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당시 국민의힘도 ‘월북’ 수긍했다”…민주당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22.06.21 (06:01) 수정 2022.06.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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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일어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놓고 여야 간 진실공방이 거셉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희생된 공무원을 월북자로 둔갑시켜 사건을 왜곡했다면서 연일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다가 이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군 첩보와 수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월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잇달아 이런 주장을 내놨습니다.
“첩보 내용은 당시에 국회 국방위나 정보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다 같이 열람했습니다. 지금 여당(국민의힘) 의원들도 (첩보 내용을) 다 보고 ‘월북이네’,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정쟁의 내용으로 만듭니까?”
-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2022.06.19.기자간담회)

“당시 군 당국의 비공개 정보, 소위 SI정보(감청 등 특별기밀 정보)를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 들었거든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합니다만 다 들었는데 이제 와서 왜 딴소리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윤건영 민주당 의원(2022.06.20.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두 발언을 요약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0년 당시엔 군 첩보 내용을 보고 들은 뒤 ‘월북 정황’에 공감을 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주장입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시 사건을 문재인 정권의 ‘월북 공작’으로 몰아간다며 이는 “신(新) 색깔론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들 주장대로 국민의힘이 말을 바꾼 건지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습니다.

[연관기사] 국민의힘 “文 정부 사죄부터”…민주 “‘신 색깔론’ 강력 대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9623

■ 국민의힘, “월북 가능성 높다”는 국방부 보고에 의문 표해

국방부는 서해 공무원 故 이대준 씨의 피살 사실을 2020년 9월 24일 오전 11시 공식브리핑을 통해 알렸습니다.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당시 국회 국방위 위원장은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국방위 회의는 공개와 비공개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지금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구체적인 ‘첩보’ 내용은 주로 비공개 회의에서 다뤄졌습니다. 국가기밀이 포함됐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먼저 공개적으로 진행된 회의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국방부는 이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 등을 고려해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여야 국방위원 17명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
“정보 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에 있습니다.”
- 안영호 합동참모본부작전본부장(2020.09.24. 국회 국방위)

하지만 다수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국방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당시 국방위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 설명에 대해 따져 물은 내용입니다.
“월북 의사 얘기는 북한 주장인 겁니까, 아니면 우리의 관측된 팩트에 의한 월북이다라고 단정 짓는 겁니까?”
-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2020.09.24. 국회 국방위)

강 의원은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정보를 종합해서 보고드리는 것”이라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또 물었고, 서 장관도 다시 같은 취지로 답했습니다.
“하나의 가정을 해 봤을 때 예를 들어 가지고 표류되어 갔었다, 이래 북으로 갔다면 살기 위해서라도 그냥 월북 의사를 밝힐 수도 있었을 것 아닙니까?”
-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2020.09.24. 국회 국방위)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현재까지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서욱 국방부 장관(2020.09.24. 국회 국방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북쪽으로 넘어간 사람이 ‘나는 월북했습니다’ 그러면 진짜 또 그게 월북의사를 밝힌 거냐”라고 묻기도 하고 “이분이 월북을 했는지 실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며 월북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은 “아직 보고를 완전히 받지를 않았지만 거의 월북으로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꼭 그렇게 우리가 얘기할 바가 못 된다”라고 말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월북 문제가 첩보인지, 정보인지를 물으며 “국가가, 국방부가 그렇게 색깔을 입혀야 되겠느냐”고도 했습니다.

■ 국방위 비공개 회의 후에는 “월북 정황 선명”

국방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후 늦게 비공개로 전환돼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국방부는 비공개 회의에서 종합적으로 수집했다는 구제척인 ‘첩보’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비공개 회의는 말 그대로 비공개로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간사가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일부만 간략하게 밝힌 내용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면 공개 회의 때와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가 읽힙니다.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였던 한기호 의원은 “군이 월북 정황으로 보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이었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방부의 보고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국방위 간사(2020.09.24. 국회 국방위 비공개회의 후)

정확한 판단 근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국방부가 4가지 정도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브리핑 하지 않기로 한 내용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발표 그대로 (월북 의사를 밝힌) 사람을 (북한이) 죽이리라고 생각 안했다”면서 “일반적으로 귀순하러 온 사람을 죽이겠나라고 정상적으로 국방부도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보고를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는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2020.09.25.)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보고를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는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2020.09.25.)

