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입력 2022.06.21 (08:08) 수정 2022.06.2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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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어촌 소멸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추도 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 어촌마을 84.2%는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경남 남해안에서는 통영과 고성, 남해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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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 입력 2022-06-21 08:08:26
    • 수정2022-06-21 12:18:40
    뉴스광장(창원)
[앵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어촌 소멸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버지 뒤를 이어 14년째 미더덕 양식장을 하고 있는 40살 정성원 씨, 양식장 그물을 걷어 올려봤습니다.

미더덕 대신 껍질이 투명한 '유령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갈색의 미더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마산만의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은 30도로, 1년 새 5.7도가 올랐습니다.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5도가 오른 것과 같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미더덕 생산량은 올해 9톤으로, 8년 전 100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성원/미더덕 양식장 운영 : "제 아들이 이런 경우를 안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지 않겠나…."]

겨울철 별미로 유명한 '물메기'의 주산지인 통영 추도에 10년 전 귀어한 66살 김종진 씨.

겨울이면 온 동네가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물에는 도다리 대신, 따뜻한 바다에 사는 갑오징어만 걸립니다.

[김종진/추도 귀어인 : "보시다시피 4일 내내 (그물을 쳐놔도) 고기가 없잖아요. 이제 갑오징어 한 마리 올라오네. 아."]

조업 자체가 어려워 귀어는커녕, 섬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어장도 많이 안 하고, 심지어는 조선소에 일하러 (섬을) 나가시는 분들도 있고. 옆에 마을에는."]

통영 역시 지난해 8월 평균 수온이 29.7로, 전년보다 6도 올랐습니다.

고수온에 약한 물메기가 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물메기 위판량은 점점 줄어 4년 전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의 표층 수온이 0.5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 남해안은 1.4도나 올랐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는 점점 커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철수/경남수산안전기술원 원장 : "경남 남해안 해역에서도 고수온, 빈산소수괴, 먹이생물 부족 등 발생 원인이 복잡해지고 다양화 추세로 어패류 양식 환경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10년 전 전국의 어촌 인구는 15만여 명에서 지난해 9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65살 이상입니다.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수산자원 황폐화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어촌 소멸예측지도'를 보면, 23년 뒤 전국 어촌마을 84.2%는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경남 남해안에서는 통영과 고성, 남해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지정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이하우·김대현/그래픽:박재희·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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