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사에 삼천궁녀 벽화…“식민지배에도 악용”

입력 2022.06.16 (21:53) 수정 2022.06.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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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제 패망을 앞두고 궁녀 3천명이 강에 투신했다는 이야기, 의자왕을 타락한 왕으로 인식시킨 대표적인 백제사 왜곡 사례입니다.

낙화암 인근 사찰에는 삼천궁녀가 강에 투신하는 벽화까지 그려져 있는데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의 숨은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서영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백제 패망의 역사가 깃든 고란사.

법당 뒤편을 보면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투신하는 모습과 일본 소녀 3명이 유학 온 장면이 담긴 벽화가 나란히 있습니다.

삼천궁녀부터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지만 그 중에 일본인이 있었다는 말까지 지어내 백제와 일본이 역사적으로 친밀했다며 조선과 일본의 일체성을 강조하는데 이용했습니다.

[이동주/한국전통문화대 특임교수 : "내선일체를 정당화하려는 그런 의도였었고 이게 해방 이후에도 그런 관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녹아 있었겠죠."]

왜곡된 삼천궁녀 전설로 인해 의자왕에 대한 평가도 왜곡됐습니다.

신라를 공격해 백 개가 넘는 성을 정복하는 등 백제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끌었으나 향락에 빠져 백제 멸망을 자초한 인물로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겁니다.

[성정용/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백제를 멸망시켜야 할 당연한 이유도 있고 백제는 멸망 당할 만한 나라다라는 이유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었을 거고요."]

이런 왜곡된 사실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자 자치단체가 역사서를 발간하며 행동에 나섰습니다.

백제사 전문가 40명이 참여했고 작업 기간도 2년 반이 걸렸습니다.

[박정현/부여군수 : "중·고등학교 역사서에 이 내용이 수록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일단 국사편찬위원회에 이 책이 정확하게 이해되기를 바라고…."]

부여군은 올바른 백제사 정립을 위해 역사학회와 함께 후속 조치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서영준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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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란사에 삼천궁녀 벽화…“식민지배에도 악용”
    • 입력 2022-06-16 21:53:18
    • 수정2022-06-16 22:04:04
    뉴스9(대전)
[앵커]

백제 패망을 앞두고 궁녀 3천명이 강에 투신했다는 이야기, 의자왕을 타락한 왕으로 인식시킨 대표적인 백제사 왜곡 사례입니다.

낙화암 인근 사찰에는 삼천궁녀가 강에 투신하는 벽화까지 그려져 있는데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의 숨은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서영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백제 패망의 역사가 깃든 고란사.

법당 뒤편을 보면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투신하는 모습과 일본 소녀 3명이 유학 온 장면이 담긴 벽화가 나란히 있습니다.

삼천궁녀부터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지만 그 중에 일본인이 있었다는 말까지 지어내 백제와 일본이 역사적으로 친밀했다며 조선과 일본의 일체성을 강조하는데 이용했습니다.

[이동주/한국전통문화대 특임교수 : "내선일체를 정당화하려는 그런 의도였었고 이게 해방 이후에도 그런 관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녹아 있었겠죠."]

왜곡된 삼천궁녀 전설로 인해 의자왕에 대한 평가도 왜곡됐습니다.

신라를 공격해 백 개가 넘는 성을 정복하는 등 백제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끌었으나 향락에 빠져 백제 멸망을 자초한 인물로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겁니다.

[성정용/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백제를 멸망시켜야 할 당연한 이유도 있고 백제는 멸망 당할 만한 나라다라는 이유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었을 거고요."]

이런 왜곡된 사실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자 자치단체가 역사서를 발간하며 행동에 나섰습니다.

백제사 전문가 40명이 참여했고 작업 기간도 2년 반이 걸렸습니다.

[박정현/부여군수 : "중·고등학교 역사서에 이 내용이 수록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일단 국사편찬위원회에 이 책이 정확하게 이해되기를 바라고…."]

부여군은 올바른 백제사 정립을 위해 역사학회와 함께 후속 조치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서영준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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