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텅 빈 물속

입력 2022.06.20 (19:16) 수정 2022.06.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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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어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 "청년들이 어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소득, 근로, 주거 3대 여건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청년의 유입으로 어촌 소멸을 막겠다는 겁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만든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의 어촌마을 84.2%의 공동체가 무너져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남 남해안의 대표적인 소멸 고위험지역은 붉은색이 많은 남해와 고성, 통영인데요.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어촌 소멸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이 해역에서 건져 올린 그물과 비교해봤습니다.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유일한 해양생태계 교란 생물, '유령멍게'는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력이 강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 씨는 돌이 지난 아들에게 양식장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추도 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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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텅 빈 물속
    • 입력 2022-06-20 19:16:58
    • 수정2022-06-21 10:49:40
    뉴스7(창원)
[앵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어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 "청년들이 어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소득, 근로, 주거 3대 여건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청년의 유입으로 어촌 소멸을 막겠다는 겁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만든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의 어촌마을 84.2%의 공동체가 무너져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남 남해안의 대표적인 소멸 고위험지역은 붉은색이 많은 남해와 고성, 통영인데요.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어촌 소멸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이 해역에서 건져 올린 그물과 비교해봤습니다.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유일한 해양생태계 교란 생물, '유령멍게'는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력이 강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 씨는 돌이 지난 아들에게 양식장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추도 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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