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초등학생 1명을 위해 폐교 1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어 화제가 됐던 충남 보령의 섬마을 학교, 기억하시나요?
다시 문을 연 지 어느새 5년, 이제 학생 10명이 넘는 어엿한 학교의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 2006년 폐교한 녹도분교…찬희 군 입학 계기로 11년 만에 개교
충남 보령시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마을 녹도.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녹도에는 푸른 바다를 마주 보는 마을에서 하나뿐인 학교가 있습니다.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녹도학습장'입니다.
언덕 위 자리 잡은 녹도학습장에는 유치원생 4명을 포함해 전교생 8명이 다니고 있는데요. 어업이 번성했던 1970년대에는 학생 수가 100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학생 수 감소로 2006년엔 녹도분교가 문을 닫았던 역사가 있습니다.
녹도분교는 폐교 11년 만인 2017년 녹도학습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는데요. 당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녹도 주민 류찬희 군을 위해서였습니다. 학생 1명을 위해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일은 드물다 보니 당시 찬희 군의 사연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찬희 군 1명을 위한 '작은 학교'였지만 녹도학습장의 여건은 열악했습니다. 펜션 한 채를 빌려 문을 연 학습장에는 운동장도, 제대로 된 교실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올해 초 수리를 마친 옛 학교 건물로 이전한 덕분에 이제는 더 나은 여건에서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는 병설 유치원까지 생기면서 학생 8명과 선생님 3명이 있는 어엿한 학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 아이들 웃음소리에 마을도 '활짝'
어느덧 6학년이 된 찬희 군의 소감은 어떨까요? 찬희 군은 "혼자 공부할 때는 쉬는 시간에도 함께 노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동생들이 생기니까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록 1년이지만 제대로 된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펜션에서 공부할 때는 학습장이 좁아서 옆 반에서 말하는 것도 다 들렸는데 이제 교실이 커져서 잘 안 들린다"고 전했습니다.
찬희 군 곁에는 육지에서 전학 온 동생들도 생겼습니다. 복식 학급으로 찬희군과 함께 수업을 듣는 5학년 김시후 군은 "자유롭게 편하게 놀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폐교였던 녹도분교를 사들여 곳곳을 수리한 사람은 녹도에서 나고 자란 김애순 씨 부부였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학교 용도로 쓸 목적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고향인 녹도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주민 170명에 불과한 작은 섬마을에 다시 학교가 문을 열자 지역 사회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마을 주민들이 애들 소리가 난다고 무척 좋아한다"며 "이따금 아이들이 동네로 들어갈 때 할머님들이 '어머 애들이네!' 말씀하신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섬인 보령시 고대도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명을 위한 학습장이 문을 열었는데요. 어촌계 건물인 주민학습센터를 임대해 학습장을 설치했습니다. 녹도와 고대도 주민들의 염원은 비슷합니다. 학교와 유치원이 생겼으니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마을을 찾았으면 하는 겁니다.
■ 통·폐합 대상인 '작은 학교' 만드는 이유는?
이들 학습장은 교육부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통·폐합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에서 이토록 '작은 학교'가 새로 설치되거나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편도 40~50분씩 장거리 통학을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며 "섬에 사는 어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나 유치원 때 육지에 나와서 하숙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학생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화와 학령 인구 감소 현상 속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설명은 조금 달랐습니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은 "마을에서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을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학교를 유지하는 것이 마을의 성장과 학교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위해 필요한 경우 앞으로도 섬마을 학습장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작은 학교들이 공교육의 역할과 의미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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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1명 섬마을 학습장…5년 만에 어엿한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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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18 09:00:43
초등학생 1명을 위해 폐교 1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어 화제가 됐던 충남 보령의 섬마을 학교, 기억하시나요?<br />다시 문을 연 지 어느새 5년, 이제 학생 10명이 넘는 어엿한 학교의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br />
■ 2006년 폐교한 녹도분교…찬희 군 입학 계기로 11년 만에 개교
충남 보령시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마을 녹도.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녹도에는 푸른 바다를 마주 보는 마을에서 하나뿐인 학교가 있습니다.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녹도학습장'입니다.
언덕 위 자리 잡은 녹도학습장에는 유치원생 4명을 포함해 전교생 8명이 다니고 있는데요. 어업이 번성했던 1970년대에는 학생 수가 100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학생 수 감소로 2006년엔 녹도분교가 문을 닫았던 역사가 있습니다.
녹도분교는 폐교 11년 만인 2017년 녹도학습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는데요. 당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녹도 주민 류찬희 군을 위해서였습니다. 학생 1명을 위해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일은 드물다 보니 당시 찬희 군의 사연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찬희 군 1명을 위한 '작은 학교'였지만 녹도학습장의 여건은 열악했습니다. 펜션 한 채를 빌려 문을 연 학습장에는 운동장도, 제대로 된 교실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올해 초 수리를 마친 옛 학교 건물로 이전한 덕분에 이제는 더 나은 여건에서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는 병설 유치원까지 생기면서 학생 8명과 선생님 3명이 있는 어엿한 학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 아이들 웃음소리에 마을도 '활짝'
어느덧 6학년이 된 찬희 군의 소감은 어떨까요? 찬희 군은 "혼자 공부할 때는 쉬는 시간에도 함께 노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동생들이 생기니까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록 1년이지만 제대로 된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펜션에서 공부할 때는 학습장이 좁아서 옆 반에서 말하는 것도 다 들렸는데 이제 교실이 커져서 잘 안 들린다"고 전했습니다.
찬희 군 곁에는 육지에서 전학 온 동생들도 생겼습니다. 복식 학급으로 찬희군과 함께 수업을 듣는 5학년 김시후 군은 "자유롭게 편하게 놀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폐교였던 녹도분교를 사들여 곳곳을 수리한 사람은 녹도에서 나고 자란 김애순 씨 부부였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학교 용도로 쓸 목적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고향인 녹도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주민 170명에 불과한 작은 섬마을에 다시 학교가 문을 열자 지역 사회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마을 주민들이 애들 소리가 난다고 무척 좋아한다"며 "이따금 아이들이 동네로 들어갈 때 할머님들이 '어머 애들이네!' 말씀하신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섬인 보령시 고대도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명을 위한 학습장이 문을 열었는데요. 어촌계 건물인 주민학습센터를 임대해 학습장을 설치했습니다. 녹도와 고대도 주민들의 염원은 비슷합니다. 학교와 유치원이 생겼으니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마을을 찾았으면 하는 겁니다.
■ 통·폐합 대상인 '작은 학교' 만드는 이유는?
이들 학습장은 교육부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통·폐합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에서 이토록 '작은 학교'가 새로 설치되거나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편도 40~50분씩 장거리 통학을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며 "섬에 사는 어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나 유치원 때 육지에 나와서 하숙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학생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화와 학령 인구 감소 현상 속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설명은 조금 달랐습니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은 "마을에서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을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학교를 유지하는 것이 마을의 성장과 학교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위해 필요한 경우 앞으로도 섬마을 학습장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작은 학교들이 공교육의 역할과 의미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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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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