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만 원’ 공설시장 점포, 최고 40배 비싸게 재임대?

입력 2022.06.17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955년부터 공설시장의 역할을 해온 경남 창원시 경화시장.1955년부터 공설시장의 역할을 해온 경남 창원시 경화시장.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은 1955년부터 공설시장으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점포는 모두 143곳, 평균 16.5㎡ 크기의 가게에서 지역 주민들이 생업을 하고 있습니다.

■ 5평짜리 가게 '한해 임대료 20만 원'…계약서는 70만 원?

사용권자가 불법으로 점포를 임대하며 쓴 계약서사용권자가 불법으로 점포를 임대하며 쓴 계약서

공설시장은 기초 지자체가 조례에 따라 운영하고 관리합니다.

지자체는 시장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고, 시장 시설물이 부서지거나 더러운 곳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공설시장을 운영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역 주민에게 가까운 상권을 제공하는 것, 두 번째는 시장 점포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지역 상인들이 안정적인 생계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겁니다.

목적에 따라 경화시장 점포 임대료는 매우 저렴합니다.

점포를 이용하려면 한해 동안 토지와 건물 사용료를 1년에 한 번만 내면 되는데, 20만 원 안팎입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70만 원까지 임대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한해 임대료 20만 원이 40배 넘게 몸집을 키운 이유, 바로 사용권자의 불법 임대 때문입니다.

■점포 사용권자 '재임대 금지'…손실보전금까지 가로채

경화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상인들이 비싼 임대료에 힘듦을 토로하는 모습경화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상인들이 비싼 임대료에 힘듦을 토로하는 모습

경화시장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해온 상인 A 씨는 1999년 한 달에 30만 원 월세로 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 달에 5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A씨가 점포 계약을 한 상대는 창원시가 아닌 해당 점포의 원래 주인입니다.

가게 주인은 경화시장이 공설시장으로 바뀌면서 시장 땅을 기부채납 하면서 점포 사용권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창원시 조례를 보면, 점포 사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A 씨와 가게 주인이 맺은 계약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가게 주인은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A 씨에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게에 고용된 사람이다"라고 말하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 B 씨도 A 씨처럼 창원시가 아닌 사용권자와 계약을 맺고 한 달에 월세만 7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B 씨 점포가 사용권자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다 보니 지난달 정부가 지급한 최소 600만 원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도 가게 주인이 받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143곳 점포, 사용권자는 77명…'부실한 관리'가 문제 키워

경화시장 사용권자 현황경화시장 사용권자 현황

앞서 말한 대로 경화시장에는 143개 점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포를 사용권자로 등록된 사람은 77명으로 1명이 최다 11개 점포까지 갖고 있습니다.

점포 사용권은 시장이 만들어질 때 기부채납을 통해 얻거나, 빈 점포가 생길 때마다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얻게 됩니다.

창원시 공설시장 개설 및 운영 관리 조례 내용창원시 공설시장 개설 및 운영 관리 조례 내용

신청은 창원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어떤 가게를 운영할지 계획서만 제출하면 됩니다. 조례상 한 사람이 한 곳의 점포만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보니 한 명이 여러 곳의 사용권을 갖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창원시는 조례에 따라 1명이 여러 점포를 갖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점포를 임대하는 건 불법이라면서도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자체의 공설시장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울산시 북구나 대구시 달성군 등은 '재임대'를 막고 정말 가게 운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가구당 한 점포'로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는 시장마다 배정된 담당 직원이 4대 보험 등 증빙자료를 요청하며 고용 관계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불법 행위를 막고 있었습니다.

■창원시의회 "조례 개정"…중소벤처기업부 "부정수급 환급 계획 수립 중"

창원시의회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조례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설시장처럼 사용권자와 가게 운영자가 같은지 확인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겁니다.

한편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정한 방법으로 손실보전금을 받았을 경우 최대 5배까지 제재 부과금을 내릴 수 있고, 부정수급을 환수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연 20만 원’ 공설시장 점포, 최고 40배 비싸게 재임대?
    • 입력 2022-06-17 07:00:25
    취재K
1955년부터 공설시장의 역할을 해온 경남 창원시 경화시장.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은 1955년부터 공설시장으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점포는 모두 143곳, 평균 16.5㎡ 크기의 가게에서 지역 주민들이 생업을 하고 있습니다.

■ 5평짜리 가게 '한해 임대료 20만 원'…계약서는 70만 원?

사용권자가 불법으로 점포를 임대하며 쓴 계약서
공설시장은 기초 지자체가 조례에 따라 운영하고 관리합니다.

지자체는 시장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고, 시장 시설물이 부서지거나 더러운 곳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공설시장을 운영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역 주민에게 가까운 상권을 제공하는 것, 두 번째는 시장 점포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지역 상인들이 안정적인 생계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겁니다.

목적에 따라 경화시장 점포 임대료는 매우 저렴합니다.

점포를 이용하려면 한해 동안 토지와 건물 사용료를 1년에 한 번만 내면 되는데, 20만 원 안팎입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70만 원까지 임대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한해 임대료 20만 원이 40배 넘게 몸집을 키운 이유, 바로 사용권자의 불법 임대 때문입니다.

■점포 사용권자 '재임대 금지'…손실보전금까지 가로채

경화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상인들이 비싼 임대료에 힘듦을 토로하는 모습
경화시장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해온 상인 A 씨는 1999년 한 달에 30만 원 월세로 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 달에 5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A씨가 점포 계약을 한 상대는 창원시가 아닌 해당 점포의 원래 주인입니다.

가게 주인은 경화시장이 공설시장으로 바뀌면서 시장 땅을 기부채납 하면서 점포 사용권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창원시 조례를 보면, 점포 사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A 씨와 가게 주인이 맺은 계약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가게 주인은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A 씨에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게에 고용된 사람이다"라고 말하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 B 씨도 A 씨처럼 창원시가 아닌 사용권자와 계약을 맺고 한 달에 월세만 7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B 씨 점포가 사용권자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다 보니 지난달 정부가 지급한 최소 600만 원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도 가게 주인이 받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143곳 점포, 사용권자는 77명…'부실한 관리'가 문제 키워

경화시장 사용권자 현황
앞서 말한 대로 경화시장에는 143개 점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포를 사용권자로 등록된 사람은 77명으로 1명이 최다 11개 점포까지 갖고 있습니다.

점포 사용권은 시장이 만들어질 때 기부채납을 통해 얻거나, 빈 점포가 생길 때마다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얻게 됩니다.

창원시 공설시장 개설 및 운영 관리 조례 내용
신청은 창원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어떤 가게를 운영할지 계획서만 제출하면 됩니다. 조례상 한 사람이 한 곳의 점포만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보니 한 명이 여러 곳의 사용권을 갖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창원시는 조례에 따라 1명이 여러 점포를 갖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점포를 임대하는 건 불법이라면서도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자체의 공설시장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울산시 북구나 대구시 달성군 등은 '재임대'를 막고 정말 가게 운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가구당 한 점포'로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는 시장마다 배정된 담당 직원이 4대 보험 등 증빙자료를 요청하며 고용 관계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불법 행위를 막고 있었습니다.

■창원시의회 "조례 개정"…중소벤처기업부 "부정수급 환급 계획 수립 중"

창원시의회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조례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설시장처럼 사용권자와 가게 운영자가 같은지 확인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겁니다.

한편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정한 방법으로 손실보전금을 받았을 경우 최대 5배까지 제재 부과금을 내릴 수 있고, 부정수급을 환수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