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규 발열 만 명대로 급감” 했다면서 “미증유의 국난”…속내는?

입력 2022.06.20 (18:03) 수정 2022.06.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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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0만 명에 육박하던 발열 환자가 한 달 만에 만 명대로 감소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뜻밖에도 '코로나19 위기 해소'가 아니라 '미증유의 국난'이었습니다.

북한은 통제 위주의 방역이 흐트러질 경우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며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내부 메시지는 '경제발전의 과업을 달성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생결단'을 외칩니다.

북한이 처해 있는 진짜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 북한 "이틀째 1만 명대 성공적 방역" 주장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가 그제(18일) 19,310여 명에 이어 어제(19일) 18,82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5일 40만 명에 육박했던 환자 수가 꾸준한 안정세를 보여 이달 14일부터는 2만 명 대가 되더니 이틀 연속 1만 명 대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발열 환자 수는 4,639,930여 명으로, 4,608,320명이 완쾌됐고 누적 사망자는 73명으로 치명률은 0.002%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방역 성과입니다. 정부는 지난주 "북한의 발표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곧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됐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현황과 함께 북한 당국이 내놓는 메시지는 좀처럼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자의적인 해석과 결론, 행동은 절대금물" 오늘(20일) 노동신문 기사 제목입니다. 물론, 기사에서도 '국가방역사업이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된 후 짧은 기간에 악성 전염병의 전파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며 북한식 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은 이어갔습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 "미증유의 국난"…돌파구 없는 대내·외 상황

방심은 금물이라며 '각자 위치에서 당과 국가의 조치들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통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역 상황이 느슨해질까 조마조마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오늘(20일) 노동신문 1면 사설은 더 나아가 북한이 처한 현 상황을 '미증유의 국난'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이유로 "돌발적인 중대 보건 위기도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엄중한 도전"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여전히 '중대 보건 위기'로 표현한 것입니다.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와 달리 실상은 심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앓는 소리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미증유의 국난'을 말하며 먼저 꺼낸 얘기는 대외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를 압살하고 질식시키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북한은 사실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진배치와 한미 연합 훈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8일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무지'나, '오판', '한반도 평화 파괴' 등을 운운하며 미국이 최근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고 스텔스 전투기 F-35B가 탑재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를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기항시킨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지난 4일 실시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출처:합동참모본부)지난 4일 실시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출처:합동참모본부)

또 이달 초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실시한 한·미 연합 해상훈련과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 B-1B 4대의 괌 배치 사실도 거론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되는 군사적 움직임과 그에 따른 긴장감은 '핵 선제 타격'을 외치는 북한 지도부가 보기에도 절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 자산 전개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망설이게 하는 주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경제 성과에 혁명 운명 달려"…절박함 드러낸 북한

경제 지표는 다시 최악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재개됐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4월 말부터 다시 중단되면서 지난달 북·중 무역액은 전달보다 80%나 감소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기 전부터 이미 2년 넘게 국경을 봉쇄해왔기 때문에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주민 간 이동 통제와 격리도 한층 강화된 가운데, 한 탈북민은 북한의 현재 실상에 대해 KBS에 "830g짜리 옥수수 국수 하나로 4인 가족이 3일을 먹어야 한다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출처:조선중앙통신)지난 8~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출처:조선중앙통신)

지금 북한은 내부 결속이 매우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군사적 움직임과 코로나19로 가중된 경제난을 고려하면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전략을 짜내기도 여느 때에 비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요즘 북한이 내부에 던지는 화두는 '사생결단'입니다.

'미증유의 국난'을 외친 노동신문 1면 사설의 요체는 '노동당 중앙위 5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자'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올해 계획한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인데, 이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최 중대사'라고 표현하며 "여기에 혁명의 운명과 국가의 발전이 달려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위기의식을 넘어 절박함이 보입니다.

