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갓집 가려고 ‘270억 원’ 수송기 띄운 해양경찰

입력 2022.06.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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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핵심 자산 '작전용 수송기' CN-235

해상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기관은 해양경찰입니다.

해경은 각종 해상 사건, 사고 등을 대비해 각종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대형 재난 시 가장 신속하게 투입하는 항공기가 'CN-235'입니다.

작전용 수송기로, 한 번에 20명 넘는 인원을 태울 수 있고, 최대속력은 330km에 달합니다. 2012년 한 대당 270억 원을 주고 구매했습니다.

해양경찰 ‘수송기’ CN-235해양경찰 ‘수송기’ CN-235

■270억짜리 수송기 타고 단체 조문 간 해경

CN-235, 이 작전용 수송기는 재난과 참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KBS 취재결과 CN-235를 운영 관리하는 무안 항공대는 270억 원이 넘는 이 작전용 수송기를 직원 조문을 가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경 전체에도 4대밖에 없는 주요 자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겁니다.

KBS가 확보한 2019년 7월 5일 운항 일지입니다.

2019년 7월 15일 B705(CN-235) 운항 기록부2019년 7월 15일 B705(CN-235) 운항 기록부

무안 항공대 대장을 포함해 경감 3명, 경위 4명과 팀원 3명 등 모두 10명이 무안 공항에서 이륙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김포공항. 이후 공항에서도 미리 해경 항공대에서 배차받은 관용차로 옮겨 탑니다.

관용차의 행선지는 인천의 한 장례식장, 운행목적에는 무안항공대 직원 조문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동료 직원의 상갓집을 가기 위해 작전용 수송기를 띄운 겁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정익항공대 관용차 운행 기록 일지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정익항공대 관용차 운행 기록 일지

■조문 다녀온 뒤 "훈련했다"

이들은 조문을 가기 위해 항공기 운항 계획도 제멋대로 바꿨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사건 당일 항공기 일일 운항 계획에는 CN-235 일정은 따로 없었습니다.

당일 오전, 동료 조문을 가기 위해 항공 대장이 바꾼 겁니다.

뻔히 문제가 될 걸 알았던 이들. 오후 4시 반쯤 무안으로 복귀한 항공대 대장은 상황보고서에 훈련했다고 적었습니다.

무안 공항에서 CN-235를 정비한 뒤 시험비행을 했고, 김포로 접근훈련을 했다고 상세히 기재합니다.

동료 장례식 '조문'은 '타 기지 접근훈련'으로 둔갑했고, 이들 10명은 비행 실적까지 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무안 고정익항공대 상황보고서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무안 고정익항공대 상황보고서

■뒤늦게 '경징계'에 '주의' 처분…"어쨌든 타 기지 훈련"

항공대대원 10명이 수송기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해 단체 상갓집을 간 어이없는 사건.

모두가 공범인 만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그대로 묻힐 뻔한 그 날의 진실은 지난 2월 한 공익단체가 해양경찰청에 신고하면서, 2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감사 결과도 사건 못지않게 황당했습니다.

해양경찰청은 당시 사건을 주도한 항공대장은 '감봉 2개월'. 수송기에 탑승한 나머지 대원 9명에게는 '주의'만 주었습니다.

'감봉'은 징계 가운데서도 경징계. '주의'는 징계 위원회에도 회부되지 않은 구두 경고 수준의 약하디약한 처분입니다.


어이없는 감사 결과를 내린 해양경찰청. '솜방망이' 처분 아니냐는 취재기자가 물었습니다.

"장례식장을 가기 위해 무안에서 김포로 이동했어도, 이를 타 기지 접근 훈련으로도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당시 비행대장이 훈련일지를 작성하고, 결재까지 했지 않느냐"

목적이야 어떻든 작전용 수송기를 타고, 무안기지에서 김포기지로 이동한 건 맞으니 훈련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해경청 말대로라면, 항공대 직원이 사적인 목적으로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뒤 타기지 훈련이라 기재해도 중징계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입니다. 이에 대해 해양경찰청 측은 징계위원회는 주로 외부위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논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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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갓집 가려고 ‘270억 원’ 수송기 띄운 해양경찰
    • 입력 2022-06-17 15:59:49
    취재K

■해양경찰 핵심 자산 '작전용 수송기' CN-235

해상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기관은 해양경찰입니다.

