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 ‘보험 거절’ 사유?…인권위 “가입 받아줘야”

입력 2022.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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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장애인 차별금지법' 17조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일부입니다. 법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보험 가입할 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보험사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일이 있었습니다.

법이 금지한 '장애인 차별'. 보험사는 무슨 이유로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절한 걸까요?

■ "장애 이유로 보험 가입 거절은 차별"…"보험에 대한 이해 없어 가입 불허"

진정인은 2020년 6월,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 A 씨를 계약자로 해, 한 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습니다. 사망 보험금 3천만 원에 생명·손해·제3보험이 혼합된 보장 내용으로, 비장애인이었으면 무난히 가입이 승낙됐을 상품입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A 씨의 지적 능력 제한이 중증도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험가입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A 씨 가족은 장애를 이유로 보험사가 가입을 막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보험사는 인권위 조사에서, A 씨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절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보험사원이 A 씨를 만나 확인한 결과, 의사소통되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곤란해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보험에 대한 이해가 없어 가입을 불허했다는 겁니다.

보험사 가입심사 평가 기준에 따르면 지적능력· 심리 사회적 제한 정도가 중증도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가입할 수 없는 점, 상법 732조는 심신 상실자·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도 '가입 불허'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법'과 '법'이 충돌하는 상황. 인권위는 진정인 측 손을 들었습니다.

■인권위 "보험사 거절, 객관적 근거 없어…장애인 차별 해당"

인권위는 보험사가 A 씨에 대한 진료 기록·의료진의 자문 등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보험 사원의 주관적인 판단을 불허 사유로 삼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A 씨의 발달 장애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이런 상태라면 해당 보험을 가입했을 때 보험사엔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 전문적인 검토가 없었다고 본 겁니다.

법원 역시 2004년 장애등급이 1등급인 뇌병변장애인이 종신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건에서, "위험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수를 거절한 것은 위법한 차별"이라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를 근거로, 보험사가 A 씨 가입을 거절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장애인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안내해야"

그러면서 A 씨가 장애로 인해 특정 보장 항목에서 위험률이 높은 상태라면, 가능한 보장항목을 위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소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A 씨처럼 의사능력이 없는 장애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 조건을 변경하거나, 가능한 보험 상품을 안내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란 겁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보험사는 진정인의 의사에 따라 신속히 보험 설계와 상품안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장애인 권리 보호를 위한 업무 메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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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가 ‘보험 거절’ 사유?…인권위 “가입 받아줘야”
    • 입력 2022-06-21 12:00:11
    취재K

"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장애인 차별금지법' 17조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일부입니다. 법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보험 가입할 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보험사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일이 있었습니다.

법이 금지한 '장애인 차별'. 보험사는 무슨 이유로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절한 걸까요?

■ "장애 이유로 보험 가입 거절은 차별"…"보험에 대한 이해 없어 가입 불허"

진정인은 2020년 6월,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 A 씨를 계약자로 해, 한 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습니다. 사망 보험금 3천만 원에 생명·손해·제3보험이 혼합된 보장 내용으로, 비장애인이었으면 무난히 가입이 승낙됐을 상품입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A 씨의 지적 능력 제한이 중증도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험가입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A 씨 가족은 장애를 이유로 보험사가 가입을 막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보험사는 인권위 조사에서, A 씨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절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보험사원이 A 씨를 만나 확인한 결과, 의사소통되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곤란해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보험에 대한 이해가 없어 가입을 불허했다는 겁니다.

보험사 가입심사 평가 기준에 따르면 지적능력· 심리 사회적 제한 정도가 중증도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가입할 수 없는 점, 상법 732조는 심신 상실자·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도 '가입 불허'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법'과 '법'이 충돌하는 상황. 인권위는 진정인 측 손을 들었습니다.

■인권위 "보험사 거절, 객관적 근거 없어…장애인 차별 해당"

인권위는 보험사가 A 씨에 대한 진료 기록·의료진의 자문 등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보험 사원의 주관적인 판단을 불허 사유로 삼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A 씨의 발달 장애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이런 상태라면 해당 보험을 가입했을 때 보험사엔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 전문적인 검토가 없었다고 본 겁니다.

법원 역시 2004년 장애등급이 1등급인 뇌병변장애인이 종신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건에서, "위험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수를 거절한 것은 위법한 차별"이라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를 근거로, 보험사가 A 씨 가입을 거절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장애인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안내해야"

그러면서 A 씨가 장애로 인해 특정 보장 항목에서 위험률이 높은 상태라면, 가능한 보장항목을 위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소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A 씨처럼 의사능력이 없는 장애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 조건을 변경하거나, 가능한 보험 상품을 안내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란 겁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보험사는 진정인의 의사에 따라 신속히 보험 설계와 상품안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장애인 권리 보호를 위한 업무 메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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