통일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까지 겹친 상황이 더 길어지면 석유나 전기같이 자력생산이 어려운 분야 때문에 북한이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관찰해온 전문가들도 당장 내일 어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게 북한입니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북한의 '사생결단' 구호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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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신규 발열 만 명대로 급감” 했다면서 “미증유의 국난”…속내는?
    • 입력 2022-06-20 18:03:42
    • 수정2022-06-20 18:04:09
    취재K

북한이 40만 명에 육박하던 발열 환자가 한 달 만에 만 명대로 감소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뜻밖에도 '코로나19 위기 해소'가 아니라 '미증유의 국난'이었습니다.

북한은 통제 위주의 방역이 흐트러질 경우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며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내부 메시지는 '경제발전의 과업을 달성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생결단'을 외칩니다.

북한이 처해 있는 진짜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 북한 "이틀째 1만 명대 성공적 방역" 주장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가 그제(18일) 19,310여 명에 이어 어제(19일) 18,82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5일 40만 명에 육박했던 환자 수가 꾸준한 안정세를 보여 이달 14일부터는 2만 명 대가 되더니 이틀 연속 1만 명 대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발열 환자 수는 4,639,930여 명으로, 4,608,320명이 완쾌됐고 누적 사망자는 73명으로 치명률은 0.002%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방역 성과입니다. 정부는 지난주 "북한의 발표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곧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됐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현황과 함께 북한 당국이 내놓는 메시지는 좀처럼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자의적인 해석과 결론, 행동은 절대금물" 오늘(20일) 노동신문 기사 제목입니다. 물론, 기사에서도 '국가방역사업이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된 후 짧은 기간에 악성 전염병의 전파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며 북한식 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은 이어갔습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 "미증유의 국난"…돌파구 없는 대내·외 상황

방심은 금물이라며 '각자 위치에서 당과 국가의 조치들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통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역 상황이 느슨해질까 조마조마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오늘(20일) 노동신문 1면 사설은 더 나아가 북한이 처한 현 상황을 '미증유의 국난'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이유로 "돌발적인 중대 보건 위기도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엄중한 도전"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여전히 '중대 보건 위기'로 표현한 것입니다.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와 달리 실상은 심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앓는 소리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미증유의 국난'을 말하며 먼저 꺼낸 얘기는 대외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를 압살하고 질식시키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북한은 사실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진배치와 한미 연합 훈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8일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무지'나, '오판', '한반도 평화 파괴' 등을 운운하며 미국이 최근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고 스텔스 전투기 F-35B가 탑재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를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기항시킨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지난 4일 실시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출처:합동참모본부)
또 이달 초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실시한 한·미 연합 해상훈련과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 B-1B 4대의 괌 배치 사실도 거론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되는 군사적 움직임과 그에 따른 긴장감은 '핵 선제 타격'을 외치는 북한 지도부가 보기에도 절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 자산 전개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망설이게 하는 주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경제 성과에 혁명 운명 달려"…절박함 드러낸 북한

경제 지표는 다시 최악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재개됐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4월 말부터 다시 중단되면서 지난달 북·중 무역액은 전달보다 80%나 감소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기 전부터 이미 2년 넘게 국경을 봉쇄해왔기 때문에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주민 간 이동 통제와 격리도 한층 강화된 가운데, 한 탈북민은 북한의 현재 실상에 대해 KBS에 "830g짜리 옥수수 국수 하나로 4인 가족이 3일을 먹어야 한다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출처:조선중앙통신)
지금 북한은 내부 결속이 매우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군사적 움직임과 코로나19로 가중된 경제난을 고려하면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전략을 짜내기도 여느 때에 비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요즘 북한이 내부에 던지는 화두는 '사생결단'입니다.

'미증유의 국난'을 외친 노동신문 1면 사설의 요체는 '노동당 중앙위 5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자'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올해 계획한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인데, 이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최 중대사'라고 표현하며 "여기에 혁명의 운명과 국가의 발전이 달려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위기의식을 넘어 절박함이 보입니다.

통일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까지 겹친 상황이 더 길어지면 석유나 전기같이 자력생산이 어려운 분야 때문에 북한이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관찰해온 전문가들도 당장 내일 어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게 북한입니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북한의 '사생결단' 구호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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