■ 국정원장 참석 정보위에선 민주당-국민의힘 반응 엇갈려

국방위 긴급현안보고 다음날인 2020년 9월 25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보고를 받은 건데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간담회에는 정보위 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박지원 정보원장은 정부의 사건 인지 시점과 대응, 월북 가능성 판단의 근거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위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담회 후 진행된 전해철 위원장과 여야 간사 의원들의 간략한 브리핑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전해철 위원장은 “말씀드릴 게 많지 않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기본적으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가 많지 않다. 위원들 의견도 다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정보는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파악했고 특히 논란이 됐던 ‘월북 가능성’에 대한 여야 간사의 의견도 같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실제로 월북 판단의 근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여야 간사의 답변은 엇갈렸습니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 이미 국방부가 월북에 상당히 근거있게 발표한 게 있다. 국정원이 국방부 발표와 다른 의견을 추가적으로 들은 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 서로 팩트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진상조사 결과에 기초한 후속조치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대비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대국민 입장을 발표한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2020.09.25.)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대국민 입장을 발표한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2020.09.25.)

■ 비슷한 시기 국민의힘은 “월북 정황 없어” 비판

당시 국민의힘은 국방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반응이 다소 오락가락한 것으로 보였지만, 당 차원에서는 ‘월북 정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정보위가 열린 당일, “북한이 보낸 통지문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국방부의 해명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같은 날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사과의 입장을 밝혔는데, 본문에는 ‘월북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통지문은 故 이대준 씨를 ‘정체불명의 인원’, ‘불법 침입한 자’ 등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습니다.


김예령 대변인도 “정부여당이 ‘월북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대북결의안 채택을 거듭 촉구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 민주당 측 주장 ‘반은 맞고 반은 틀려’

결국, “국민의힘도 ‘월북’에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입니다. 2020년 9월 국방위 비공개 회의만 놓고 보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범위를 정보위로 하루만 넓혀봐도 다른 반응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당시 국방위 소속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어제(2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2020년 9월 24일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비공개 회의록 내용에 따라 여야 간 설전 양상은 물론 팩트체크 결과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취재지원: 최유리 팩트체크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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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당시 국민의힘도 ‘월북’ 수긍했다”…민주당 주장 따져보니
    • 입력 2022-06-21 06:01:35
    • 수정2022-06-21 10:11:35
    팩트체크K

2020년 9월 일어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놓고 여야 간 진실공방이 거셉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희생된 공무원을 월북자로 둔갑시켜 사건을 왜곡했다면서 연일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다가 이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군 첩보와 수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월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잇달아 이런 주장을 내놨습니다.
“첩보 내용은 당시에 국회 국방위나 정보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다 같이 열람했습니다. 지금 여당(국민의힘) 의원들도 (첩보 내용을) 다 보고 ‘월북이네’,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정쟁의 내용으로 만듭니까?”
-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2022.06.19.기자간담회)

“당시 군 당국의 비공개 정보, 소위 SI정보(감청 등 특별기밀 정보)를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 들었거든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합니다만 다 들었는데 이제 와서 왜 딴소리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윤건영 민주당 의원(2022.06.20.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두 발언을 요약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0년 당시엔 군 첩보 내용을 보고 들은 뒤 ‘월북 정황’에 공감을 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주장입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시 사건을 문재인 정권의 ‘월북 공작’으로 몰아간다며 이는 “신(新) 색깔론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들 주장대로 국민의힘이 말을 바꾼 건지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습니다.

[연관기사] 국민의힘 “文 정부 사죄부터”…민주 “‘신 색깔론’ 강력 대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9623

■ 국민의힘, “월북 가능성 높다”는 국방부 보고에 의문 표해

국방부는 서해 공무원 故 이대준 씨의 피살 사실을 2020년 9월 24일 오전 11시 공식브리핑을 통해 알렸습니다.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당시 국회 국방위 위원장은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국방위 회의는 공개와 비공개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지금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구체적인 ‘첩보’ 내용은 주로 비공개 회의에서 다뤄졌습니다. 국가기밀이 포함됐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먼저 공개적으로 진행된 회의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국방부는 이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 등을 고려해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여야 국방위원 17명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
“정보 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에 있습니다.”
- 안영호 합동참모본부작전본부장(2020.09.24. 국회 국방위)

