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금요일에 쉬고 농사를”…경제난 스리랑카의 자구책

입력 2022.06.18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2022.06.11.)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2022.06.11.)

스리랑카가 지난달 18일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습니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

스리랑카는 코로나19 확산에 주력산업인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외화가 바닥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과 에너지 구매가 어려워지자 관련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스리랑카 국민들은 생활고에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자 스카랑카 정부는 공무원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쉬는 날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도록 하는 고육책까지 내놓았습니다.

■ "공무원은 금요일엔 농사…식량 부족 해결책 될 것"

데일리뉴스 등 외신과 스리랑카 현지 매체들은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각) 필수 부문을 제외한 공무원에게 앞으로 3달간 급여 삭감 없이 매주 금요일마다 쉬도록 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공무원들이 유급 휴가일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필요한 설비를 제공해 식량 부족을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연료 부족으로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의 불편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식량 자급자족과 연료 소비 절감, 일석이조를 노린 주4일제 도입인 셈입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한 때 농산물 유기 농법을 전면 도입하겠다며 농약 사용은 물론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농산물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식품 물가는 4월에만 57% 급등했습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과 주유소를 지키는 경찰(2022.06.07.)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과 주유소를 지키는 경찰(2022.06.07.)

■ 사재기·공급 부족에 '기름 할당제' 등장

지난달 19일,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 장관은 "스리랑카 영해에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 척 와있지만 이를 살 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화 보유고가 바닥났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겁니다.

민생 경제는 파탄에 내몰렸습니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발전소 가동을 위한 연료도 부족해 하루 몇 시간씩 순환 단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름 할당제'까지 등장했습니다. 위제세케라 장관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주유소에 소비자를 등록하게 한 후 매주 정해진 양의 기름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24시간 전력 가동과 안정적인 연료 공급이 이뤄질 때까지 할당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공 노동자 해외 취업 장려…외화 보유 한도 어기면 벌금

바닥난 외화를 채워보기 위한 자구책도 등장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150만 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취업을 위해 해외로 나갈 경우 연공 서열이나 연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최대 5년까지 무급 휴가를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취업을 장려해 외화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19일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개인이 3개월 이상 보유할 수 있는 외화 현금 한도를 15,000달러(우리 돈 약 1,900만 원)에서 10,000만 달러(우리 돈 약 1,280만 원)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외화는 은행에 예치하거나 스리랑카 루피로 환전하도록 하고, 석 달 후부터는 불시 단속을 벌여 적발되면 벌금도 매길 방침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무원은 금요일에 쉬고 농사를”…경제난 스리랑카의 자구책
    • 입력 2022-06-18 08:00:05
    세계는 지금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2022.06.11.)
스리랑카가 지난달 18일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습니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

스리랑카는 코로나19 확산에 주력산업인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외화가 바닥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과 에너지 구매가 어려워지자 관련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스리랑카 국민들은 생활고에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자 스카랑카 정부는 공무원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쉬는 날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도록 하는 고육책까지 내놓았습니다.

■ "공무원은 금요일엔 농사…식량 부족 해결책 될 것"

데일리뉴스 등 외신과 스리랑카 현지 매체들은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각) 필수 부문을 제외한 공무원에게 앞으로 3달간 급여 삭감 없이 매주 금요일마다 쉬도록 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공무원들이 유급 휴가일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필요한 설비를 제공해 식량 부족을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연료 부족으로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의 불편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식량 자급자족과 연료 소비 절감, 일석이조를 노린 주4일제 도입인 셈입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한 때 농산물 유기 농법을 전면 도입하겠다며 농약 사용은 물론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농산물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식품 물가는 4월에만 57% 급등했습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과 주유소를 지키는 경찰(2022.06.07.)
■ 사재기·공급 부족에 '기름 할당제' 등장

지난달 19일,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 장관은 "스리랑카 영해에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 척 와있지만 이를 살 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화 보유고가 바닥났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겁니다.

민생 경제는 파탄에 내몰렸습니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발전소 가동을 위한 연료도 부족해 하루 몇 시간씩 순환 단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름 할당제'까지 등장했습니다. 위제세케라 장관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주유소에 소비자를 등록하게 한 후 매주 정해진 양의 기름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24시간 전력 가동과 안정적인 연료 공급이 이뤄질 때까지 할당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공 노동자 해외 취업 장려…외화 보유 한도 어기면 벌금

바닥난 외화를 채워보기 위한 자구책도 등장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150만 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취업을 위해 해외로 나갈 경우 연공 서열이나 연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최대 5년까지 무급 휴가를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취업을 장려해 외화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19일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개인이 3개월 이상 보유할 수 있는 외화 현금 한도를 15,000달러(우리 돈 약 1,900만 원)에서 10,000만 달러(우리 돈 약 1,280만 원)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외화는 은행에 예치하거나 스리랑카 루피로 환전하도록 하고, 석 달 후부터는 불시 단속을 벌여 적발되면 벌금도 매길 방침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