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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단속 카메라…효과 놓고 의견 ‘분분’
입력 2022.06.21 (07:00) 취재K
내부는 텅 빈 박스형 단속 카메라
"사고 위험 감소" vs "오히려 혼란"
5030 이후 설치 급증…'카메라 도로' 현실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단속 경고음

"뚜르뚜르...삐리삐리..."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내비게이션 경고음이 계속 울려댑니다. 시내, 이면도로, 고속도로, 국도 등 장소도 가리지 않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체감 경험기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안전속도 5030(도심 일반도로 50km/h, 이면도로 30km/h 제한) 도입 이후 단속 카메라 수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카메라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시내에서 흔한 ①고정형 단속 카메라 ②국도나 고속도로 위주로 포진한 박스형 단속 카메라 ③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설치가 늘고 있는 구간단속 카메라 등입니다.

■박스형 카메라의 허실, 고정형은?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이 가운데 겉모습만 멀쩡한 단속 카메라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박스형'으로 불리는 길가에 설치된 카메라가 대표적입니다. 상당수 카메라 안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고가의 카메라를 도로변에 놔두면 도난 위험이 있고, 또 실제 누군가가 가져가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그냥 단속 흉내만 낸 채 내버려 두고 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고기능만 유지한 채 수년간 방치되고 있는 시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도 거론됩니다.

경기도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박스형 단속 카메라’ 내부.  아무 기기 없이 텅 비어있다.경기도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박스형 단속 카메라’ 내부. 아무 기기 없이 텅 비어있다.

고정형 카메라의 경우도 일부 작동하지 않는 기기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됩니다. 신호등 위치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도 도로 바닥에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없거나 카메라를 지지하는 기둥에 컴퓨터가 없는 경우 '무늬만 단속 카메라'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속도를 내면서 차를 모는 운전자가 진짜 가짜 여부를 순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2000년대 중순, 경찰은 전국 주요 도로의 모형 교통단속 카메라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 시내 고정형 단속 카메라 아래 모습. 사각형 형태의 ‘바닥 감지선’이 일정 간격으로 보인다.서울 시내 고정형 단속 카메라 아래 모습. 사각형 형태의 ‘바닥 감지선’이 일정 간격으로 보인다.

■그래도 단속 효과는 '있다'?

문제는 아무 기능이 없는 단속 카메라가 운용됐을 경우 효과입니다. 카메라의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차량 속도를 줄이고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긍정적 효과를 제기하는 쪽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가짜 경찰차' 효과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속하는 것처럼 한 뒤 사실상 효과가 없는 기기를 운용하는 것은 법 집행 기관이 운전자를 속인 것이고, 크게 보면 결국 인권을 침해한다는 근거입니다. 특히 아무 사전 예고 없이 카메라가 '불쑥' 나타날 경우 갑자기 속도를 줄이게 돼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른바 '캥거루 운전'의 부작용입니다.

<미작동 단속 카메라>
*찬성: "존재만으로도 사고 위험 감소"
*반대: "함정단속 논란·급정거로 오히려 사고 유발"

■5030 완화되면 카메라 운용에도 변화


진위 여부를 떠나 향후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와 운용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선 카메라 설치 대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에만 과속카메라가 올해 2,000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새 정부가 '안전속도 5030'의 탄력적 적용 방안을 예고한 만큼 속도 제한 조치는 변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제한속도를 시속 60km로 높이고, 밤 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제한속도를 시속 40~50km까지 높이는 방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의 사고 예방 효과와 미비점 보완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 늘고 있는 구간 단속 카메라의 경우만 봐도 단속 사각지대인 중간 진입 차량들 때문에 차량 흐름이 엉키면서 오히려 사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과 운전자 불만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행정 방안 마련을 기대해봅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 사진구성:박세은)
  • 텅 빈 단속 카메라…효과 놓고 의견 ‘분분’
    • 입력 2022-06-21 07:00:11
    취재K
내부는 텅 빈 박스형 단속 카메라<br />"사고 위험 감소" vs "오히려 혼란"<br />5030 이후 설치 급증…'카메라 도로' 현실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단속 경고음

"뚜르뚜르...삐리삐리..."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내비게이션 경고음이 계속 울려댑니다. 시내, 이면도로, 고속도로, 국도 등 장소도 가리지 않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체감 경험기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안전속도 5030(도심 일반도로 50km/h, 이면도로 30km/h 제한) 도입 이후 단속 카메라 수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카메라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시내에서 흔한 ①고정형 단속 카메라 ②국도나 고속도로 위주로 포진한 박스형 단속 카메라 ③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설치가 늘고 있는 구간단속 카메라 등입니다.

■박스형 카메라의 허실, 고정형은?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이 가운데 겉모습만 멀쩡한 단속 카메라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박스형'으로 불리는 길가에 설치된 카메라가 대표적입니다. 상당수 카메라 안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고가의 카메라를 도로변에 놔두면 도난 위험이 있고, 또 실제 누군가가 가져가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그냥 단속 흉내만 낸 채 내버려 두고 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고기능만 유지한 채 수년간 방치되고 있는 시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도 거론됩니다.

경기도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박스형 단속 카메라’ 내부.  아무 기기 없이 텅 비어있다.경기도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박스형 단속 카메라’ 내부. 아무 기기 없이 텅 비어있다.

고정형 카메라의 경우도 일부 작동하지 않는 기기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됩니다. 신호등 위치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도 도로 바닥에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없거나 카메라를 지지하는 기둥에 컴퓨터가 없는 경우 '무늬만 단속 카메라'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속도를 내면서 차를 모는 운전자가 진짜 가짜 여부를 순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2000년대 중순, 경찰은 전국 주요 도로의 모형 교통단속 카메라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 시내 고정형 단속 카메라 아래 모습. 사각형 형태의 ‘바닥 감지선’이 일정 간격으로 보인다.서울 시내 고정형 단속 카메라 아래 모습. 사각형 형태의 ‘바닥 감지선’이 일정 간격으로 보인다.

■그래도 단속 효과는 '있다'?

문제는 아무 기능이 없는 단속 카메라가 운용됐을 경우 효과입니다. 카메라의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차량 속도를 줄이고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긍정적 효과를 제기하는 쪽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가짜 경찰차' 효과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속하는 것처럼 한 뒤 사실상 효과가 없는 기기를 운용하는 것은 법 집행 기관이 운전자를 속인 것이고, 크게 보면 결국 인권을 침해한다는 근거입니다. 특히 아무 사전 예고 없이 카메라가 '불쑥' 나타날 경우 갑자기 속도를 줄이게 돼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른바 '캥거루 운전'의 부작용입니다.

<미작동 단속 카메라>
*찬성: "존재만으로도 사고 위험 감소"
*반대: "함정단속 논란·급정거로 오히려 사고 유발"

■5030 완화되면 카메라 운용에도 변화


진위 여부를 떠나 향후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와 운용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선 카메라 설치 대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에만 과속카메라가 올해 2,000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새 정부가 '안전속도 5030'의 탄력적 적용 방안을 예고한 만큼 속도 제한 조치는 변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제한속도를 시속 60km로 높이고, 밤 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제한속도를 시속 40~50km까지 높이는 방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의 사고 예방 효과와 미비점 보완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 늘고 있는 구간 단속 카메라의 경우만 봐도 단속 사각지대인 중간 진입 차량들 때문에 차량 흐름이 엉키면서 오히려 사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과 운전자 불만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행정 방안 마련을 기대해봅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 사진구성: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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