하지만 다수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국방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당시 국방위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 설명에 대해 따져 물은 내용입니다.
“월북 의사 얘기는 북한 주장인 겁니까, 아니면 우리의 관측된 팩트에 의한 월북이다라고 단정 짓는 겁니까?”
-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2020.09.24. 국회 국방위)

강 의원은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정보를 종합해서 보고드리는 것”이라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또 물었고, 서 장관도 다시 같은 취지로 답했습니다.
“하나의 가정을 해 봤을 때 예를 들어 가지고 표류되어 갔었다, 이래 북으로 갔다면 살기 위해서라도 그냥 월북 의사를 밝힐 수도 있었을 것 아닙니까?”
-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2020.09.24. 국회 국방위)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현재까지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서욱 국방부 장관(2020.09.24. 국회 국방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북쪽으로 넘어간 사람이 ‘나는 월북했습니다’ 그러면 진짜 또 그게 월북의사를 밝힌 거냐”라고 묻기도 하고 “이분이 월북을 했는지 실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며 월북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은 “아직 보고를 완전히 받지를 않았지만 거의 월북으로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꼭 그렇게 우리가 얘기할 바가 못 된다”라고 말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월북 문제가 첩보인지, 정보인지를 물으며 “국가가, 국방부가 그렇게 색깔을 입혀야 되겠느냐”고도 했습니다.

■ 국방위 비공개 회의 후에는 “월북 정황 선명”

국방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후 늦게 비공개로 전환돼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국방부는 비공개 회의에서 종합적으로 수집했다는 구제척인 ‘첩보’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비공개 회의는 말 그대로 비공개로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간사가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일부만 간략하게 밝힌 내용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면 공개 회의 때와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가 읽힙니다.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였던 한기호 의원은 “군이 월북 정황으로 보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이었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방부의 보고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국방위 간사(2020.09.24. 국회 국방위 비공개회의 후)

정확한 판단 근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국방부가 4가지 정도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브리핑 하지 않기로 한 내용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발표 그대로 (월북 의사를 밝힌) 사람을 (북한이) 죽이리라고 생각 안했다”면서 “일반적으로 귀순하러 온 사람을 죽이겠나라고 정상적으로 국방부도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보고를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는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2020.09.25.)
■ 국정원장 참석 정보위에선 민주당-국민의힘 반응 엇갈려

국방위 긴급현안보고 다음날인 2020년 9월 25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보고를 받은 건데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간담회에는 정보위 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박지원 정보원장은 정부의 사건 인지 시점과 대응, 월북 가능성 판단의 근거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위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담회 후 진행된 전해철 위원장과 여야 간사 의원들의 간략한 브리핑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전해철 위원장은 “말씀드릴 게 많지 않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기본적으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가 많지 않다. 위원들 의견도 다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정보는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파악했고 특히 논란이 됐던 ‘월북 가능성’에 대한 여야 간사의 의견도 같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실제로 월북 판단의 근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여야 간사의 답변은 엇갈렸습니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 이미 국방부가 월북에 상당히 근거있게 발표한 게 있다. 국정원이 국방부 발표와 다른 의견을 추가적으로 들은 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 서로 팩트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진상조사 결과에 기초한 후속조치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대비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대국민 입장을 발표한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2020.09.25.)
■ 비슷한 시기 국민의힘은 “월북 정황 없어” 비판

당시 국민의힘은 국방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반응이 다소 오락가락한 것으로 보였지만, 당 차원에서는 ‘월북 정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정보위가 열린 당일, “북한이 보낸 통지문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국방부의 해명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같은 날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사과의 입장을 밝혔는데, 본문에는 ‘월북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통지문은 故 이대준 씨를 ‘정체불명의 인원’, ‘불법 침입한 자’ 등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습니다.


김예령 대변인도 “정부여당이 ‘월북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대북결의안 채택을 거듭 촉구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 민주당 측 주장 ‘반은 맞고 반은 틀려’

결국, “국민의힘도 ‘월북’에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입니다. 2020년 9월 국방위 비공개 회의만 놓고 보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범위를 정보위로 하루만 넓혀봐도 다른 반응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당시 국방위 소속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어제(2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2020년 9월 24일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비공개 회의록 내용에 따라 여야 간 설전 양상은 물론 팩트체크 결과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취재지원: 최유리 팩트체크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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