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 ‘공부,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배움의 길
입력 2022.06.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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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습니다. 국내 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공부'란 제목으로 나온 책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 봤습니다. 이만 권 가까이 됩니다. 참고서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책들이 다 포함된 숫자이기는 합니다만,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독서를 해도 다 읽기 힘들어 보이는 양입니다.
'에세이'만으로 범위를 좁혀봤습니다. 그래도 제법 많습니다. 백 권이 넘게 나옵니다. 무슨 공부, 어떤 공부, 이렇게 공부하라, 저렇게 공부하라, '공부'를 하나의 장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이처럼 공부 관련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는 가운데, 지난달 공부에 대한 책이 한 권 더 출간됐습니다. 학자로도, 유튜버로도, 여러 베스트셀러의 저자로도 이름난 석좌교수가 공부란 무엇인지, 공부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책을 냈습니다. '최재천의 공부'입니다. 책은 두 명이 함께 썼습니다.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평소에도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던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이런 책, 꼭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공부에 대한 책을 쓰게 됐던 것일까요?
최 교수는 학생들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며 인권 얘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말합니다.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육의 나아갈 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하나, 둘, 풀어내는데, 먼저 시험에 대한 최재천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시험공부라는 단어가 있듯이, 공부 얘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시험입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일 텐데, 최재천 교수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결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 얘기를 합니다. 대학교수인 그는 시험을 보게 하지 않고 성적을 내왔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시험을 안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험도 없고 속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겠구나' 자칫 속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험이 없는 대신 여러 항목에 걸쳐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토론도 열심히 해야 하고, 페이퍼도 부지런히 써내야 하고, 팀 과제도 성실히 해야 합니다. 시험이 따로 없기에, 학기 내내 이렇게 생활해야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 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한다'며 '힘이 들지만,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이 일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신념이 엿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습득하고 외워서 쏟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그룹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했는지, 과제를 얼마나 잘했는지, 토론은 어떻게 했는지, 모든 각도에서 학생을 평가한다'는 최재천 교수, 그는 이 방식이 어떻게 보면 단 한두 번의 시험이 아니라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보게 하는 방식'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시험 없는 수업, 얼핏 들으면 편한 길 같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행길과 가깝습니다.
시험 없는 수업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조명됐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지난달 유재석, 조세호 씨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는데요. 여기서 최 교수는 뜻밖의 사실을 들려줬습니다. 최 교수의 수업이 이번 학기에 폐강됐다는 겁니다. 수강 신청 인원이 40명에 이르지 못하면서, 강의실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세호 씨가 안타깝다는 듯이 '3학점짜리 과목인데, 30학점만큼 어렵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유재석 씨는 걱정이 됐는지 '앞으로 수강신청을 할 학생들에게 미리 얘기 좀 하시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 더 유하게 수업을 이끌겠다고 얘기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웃으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친절하고도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뜻은 확고했습니다.
"웬만하면 성적은 잘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요. 그런데 (수업 과정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일(공부)의 양을 줄여줄 생각은 없어요."
공부 얘기를 하면 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가 시간입니다.
"공부를 좀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공부가 화제로 오르면 이런 푸념, 종종 하고 종종 듣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시간 관리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하버드 기숙사 사감 시절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하버드 학생들은 공부는 물론 사회생활도 많이 해서 정말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다고 최 교수는 말합니다. 학생회도 하고, 축구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하니까요. 만약 어떤 학생이 공부만 해서 성적을 잘 받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마다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최재천 교수는 하버드 학생의 일화를 사례로 들려주며, 마감이 있는 일은 그 마감 7일 전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흔히 '데드라인'이라고 하는 마감날이 가까워져 오면 집중도 잘 되고 효율도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계속 쫓기는 삶이 되기 쉽기에 7일 후에 끝낼 일을 7일 전에 끝내라고 얘기합니다. 1주일 앞서 하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8일에 제출할 보고서가 있으면 1일에 다 끝내놓고, 틈날 때마다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고칠 게 보이면 조금씩 고치는 게 이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처음에는 미리 일을 끝내는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김태형 기자
최재천 교수는 또 독서도 대충 하면 안 되고, '빡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독서의 즐거움을 얘기하고 있지만, 최 교수는 독서는 일이어야 한다면서, 독서는 빡세게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의 책을 보면 '독서는 빡세게 한다'가 아예 소제목으로 돼 있는 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진다'고 매운 소리도 쏟아냈습니다.
학생 인권이 존중되고, 시험은 없거나 줄어든 세상, 동시에 학기 내내 책을 읽고, 과제하고, 7일 후가 마감인 일을 7일 전에 끝내놓고, 독서는 일처럼 빡세게 하는 학생, 처음에는 편하고 쉬울 것만 같은 최재천의 공부는 빠져들다 보면 '어, 장난이 아닌데',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읽다 보면 '그래,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렇게 해야지'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다양한 경험과 사례가 이어져 나오는 책에는 공부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진정한 공부인지, 우리가 왜 공부를 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여러 화두가 담겨 있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적혀 있는데, 최재천의 공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덤벼보고 깊이 파보고 옆길로 새보고 악착같이 찾아보고 결국 알면 사랑한다 |
최재천 교수의 연구실에서 앞으로 쓰고 싶은 책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최재천의 공부'에서 '한국 교육이 미국 교육과 비교해 좋은 점이 참 많은데,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토론'이라고 지적했던 최 교수는 토론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한국 사회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마주 앉아서 얘기할 줄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론이란 '누가 옳으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상대를 깔아뭉개야 자기가 돋보인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한국 사회의 많은 토론이 그저 원색적인 비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공부에 이은 토론, 아마존만큼 길고 긴 그의 호기심과 지적 탐구생활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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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습니다. 국내 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공부'란 제목으로 나온 책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 봤습니다. 이만 권 가까이 됩니다. 참고서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책들이 다 포함된 숫자이기는 합니다만,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독서를 해도 다 읽기 힘들어 보이는 양입니다.