해경은 각종 해상 사건, 사고 등을 대비해 각종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대형 재난 시 가장 신속하게 투입하는 항공기가 'CN-235'입니다.

작전용 수송기로, 한 번에 20명 넘는 인원을 태울 수 있고, 최대속력은 330km에 달합니다. 2012년 한 대당 270억 원을 주고 구매했습니다.

해양경찰 ‘수송기’ CN-235
■270억짜리 수송기 타고 단체 조문 간 해경

CN-235, 이 작전용 수송기는 재난과 참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KBS 취재결과 CN-235를 운영 관리하는 무안 항공대는 270억 원이 넘는 이 작전용 수송기를 직원 조문을 가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경 전체에도 4대밖에 없는 주요 자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겁니다.

KBS가 확보한 2019년 7월 5일 운항 일지입니다.

2019년 7월 15일 B705(CN-235) 운항 기록부
무안 항공대 대장을 포함해 경감 3명, 경위 4명과 팀원 3명 등 모두 10명이 무안 공항에서 이륙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김포공항. 이후 공항에서도 미리 해경 항공대에서 배차받은 관용차로 옮겨 탑니다.

관용차의 행선지는 인천의 한 장례식장, 운행목적에는 무안항공대 직원 조문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동료 직원의 상갓집을 가기 위해 작전용 수송기를 띄운 겁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정익항공대 관용차 운행 기록 일지
■조문 다녀온 뒤 "훈련했다"

이들은 조문을 가기 위해 항공기 운항 계획도 제멋대로 바꿨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사건 당일 항공기 일일 운항 계획에는 CN-235 일정은 따로 없었습니다.

당일 오전, 동료 조문을 가기 위해 항공 대장이 바꾼 겁니다.

뻔히 문제가 될 걸 알았던 이들. 오후 4시 반쯤 무안으로 복귀한 항공대 대장은 상황보고서에 훈련했다고 적었습니다.

무안 공항에서 CN-235를 정비한 뒤 시험비행을 했고, 김포로 접근훈련을 했다고 상세히 기재합니다.

동료 장례식 '조문'은 '타 기지 접근훈련'으로 둔갑했고, 이들 10명은 비행 실적까지 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무안 고정익항공대 상황보고서
■뒤늦게 '경징계'에 '주의' 처분…"어쨌든 타 기지 훈련"

항공대대원 10명이 수송기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해 단체 상갓집을 간 어이없는 사건.

모두가 공범인 만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그대로 묻힐 뻔한 그 날의 진실은 지난 2월 한 공익단체가 해양경찰청에 신고하면서, 2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감사 결과도 사건 못지않게 황당했습니다.

해양경찰청은 당시 사건을 주도한 항공대장은 '감봉 2개월'. 수송기에 탑승한 나머지 대원 9명에게는 '주의'만 주었습니다.

'감봉'은 징계 가운데서도 경징계. '주의'는 징계 위원회에도 회부되지 않은 구두 경고 수준의 약하디약한 처분입니다.


어이없는 감사 결과를 내린 해양경찰청. '솜방망이' 처분 아니냐는 취재기자가 물었습니다.

"장례식장을 가기 위해 무안에서 김포로 이동했어도, 이를 타 기지 접근 훈련으로도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당시 비행대장이 훈련일지를 작성하고, 결재까지 했지 않느냐"

목적이야 어떻든 작전용 수송기를 타고, 무안기지에서 김포기지로 이동한 건 맞으니 훈련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해경청 말대로라면, 항공대 직원이 사적인 목적으로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뒤 타기지 훈련이라 기재해도 중징계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입니다. 이에 대해 해양경찰청 측은 징계위원회는 주로 외부위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논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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