍 늘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행동도 늘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울며 깨나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파도 아무런 표현을 알 수 없는 아이를 보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는 이번 사건으로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잃었습니다.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미래도 더욱 두려워졌습니다.

장애 아동들이 항상 웃고, 조금이나마 건강해져서 더 넓은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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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에서 학대 정황…경찰, 수사 착수
    • 입력 2022-06-16 16:10:44
    취재K
지난달 9일 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
제주의 한 장애아동 전문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교사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 등에 시퍼런 멍 자국…CCTV에 담긴 학대 정황

지난달 9일, 중증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4살 서현이(가명)의 등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을 서현이 엄마(이하 엄마)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어린이집 등원 전 옷을 갈아입힐 때도 없던 멍 자국이 등과 견갑골 사이에 넓게 생겨난 겁니다.

어린이집 측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했지만, CCTV에는 교사의 학대 정황이 담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교사가 서현이의 입에 밥을 억지로 넣는 장면이 담겨있던 겁니다.

당시 서현이는 등받이와 테이블이 하나로 된 이른바 '하이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억지로 밥을 넣는 과정에서 저항하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등에 맞닿으며 멍이 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서현이 아빠는 "영상을 보는데 마치 아이가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며 "아이의 머리를 뒤로 뒤집고 밥을 먹이는데, 아이가 뒤로, 좌우로 강하게 저항했다. 얼마나 심했으면 등이 저렇게 멍들었겠느냐"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현이(가명)가 사용하던 하이체어
■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30대 어린이집 교사 A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서현이에게 20여 분간 밥을 억지로 먹이는 등 학대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어린이집에서 하이체어를 압수하고 서현이의 멍 자국 위치와 등받이, 팔걸이 높이 등을 확인한 뒤 밥을 먹이는 과정에서 멍이 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현이(가명) 등에 생긴 멍 자국
사건 발생 이후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어린이집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서현이 부모에게 사과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해당 교사는 지난 13일 서현이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이 상황이 꿈만 같고, 제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당황해 대화 시도조차 못 했다'며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원장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어린이집 측은 서현이 엄마에게 주기로 약속했던 CCTV 영상은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피해 부모 "철저한 조사, 엄벌해달라"

어린이집정보공개 포털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에서 A 등급을 받은 곳으로, 현재 30여 명의 장애 아동이 다니고 있습니다. 제주시 어린이집지도팀은 검찰에서 기소되거나 재판 결과에 따라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서현이는 현재 등원을 중단하고 갈 곳이 없어 집에서 엄마와 재활 치료 등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서현이 부모는 KBS에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현이는 흔한 중이염을 앓다 폐렴으로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런 경련으로 뇌가 손상됐고, 중증 지적 장애아가 되었습니다.

장애를 받아들이기도 버거운 우리 가족에게 후천적인 장애를 겪은 것도 모자라, 제주에 네 곳밖에 없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학대가 일어났습니다.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습니다.

멍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어린이집 선생님은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부모가 먼저 연락을 한 뒤에야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서현이는 꼬집는 행동이 부쩍 늘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행동도 늘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울며 깨나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파도 아무런 표현을 알 수 없는 아이를 보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는 이번 사건으로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잃었습니다.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미래도 더욱 두려워졌습니다.

장애 아동들이 항상 웃고, 조금이나마 건강해져서 더 넓은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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