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 탄생

입력 2022.06.21 (10:47) 수정 2022.06.21 (1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남미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재현되게 됐습니다.

대구가톨릭대 임수진 교수님과 함께 알아봅니다.

첫 좌파 대통령이나 포퓰리스트 대통령이냐 관심을 모았던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먼저 전해주시죠.

[답변]

콜롬비아 국민들은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고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변화를 주장했지만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50.44%를 득표해서 47.31%를 얻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마지막까지 승리를 예측할 수 없을만큼 박빙이었습니다만 개표 결과 70만 표 이상의 표 차이를 보였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계속해서 안정을 추구해 온 보수적인 콜롬비아가 빈곤과 불평등, 부패 해소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가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겠습니다.

[앵커]

'옛 반군'이나 '옛 게릴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페트로 당선인은 어떤 인물입니까?

[답변]

페트로 당선자는 좌파 게릴라단체인 4월 19일 운동(M-19) 출신의 경제학자입니다.

제도정치에 입문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좌파 게릴라 조직원이었던 경력이 페트로 이름 앞에 늘 따라다녔고, 지난 두 번의 대선 도전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좌파게릴라 조직원 출신의 급진적 이미지를 지우는 데 주력하였고요.

여성, 광부, 어부, 커피 재배 농민 등 가장 빈곤하고 소외받는 계층과 지역을 찾아서 소통하는 전략을 내세웠고, 주요 공약으로 급진적인 경제 개혁 대신 에너지 전환, 친서민 복지정책 확대와 같은 정책을 내세우면서 좌파게릴라 출신이 아니라 '진보' 후보임을 부각하였습니다.

[앵커]

콜롬비아 유권자들이 처음 좌파정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

이번 선거는 양 극단의 두 후보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현재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향후 정국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포퓰리스트 우파 후보보다는 상하원 의원과 보고타 시장을 지낸 바 있는 좌파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과 2021년 사회적 폭발 이후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빈곤율이 40%에 달하고, 실업률이 12%, 청년실업률은 올 초 21.5%까지 올랐는데요.

국민들은 부패, 폭력, 빈곤에 대한 변화, 즉 근본적인 사회개혁 요구를 해 왔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연금 개혁, 세제 개혁, 사회정책 확대 등 국민들의 요구를 주요 공약으로 수용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 시위를 주도한 청년들이 이번 대선의 주요의제를 사회적이고 진보적인 문제로 바꾸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페트로를 지지한 것이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봅니다.

[앵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까지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 좌파정권, 중남미에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한번 자리 잡게 되는 셈이네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통령에게 새로운 동맹을 형성할 것을 이미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페루, 브라질까지 더하면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국에 좌파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난 핑크타이드보다 더 확장된 좌파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각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각국 좌파정부의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좌파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보다는 다양성, 포용, 평등과 같은 사회적 의제와 실용적인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과거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좌파동맹과는 선을 긋는 입장입니다.

과거 핑크타이드가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워 중남미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을 가중시켰다면, 현재 좌파 정부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좌파의 물결은 넓게 일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남미 통합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남미 좌파 성향 지도자들이 늘면서 여러 정책이나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콜롬비아는 수십 년 동안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의 우방이었고, 이 지역 안보동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페트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재평가하고, 미국과의 FTA 재협상, 베네수엘라 관계 회복,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 유지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콜롬비아를 기반으로 해서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 반미 국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중남미 진출은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트로 당선자는 미국·콜롬비아 양자관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 정책, 민주주의, 인권, 안보, 아마존 보호와 같은 의제에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에너지 전환 회의를 제안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 탄생
    • 입력 2022-06-21 10:47:26
    • 수정2022-06-21 11:00:11
    지구촌뉴스
[앵커]

남미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재현되게 됐습니다.

대구가톨릭대 임수진 교수님과 함께 알아봅니다.

첫 좌파 대통령이나 포퓰리스트 대통령이냐 관심을 모았던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먼저 전해주시죠.

[답변]

콜롬비아 국민들은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고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변화를 주장했지만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50.44%를 득표해서 47.31%를 얻은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마지막까지 승리를 예측할 수 없을만큼 박빙이었습니다만 개표 결과 70만 표 이상의 표 차이를 보였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계속해서 안정을 추구해 온 보수적인 콜롬비아가 빈곤과 불평등, 부패 해소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가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겠습니다.

[앵커]

'옛 반군'이나 '옛 게릴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페트로 당선인은 어떤 인물입니까?

[답변]

페트로 당선자는 좌파 게릴라단체인 4월 19일 운동(M-19) 출신의 경제학자입니다.

제도정치에 입문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좌파 게릴라 조직원이었던 경력이 페트로 이름 앞에 늘 따라다녔고, 지난 두 번의 대선 도전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좌파게릴라 조직원 출신의 급진적 이미지를 지우는 데 주력하였고요.

여성, 광부, 어부, 커피 재배 농민 등 가장 빈곤하고 소외받는 계층과 지역을 찾아서 소통하는 전략을 내세웠고, 주요 공약으로 급진적인 경제 개혁 대신 에너지 전환, 친서민 복지정책 확대와 같은 정책을 내세우면서 좌파게릴라 출신이 아니라 '진보' 후보임을 부각하였습니다.

[앵커]

콜롬비아 유권자들이 처음 좌파정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

이번 선거는 양 극단의 두 후보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현재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향후 정국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포퓰리스트 우파 후보보다는 상하원 의원과 보고타 시장을 지낸 바 있는 좌파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과 2021년 사회적 폭발 이후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빈곤율이 40%에 달하고, 실업률이 12%, 청년실업률은 올 초 21.5%까지 올랐는데요.

국민들은 부패, 폭력, 빈곤에 대한 변화, 즉 근본적인 사회개혁 요구를 해 왔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연금 개혁, 세제 개혁, 사회정책 확대 등 국민들의 요구를 주요 공약으로 수용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 시위를 주도한 청년들이 이번 대선의 주요의제를 사회적이고 진보적인 문제로 바꾸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페트로를 지지한 것이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이라고 봅니다.

[앵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까지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 좌파정권, 중남미에 좌파물결,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다시 한번 자리 잡게 되는 셈이네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페트로 당선자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통령에게 새로운 동맹을 형성할 것을 이미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페루, 브라질까지 더하면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국에 좌파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난 핑크타이드보다 더 확장된 좌파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각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각국 좌파정부의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좌파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보다는 다양성, 포용, 평등과 같은 사회적 의제와 실용적인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과거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좌파동맹과는 선을 긋는 입장입니다.

과거 핑크타이드가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워 중남미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을 가중시켰다면, 현재 좌파 정부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좌파의 물결은 넓게 일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남미 통합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남미 좌파 성향 지도자들이 늘면서 여러 정책이나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콜롬비아는 수십 년 동안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의 우방이었고, 이 지역 안보동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페트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재평가하고, 미국과의 FTA 재협상, 베네수엘라 관계 회복,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 유지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콜롬비아를 기반으로 해서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 반미 국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중남미 진출은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트로 당선자는 미국·콜롬비아 양자관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 정책, 민주주의, 인권, 안보, 아마존 보호와 같은 의제에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에너지 전환 회의를 제안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