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저항 상징’ 복싱 영웅 클리츠코 형제…‘스포츠 스타 오블리주’

입력 2022.06.20 (17:46) 수정 2022.06.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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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침략 맞선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 클리츠코 형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넉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키이우 시장인 비탈리 클리츠코(51)는 친동생인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6)와 함께 시민군을 이끌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키 2m가 넘고 몸무게 110kg이 넘는 거구의 비탈리 클리츠코는 한 시대를 풍미한 헤비급 권투 선수입니다. 1999년 복싱 WBO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뒤, 47전 45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45승 가운데 KO승은 41차례나 됩니다. 이후 격투기에도 입문해 그래플링이 없는 입식 타격 경기에서 36전 34승 2패에 22KO승을 거뒀습니다.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츠코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복싱 슈퍼헤비급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형 비탈리와 함께 세계 복싱 헤비급을 10년 넘게 양분했습니다. 복싱에만 전념한 동생 블라디미르는 69전 64승 5패에 53KO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남겼습니다.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키이우를 지키기 위해 예비군으로 입대했습니다. 현재 형제는 러시아군의 부당한 침략에 맞서 일어선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이자 희망'입니다.

기관총을 들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비탈리 클리츠코(51) 키이우 시장.기관총을 들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비탈리 클리츠코(51) 키이우 시장.

■ 21세기 헤비급 양분…'형제끼리 싸우지 말라'한 어머니 뜻 따라 거액 제안 거절

형제는 '21세기 최강의 복서'였습니다. 두 사람이 대결하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복싱계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제로 복싱계의 거물 프로모터 돈 킹이 1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고 동생인 블라디미르가 은퇴 전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형제간의 관계가 돈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블라디미르는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두 사람은 "돈보다 형제의 우애가 더 중요하니 형제끼리는 대결하지 말라"고 한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고 말합니다.

"1억 달러는 문제가 아니에요.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죠.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고 돈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렇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전 형을 너무 사랑해요."
"우리 형제끼리 시합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받았죠. 하지만 우리 형제는 어머니 앞에서 절대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러시아 침공 이후 3월 3일 영국 BBC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블라디미르(왼쪽), 비탈리(오른쪽) 클리츠코 형제. 형제는 “여기는 우리 부모가 묻혀 있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고향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키이우 시민군을 이끌고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BBC 화면 캡처)러시아 침공 이후 3월 3일 영국 BBC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블라디미르(왼쪽), 비탈리(오른쪽) 클리츠코 형제. 형제는 “여기는 우리 부모가 묻혀 있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고향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키이우 시민군을 이끌고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BBC 화면 캡처)

■ 비탈리 클리츠코, 은퇴 이후 정계 투신

은퇴 이후 정계에 투신한 형 비탈리는 2006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시의원을 거쳐 2014년 키이우 시장으로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계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 경기 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뤄온 이 스포츠 스타는 "많은 비무장 민간인이 러시아군에게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명분도 없고 규칙도 없는 이 전쟁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모든 활동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스포츠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엔 그런 게 없습니다."
-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시민군을 이끌고 있는 동생 블라디미르 역시 서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전쟁 상황을 알리고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민주주의 세력이 연대해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 클리츠코 형제.

이 형제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국민의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가 재난이나 전쟁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여줘야 할 '스포츠 스타 오블리주'의 길입니다.

[연관 기사] 美, 10억 달러 무기 추가 지원…키이우 시장 “푸틴이 전쟁 끝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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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이우 저항 상징’ 복싱 영웅 클리츠코 형제…‘스포츠 스타 오블리주’
    • 입력 2022-06-20 17:46:26
    • 수정2022-06-20 17: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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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침략 맞선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 클리츠코 형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넉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키이우 시장인 비탈리 클리츠코(51)는 친동생인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6)와 함께 시민군을 이끌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키 2m가 넘고 몸무게 110kg이 넘는 거구의 비탈리 클리츠코는 한 시대를 풍미한 헤비급 권투 선수입니다. 1999년 복싱 WBO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뒤, 47전 45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45승 가운데 KO승은 41차례나 됩니다. 이후 격투기에도 입문해 그래플링이 없는 입식 타격 경기에서 36전 34승 2패에 22KO승을 거뒀습니다.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츠코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복싱 슈퍼헤비급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형 비탈리와 함께 세계 복싱 헤비급을 10년 넘게 양분했습니다. 복싱에만 전념한 동생 블라디미르는 69전 64승 5패에 53KO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남겼습니다.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키이우를 지키기 위해 예비군으로 입대했습니다. 현재 형제는 러시아군의 부당한 침략에 맞서 일어선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이자 희망'입니다.

기관총을 들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비탈리 클리츠코(51) 키이우 시장.
■ 21세기 헤비급 양분…'형제끼리 싸우지 말라'한 어머니 뜻 따라 거액 제안 거절

형제는 '21세기 최강의 복서'였습니다. 두 사람이 대결하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복싱계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제로 복싱계의 거물 프로모터 돈 킹이 1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고 동생인 블라디미르가 은퇴 전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형제간의 관계가 돈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블라디미르는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두 사람은 "돈보다 형제의 우애가 더 중요하니 형제끼리는 대결하지 말라"고 한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고 말합니다.

"1억 달러는 문제가 아니에요.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죠.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고 돈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렇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전 형을 너무 사랑해요."
"우리 형제끼리 시합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받았죠. 하지만 우리 형제는 어머니 앞에서 절대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러시아 침공 이후 3월 3일 영국 BBC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블라디미르(왼쪽), 비탈리(오른쪽) 클리츠코 형제. 형제는 “여기는 우리 부모가 묻혀 있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고향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키이우 시민군을 이끌고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BBC 화면 캡처)
■ 비탈리 클리츠코, 은퇴 이후 정계 투신

은퇴 이후 정계에 투신한 형 비탈리는 2006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시의원을 거쳐 2014년 키이우 시장으로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계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 경기 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뤄온 이 스포츠 스타는 "많은 비무장 민간인이 러시아군에게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명분도 없고 규칙도 없는 이 전쟁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모든 활동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스포츠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엔 그런 게 없습니다."
-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시민군을 이끌고 있는 동생 블라디미르 역시 서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전쟁 상황을 알리고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민주주의 세력이 연대해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 클리츠코 형제.

이 형제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국민의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가 재난이나 전쟁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여줘야 할 '스포츠 스타 오블리주'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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