'에세이'만으로 범위를 좁혀봤습니다. 그래도 제법 많습니다. 백 권이 넘게 나옵니다. 무슨 공부, 어떤 공부, 이렇게 공부하라, 저렇게 공부하라, '공부'를 하나의 장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이처럼 공부 관련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는 가운데, 지난달 공부에 대한 책이 한 권 더 출간됐습니다. 학자로도, 유튜버로도, 여러 베스트셀러의 저자로도 이름난 석좌교수가 공부란 무엇인지, 공부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책을 냈습니다. '최재천의 공부'입니다. 책은 두 명이 함께 썼습니다.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평소에도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던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이런 책, 꼭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공부에 대한 책을 쓰게 됐던 것일까요?
최 교수는 학생들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며 인권 얘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말합니다.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육의 나아갈 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하나, 둘, 풀어내는데, 먼저 시험에 대한 최재천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시험공부라는 단어가 있듯이, 공부 얘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시험입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일 텐데, 최재천 교수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결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 얘기를 합니다. 대학교수인 그는 시험을 보게 하지 않고 성적을 내왔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시험을 안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험도 없고 속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겠구나' 자칫 속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험이 없는 대신 여러 항목에 걸쳐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토론도 열심히 해야 하고, 페이퍼도 부지런히 써내야 하고, 팀 과제도 성실히 해야 합니다. 시험이 따로 없기에, 학기 내내 이렇게 생활해야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 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한다'며 '힘이 들지만,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이 일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신념이 엿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습득하고 외워서 쏟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그룹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했는지, 과제를 얼마나 잘했는지, 토론은 어떻게 했는지, 모든 각도에서 학생을 평가한다'는 최재천 교수, 그는 이 방식이 어떻게 보면 단 한두 번의 시험이 아니라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보게 하는 방식'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시험 없는 수업, 얼핏 들으면 편한 길 같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행길과 가깝습니다.
시험 없는 수업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조명됐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지난달 유재석, 조세호 씨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는데요. 여기서 최 교수는 뜻밖의 사실을 들려줬습니다. 최 교수의 수업이 이번 학기에 폐강됐다는 겁니다. 수강 신청 인원이 40명에 이르지 못하면서, 강의실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세호 씨가 안타깝다는 듯이 '3학점짜리 과목인데, 30학점만큼 어렵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유재석 씨는 걱정이 됐는지 '앞으로 수강신청을 할 학생들에게 미리 얘기 좀 하시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 더 유하게 수업을 이끌겠다고 얘기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웃으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친절하고도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뜻은 확고했습니다.
"웬만하면 성적은 잘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요. 그런데 (수업 과정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일(공부)의 양을 줄여줄 생각은 없어요."
공부 얘기를 하면 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가 시간입니다.
"공부를 좀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공부가 화제로 오르면 이런 푸념, 종종 하고 종종 듣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시간 관리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하버드 기숙사 사감 시절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하버드 학생들은 공부는 물론 사회생활도 많이 해서 정말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다고 최 교수는 말합니다. 학생회도 하고, 축구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하니까요. 만약 어떤 학생이 공부만 해서 성적을 잘 받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마다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최재천 교수는 하버드 학생의 일화를 사례로 들려주며, 마감이 있는 일은 그 마감 7일 전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흔히 '데드라인'이라고 하는 마감날이 가까워져 오면 집중도 잘 되고 효율도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계속 쫓기는 삶이 되기 쉽기에 7일 후에 끝낼 일을 7일 전에 끝내라고 얘기합니다. 1주일 앞서 하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8일에 제출할 보고서가 있으면 1일에 다 끝내놓고, 틈날 때마다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고칠 게 보이면 조금씩 고치는 게 이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처음에는 미리 일을 끝내는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김태형 기자
최재천 교수는 또 독서도 대충 하면 안 되고, '빡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독서의 즐거움을 얘기하고 있지만, 최 교수는 독서는 일이어야 한다면서, 독서는 빡세게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의 책을 보면 '독서는 빡세게 한다'가 아예 소제목으로 돼 있는 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진다'고 매운 소리도 쏟아냈습니다.
학생 인권이 존중되고, 시험은 없거나 줄어든 세상, 동시에 학기 내내 책을 읽고, 과제하고, 7일 후가 마감인 일을 7일 전에 끝내놓고, 독서는 일처럼 빡세게 하는 학생, 처음에는 편하고 쉬울 것만 같은 최재천의 공부는 빠져들다 보면 '어, 장난이 아닌데',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읽다 보면 '그래,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렇게 해야지'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다양한 경험과 사례가 이어져 나오는 책에는 공부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진정한 공부인지, 우리가 왜 공부를 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여러 화두가 담겨 있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적혀 있는데, 최재천의 공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덤벼보고 깊이 파보고 옆길로 새보고 악착같이 찾아보고 결국 알면 사랑한다 |
최재천 교수의 연구실에서 앞으로 쓰고 싶은 책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최재천의 공부'에서 '한국 교육이 미국 교육과 비교해 좋은 점이 참 많은데,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토론'이라고 지적했던 최 교수는 토론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한국 사회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마주 앉아서 얘기할 줄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론이란 '누가 옳으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상대를 깔아뭉개야 자기가 돋보인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한국 사회의 많은 토론이 그저 원색적인 비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공부에 이은 토론, 아마존만큼 길고 긴 그의 호기심과 지적 탐구생활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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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in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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