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 실리콘밸리보다 법인세가 낮다고?

입력 2022.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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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6일, 경제 정책의 큰 방향을 담은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세금은 깎아주고, 규제는 풀어서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정책, 기업 투자 등을 늘리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겠단 것이었는데 곧바로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라왔습니다.

정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기업 투자가 위축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고, 투자 여력이 확보되면 세수 확보로도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지적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대되는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민간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번 정책 평가 결과를 내놓았는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실익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 실제 한국 기업의 세 부담, 실리콘밸리보다 낮다?

정부는 이번 법인세 인하 정책의 배경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인 21.5%보다 높은 25%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국제 조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인세의 경우 중앙 정부 외에 지방 정부가 과세하는 법인지방소득세도 부과합니다. 중앙 정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이지만, 지방세 과세까지 합하면 실제 세율은 27.5%(25%+2.5%)가 됩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렇게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와는 달리 독일, 일본보다 낮은 수치이고, 미국과의 세율 격차 또한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중앙 정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23.2%, 독일은 15.8%지만 지방세를 포함하면 각각 29.7%, 29.9%로 올라갑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실리콘밸리와의 비교는 이해를 더 돕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주 법인세율이 다른데, 실리콘밸리가 위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법인세가 단일 세율로 8.84%입니다.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를 합산해 비교해보면 한국의 법인세는 어느 지역이든 27.5%(25%+2.5%)지만,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29.84%(21%+8.84%)가 됩니다.

법인세만 놓고 보면 실리콘밸리를 기업들이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 나라살림연구소 김용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법인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법인세만으로 혹은 법인세가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세율보다도 실제 기업이 납부하고 있는 세금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법인세 '실효 세율'을 비교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가별로 세율 외에 다른 공제 제도 등이 존재하는 만큼 법인세, 특히 중앙 정부의 세율만을 놓고 다른 국가보다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법인세, OECD 국가 중 29위?

그러면서 제시한 자료가 바로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총조세및부담률'입니다. 총조세및부담률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사회 보험료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여금 등 각종 준조세가 기업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 성격 비용의 부담률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및부담률은 33.2%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41.6%, 세계 평균 40.4%와 비교해 보면 각각 8.4%p, 7.2%p 낮은 수치입니다. 트럼프 집권 시기 법인세를 크게 낮추었던 미국( 36.6%)과 비교해도 4.4%p가 낮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기업이 100원을 벌어들일 때 우리나라 기업은 33.2원을 세금 등으로 부담하지만, 미국은 36.6원, OECD 국가 평균은 41.6원, 세계 평균은 40.4원을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총조세및부담률은 OECD 국가 38개국 중 29위였습니다.

■ 법인세 인하 혜택, 상위 0.01%만?

국제적으로 보아도 실익이 없다는 건데, 나라살림연구소는 법인세 인하의 혜택도 소수에 집중되고 세수만 축소시킨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한 구간은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입니다. 2020년 신고 기준으로 84개 기업이 해당되는데,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83만여 개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0.01% 수준입니다.


과표 3,000억 원 초과 기업이 납부하고 있는 법인세가 전체의 36.4%에 달하긴 하지만, 법인세가 기업의 이익분에 과세하는 세금임을 감안하면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나라살림연구소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가정해 계산한 세수 감소액은 2020년 신고 기준으로 약 1조 7,000억 원인데, 이를 보전할 방법을 정부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유인한다는 명분은 다소 빈약하다고 연구소는 평가를 마무리했습니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기업에 불리한 국가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각종 대내·외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내세운 법인세 인하 효과를 지금 당장 예측해 내기도 물론 어렵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세 부담 분석을 통해 경제 효과를 예측한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평가들도 눈여겨볼 필요,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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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이미 실리콘밸리보다 법인세가 낮다고?
    • 입력 2022-06-22 06:00:25
    취재K

정부가 지난 16일, 경제 정책의 큰 방향을 담은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세금은 깎아주고, 규제는 풀어서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정책, 기업 투자 등을 늘리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겠단 것이었는데 곧바로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라왔습니다.

정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기업 투자가 위축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고, 투자 여력이 확보되면 세수 확보로도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지적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대되는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민간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번 정책 평가 결과를 내놓았는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실익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 실제 한국 기업의 세 부담, 실리콘밸리보다 낮다?

정부는 이번 법인세 인하 정책의 배경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인 21.5%보다 높은 25%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국제 조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인세의 경우 중앙 정부 외에 지방 정부가 과세하는 법인지방소득세도 부과합니다. 중앙 정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이지만, 지방세 과세까지 합하면 실제 세율은 27.5%(25%+2.5%)가 됩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렇게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와는 달리 독일, 일본보다 낮은 수치이고, 미국과의 세율 격차 또한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중앙 정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23.2%, 독일은 15.8%지만 지방세를 포함하면 각각 29.7%, 29.9%로 올라갑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실리콘밸리와의 비교는 이해를 더 돕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주 법인세율이 다른데, 실리콘밸리가 위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법인세가 단일 세율로 8.84%입니다.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를 합산해 비교해보면 한국의 법인세는 어느 지역이든 27.5%(25%+2.5%)지만,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29.84%(21%+8.84%)가 됩니다.

법인세만 놓고 보면 실리콘밸리를 기업들이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 나라살림연구소 김용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법인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법인세만으로 혹은 법인세가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세율보다도 실제 기업이 납부하고 있는 세금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법인세 '실효 세율'을 비교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가별로 세율 외에 다른 공제 제도 등이 존재하는 만큼 법인세, 특히 중앙 정부의 세율만을 놓고 다른 국가보다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법인세, OECD 국가 중 29위?

그러면서 제시한 자료가 바로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총조세및부담률'입니다. 총조세및부담률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사회 보험료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여금 등 각종 준조세가 기업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 성격 비용의 부담률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및부담률은 33.2%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41.6%, 세계 평균 40.4%와 비교해 보면 각각 8.4%p, 7.2%p 낮은 수치입니다. 트럼프 집권 시기 법인세를 크게 낮추었던 미국( 36.6%)과 비교해도 4.4%p가 낮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기업이 100원을 벌어들일 때 우리나라 기업은 33.2원을 세금 등으로 부담하지만, 미국은 36.6원, OECD 국가 평균은 41.6원, 세계 평균은 40.4원을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총조세및부담률은 OECD 국가 38개국 중 29위였습니다.

■ 법인세 인하 혜택, 상위 0.01%만?

국제적으로 보아도 실익이 없다는 건데, 나라살림연구소는 법인세 인하의 혜택도 소수에 집중되고 세수만 축소시킨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한 구간은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입니다. 2020년 신고 기준으로 84개 기업이 해당되는데,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83만여 개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0.01% 수준입니다.


과표 3,000억 원 초과 기업이 납부하고 있는 법인세가 전체의 36.4%에 달하긴 하지만, 법인세가 기업의 이익분에 과세하는 세금임을 감안하면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나라살림연구소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가정해 계산한 세수 감소액은 2020년 신고 기준으로 약 1조 7,000억 원인데, 이를 보전할 방법을 정부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유인한다는 명분은 다소 빈약하다고 연구소는 평가를 마무리했습니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기업에 불리한 국가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각종 대내·외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내세운 법인세 인하 효과를 지금 당장 예측해 내기도 물론 어렵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세 부담 분석을 통해 경제 효과를 예측한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평가들도 눈여겨볼 필요,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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